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 입문하는 후배들에게 도움되고 싶어”
이 책은 지난 20년간 대한민국 정치의 중심 여의도에서 겪은 나의 이야기이자,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2017년 대선 패배, 2018년 지방선거 참패로 황폐해진 보수 진영이 반성과 교훈을 통해 2022년 집권을 위한 용기와 희망을 갖길 바라는 목적으로 썼다.
나는 글 쓰는 것이 무서웠다. 돌이켜 보면 지난 국회 보좌진 시절은 글에 대한 끊임없는 콤플렉스가 연속된 기간이었다. 처음 한 장짜리 축사를 작성할 때부터 막막했고, 낑낑대며 쓴 글을 선배들이 모조리 수정했을 때부터 글 쓰는 것에 대한 나의 부적응과 두려움은 시작됐다.
그런 내가 책을 써보고 싶었다. 20여 년간의 정치권 생활을 정리해 볼 시점이라고 생각했고, 대선 패배 후에 주어진 시간적인 여유도 펜을 들게 한 원동력이 됐다.
주제넘게 자서전을 쓸 나이도 처지도 아니기에 책의 성격을 어떻게 잡을지 고민했다. 그러다가 부족하긴 하지만 그동안 작성했던 각종 정무판단 보고서의 일부를 소개하면 후배 보좌진들이 일하는 데 작은 도움이라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펜을 들 용기를 냈다.
국회의원 보좌진에게 국정감사 준비 및 연설문 작성은 기본이다. 그러나 연차가 올라갈수록 국회의원의 책사로서 조언할 수 있는 정무적 판단 능력을 갖추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보좌진은 어떤 직업인지, 국정감사는 어떻게 하는 것인지를 소개하는 서적들은 이미 출판되어 있다. 하지만 정치현안에 대한 정무판단 보고서는 어떻게 써야 하는지, 전당대회와 대통령 선거는 어떻게 준비하고, 정당을 창당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참고서는 없다.
그래서 부끄럽지만 그간의 경험으로 체득한 보고서 작성 노하우를 알려주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단순히 보고서를 나열하는 것은 너무 무미건조하고 재미없을 것 같아서 나의 여의도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그 시점에 작성했던 보고서를 첨부하는 식으로 책을 써내려갔다.
언론에 알려지지 않았던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시절의 이야기도 있다. 흥미로운 부분도 있지만 교훈으로 삼아야 할 대목들이 있을 것이다.
새누리당이 참패한 2016년 20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내가 직접 경험하고 지켜본 부분들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기술했다. 물론, 나도 모르게 벌어진 일이 훨씬 더 많지만 말이다.
여전히 민감한 문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당시 공천을 둘러싸고 벌어진 권력자들의 민낯을 조금이나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부분이 또 다른 논란과 법적인 문제로 비화되지 않길 바란다. 궁금증이 풀리고 교훈으로 삼았으면 한다. 그래서 보수 진영이 반성의 토대 위에 새로운 희망의 집을 짓길 간절히 바란다.
또 하나 이 책을 읽는 독자들께 김무성 전 대표에 대해 제대로 알리고 싶었다. 청와대와 비선실세, 당 최고위원회를 장악한 친박 집단과의 외로운 싸움에서 얼마나 처절하게 대항했는지를 말이다. ‘공천권을 가진 집권여당의 당대표였고, 상당 기간 대선후보 1위’를 기록했던 김무성 대표가 참고 양보한 것은 저들의 압력에 굴복한 것이 아니라 절절한 고민 끝에 ‘당과 보수우파 그리고 대한민국’을 위해 최선의 노력과 선택을 한 것이었다.
그리고 잿더미가 되어 버린 보수정치가 새로운 싹을 틔우기 바라는 심정으로 써내려간 ‘Young Right 운동’을 위한 제언, 향후 정국전망, 언론(인)을 대하는 자세 등에 대한 생각도 정리해 봤다.
책의 제목은 〈보수의 민낯, 도전 2022〉이다. 보수가 망하게 된 출발점인 2016년 막장공천의 민낯을 밝히고, 2022년 정권교체를 위한 보수의 도전에 함께 ‘논쟁’하고 좋은 방안은 ‘공감’하는 과정에서 이 플랜을 같이 만들어 나가자는 취지다.
함께 게재한 각종 보고서들은 내가 작성한 것도 있고, 손발을 맞춰 온 선후배들과 함께 쓴 것도 있다. 그러나 오류에 대한 지적과 비판은 전적으로 나의 몫이며, 어설프고 수준이 낮은 이유는 오로지 나의 능력 부족 때문이다.
어느 날 밤, 누군가 과거의 나처럼 보고서를 써야 한다는 막막함에 자판 위에 손가락만 얹은 채 한숨을 쉴 때, 이 책을 참고해 다시 자판을 두드리는 용기를 낼 수 있다면 그것만큼 고마운 일은 없을 것 같다.
필자 또한 앞으로도, 스스로 더 많은 노력을 통해 배움의 길을 놓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