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원래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에다, 군대에서의 가혹 행위가 얽혀지면서 심한 대인기피증을 가지고 있는 어둠 속 삶을 산다. 제대 후 알바 자리를 찾던 "나"는 친구의 소개로 유명한 화가인 이미주의 모델 겸 집안 잡일을 시작한다. 사진보다 더 사실적이면서도, 온갖 감정을 녹여내는 풍경화로 유명한 이미주. 그는 세련되고 말끔한 미모를 가진 화가이지만, 평상시에는 라면만 끓여 먹으면서 거적때기 같은 것만 걸치고 사는 은둔 생활자이다. 인물화라고는 발표한 적이 없는 이미주가 "나"를 모델로 선택한 것도 이상하지만, 1년 간 일하는 내내 이미주는 "나"를 두고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 그저 스케치북을 들고 크로키 정도만 끄적일 뿐이다. 그래도 높은 급여와 편한 일에 "나"는 아무 불평 없이 정기적으로 이미주 앞에 마주 앉는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복학을 위해서 일을 그만두겠다는 "나"에게 이미주가 던진 말은 "돌아오게 될 거야. "
인간들 사이가 제일 어색한 소심한 모델과 압도적 카리스마를 가졌지만 은둔 생활을 하는 화가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이 세밀하면서도 잘 읽히는 필체로 그려진 단편. 푸치니의 아리아 Nessun Dorma를 틀어 놓고 읽는다면, 소설 마지막 문장의 울림이 더욱 커질 듯.
시간과 비용은 줄이고, 재미는 높여서 스낵처럼 즐기는 BL - 한뼘 BL 컬렉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