이 책은 우리나라 여성이 남긴 최초의 세계일주기이다.
지금부터 90년 전 서양화가 나혜석은 20개월에 걸쳐 세계를 일주한다. 일제강점기라는 척박했던 시절에 그렇게 오랫동안 세계를 주유한 것도 놀랍거니와, 그 궤적이 완벽히 지구를 한 바퀴 돌고 있는 점이 이채롭다.
나혜석의 여행은 떠나기 전부터 화제가 되었고, 귀국 후에 신문과 잡지에 발표되었다. 하지만 그의 여행기를 온전히 묶어낸 책은 아직까지 출간되지 않았다. 이 책은 나혜석이 남긴 모든 기행문을 집대성해 여행 순서를 따라 구성한 것이다. 나혜석의 여행기는 근대적 개인으로 탈각해 가는 신여성들의 세계를 이해하는 중요한 기록이다. 90년 전의 기록이지만 최근의 여행기라 하여도 될 만큼 모던하고 생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