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방식이 곧, 사는 방식입니다.”
『퇴사하겠습니다』 저자의
밥상머리 자유선언!
『먹고 산다는 것에 대하여』는 ‘퇴사’가 가져온 밥상의 변화, 그리고 이후 찾아온 ‘진정한 미식의 행복’에 관한 책이다. 전 아사히신문 기자이자, 2017년 ‘퇴사 신드롬’을 일으켰던 『퇴사하겠습니다』의 저자인 이나가키 에미코의 세 번째 책으로, 미니멀리즘의 영역에서 빗겨나 있던 ‘음식의 미니멀리즘’과 ‘그것이 주는 생활의 자유’에 대해 말하고 있다. 밥상 버전의 미니멀리즘을 주장하며, 식사에 관한 새로운 사고방식과 가치관을 제시한다.
“불안하지 않아요. 버팀목은 ‘요리’입니다!”
저자인 이나가키 에미코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개인적 차원의 탈원전 운동'을 시작했다. 세탁기, 텔레비전, 냉장고, 옷, 책…… 가지고 있던 물건들을 하나하나 정리하고 최종적으로는 직장인이라는 지위마저 포기했다. 그런데 꼬박꼬박 월급을 받는 ‘기적’에서 벗어나는 생활을 하게 되었는데도 전혀 불안을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완전히 자유롭다고 한다. 그리고 그 버팀목에 대해 ‘재능’도 ‘목돈’도 아닌, 바로 요리, ‘내가 맛있다고 생각하는 음식을 나 스스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자유’라고 말한다.
냉장고가 없으니 식료품을 쟁여두거나 음식을 만들어둘 수도 없다. 요리 도구가 없으니 만들 수 있는 요리도 한정되어 있다. 그런데도 '자유롭다'고 느낀다. 요리책에도, 요리 도구에도, TV나 SNS에서 말하는 맛집에도, 다른 사람이 정해준 풍요로운 밥상의 기준에도 얽매이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의 가치에 의존해 내 삶의 방식과 방향을 결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회사를 그만두고 자유의 몸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저축한 돈이 있어서도, 특별한 재능이 있어서도 아니다. 그것은 요리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반짝반짝 빛나는 요리가 아니었다. 간단하고 소박하고 누구나 만들 수 있는 늘 똑같은 요리. 나는 그걸 맛있게 여기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가 정말 맛있다고 생각하는 요리’를 발견한 것이다. 그것은 미지의 요리책에 실린 특별한 요리가 아니었다. 어딘가에 사는 누군가가 권해준 요리가 아니었다. 예약을 해야 먹을 수 있는 레스토랑의 특별 메뉴가 아니었다.
내가 직접, 아주 쉽게 만들어낼 수 있는 요리였다. 그걸 깨달았을 때, 나는 알게 되었다. 나는 행복해지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이미 다 갖고 있다는 것을.”
“요리는 매일 해야 하니까 단순한 게 최고예요!”
“왜 매일 다른 메뉴를 먹어야 하죠?”
매일 똑같은 메뉴인데도 집밥이 그리워 뛰어갈 만큼 자신의 소박한 밥상이 맛있다고 역설하는 저자는, ‘밥, 된장국, 채소절임’으로 이루어진 자신의 ‘원 패턴 밥상’ 속에 무한한 자유의 세계가 있다고 말한다. 똑같은 ‘밥, 된장국, 채소절임’이라도 식재료에 따라 모양도 맛도 확연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숨만 쉬어도 맛있는 음식에 관한 정보가 눈에 들어오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정보가 넘쳐나면 화려한 것에만 눈이 가게 된다. 맛있는 것에 대한 자신만의 미각 기준이 없으면 요리책을 볼 때마다, 먹방을 볼 때마다 새로운 요리에 마음이 동하고 이것저것 먹고 싶어진다. 이것저것 먹어도 만족할 수 없게 된다. 그러니 식생활의 중심축을 세우는 일이란, 나의 생활을 바르게 세우는 자립에 있어 꼭 필요한 일이다.
“자립이란 건 단순히 돈을 번다는 의미가 아니라, 내가 나 스스로를 돌볼 수 있다는 뜻이다. 그걸 할 수 있게 되면 반드시 돈이 많지 않아도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다. 내 입에 넣을 밥을 나 스스로 지어 먹을 수만 있다면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다. 그러니 자기 힘으로 자기의 인생을 꾸려나가고 싶다면 모두가 요리를 해야 한다. 남자든 여자든 아이든, 스스로 요리할 힘을 잃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자신의 자유를 내다버리는 행위이다.”
“갓 지은 ‘햇밥’을 먹는 날의 행복!”
“반찬이요? 만들 수야 있지만 만들고 싶지 않는데요.”
밥. 당연하게 존재하는 그냥 밥. 아무도 그 존재에 감격하지 않는 밥. 하지만 ‘밥, 국, 채소절임’을 먹으며 살아가기로 결심한 이상, 그 맛을 철저히 느끼지 않으면 안 된다. 무엇보다 밥이 주인공이다. 저자는 각오를 다지고 집중한다. 밥의 세계로 몰입한다.
사흘에 한 번 찾아오는 ‘햇밥 날’, 이날 메뉴의 주제는 당연히 ‘이 햇밥을 어떻게 하면 더 맛있게 먹을 것인가.’ 밥보다 전면에 드러나는 ‘맛있는 반찬’은 만들 수 없다. 만들 수 있지만 만들지 않는다. 밥상은 점점 더 단순해졌고, 단순해질수록 밥은 더욱 맛있어졌다.
지금까지는 그런 것들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왔다. 스테이크의 강렬한 맛, 과자의 매혹적인 단맛. 그런 것들만 맛보고 싶고,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때에는 이런 내밀한 맛이 의식 속으로 비집고 들어올 틈이나 계기가 없었다.
물론 인생에는 단맛이 필요하다. 그러나 단맛은 설탕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커다란 행복은 작은 행복을 보이지 않게 만든다. 하지만 진실은, 작은 행복 속에 무한한 세계가 펼쳐져 있다는 것이다.
“평범한 게 뭐가 어때서!”
“요리 도구 욕심을 버려요!”
요리 도구는 지금보다 한 단계 위의 삶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파스타 머신. 손잡이를 돌리면 파스타 생면이 줄줄 나오다니, 이것만 있으면 우리 집이 이탈리아 가정집으로 변신할 거야. 잠시 그런 망상 속을 헤매게 한다. 그걸 사지 않으면 빛바랜 인생을 사는 것 같아 초조해진다.
그러나 매일 먹는 밥상에 그런 도구가 있어야 만들 수 있는 진수성찬을 차려내지 못한다고 해서 열등감에 빠질 필요는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인생에는 특별한 것과 평범한 것이 모두 필요하다. 매일이 축제라면 얼마나 즐거울까,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곰곰이 따져보면 그런 인생은 정말 피곤할 것이다. 아니, 매일이 축제라면 그건 더 이상 축제가 아니다. 그저 불안정한 일상의 연속일 뿐. 다시 한 번 저자의 말에 주의를 기울여본다. 풍성한 삶이란, 보다 많은 것, 보다 비싼 것을 갖는 삶이 아니다. 쓸 수 있을 만큼 갖추고, 그것들의 장점을 충분히 살려가며 ‘더불어’ 사는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