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윌리엄 앤더슨 (Poul William Anderson, 1926 - 2001)은 SF 황금기를 대표하는 미국 작가이다. 폭넓은 사회적, 정치적 주제를 SF에 가져 온 그는 21세기까지 작품 활동을 계속하면서 대중적인 인기를 누렸다. 그는 1번의 휴고상 수상, 3번의 네뷸라 상 수상자이면서, 16 번째 SFWA 그랜드 마스터 호칭 (1998)을 수여 받기도 했다. 그는 A A Craig, Michael Karageorge, Winston P. Sanders (이 작품 발표 시의 필명), P. A. Kingsley 등의 필명을 사용하기도 했다.
1928년 펜실베니아에서 태어난 후, 엔지니어였던 아버지를 따라서 텍사스로 이주해서 유년기를 보냈다. 그러나,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 직후, 그의 어머니는 덴마크로 이주한다. 2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면서 그의 가족은 미국으로 돌아 오지만, 덴마크에서의 유년 경험은 그의 작품 속에서 녹아 들기도 했다.
미주리에서 대학을 다니던 앤더슨은 1947년, Astounding Science Fiction 지를 통해서 데뷰했다. 그 해 3편의 단편 소설을 연달아 발표하면서, 어느 정도 작가로서의 입지를 굳힌 앤더슨은, 1948년 우수 학생으로 물리학과를 졸업한 이후 프리랜서 작가로서 사회 활동을 시작했다.
1953년 결혼과 함께 샌프란시스코로 이주한 앤더슨은 왕성하게 SF 작품들을 생산해 내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는 1960년대 다양한 SF, 판타지 작가들의 모임을 만들면서 SF의 황금기를 상징하는 지적 교류를 활발히 벌이기도 했다.
앤더슨의 작품은 대부분 비범한 인물들이 등장해서 장엄한 승리와 영웅적인 패배를 겪는 어드벤처 이야기들이 대표적이다. 그의 등장 인물들은 대부분 지적이고, 사려 깊지만 사회적, 정치적 갈등을 잘 이해하고 조정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또한, 줄거리에 사회적인 의제들을 개입시키거나 플롯의 중심 전개축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물리학을 전공한 작가 답게 대부분의 과학적 설정이 매우 정확하고, 심지어는 비과학적으로 보이는 설정 조차도 과학적 장치를 세심하게 고려한 결과물이다. 그가 창조한 세계는 지구와는 다른 환경을 가졌지만 과학적으로 지적 생명체가 발생 가능하도록 꾸며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수를 세는 남자 The Man Who Counts"에서 등장하는 행성의 경우, 사람들이 살 수 있는 환경이면서, 하늘을 나르는 지적 생명체도 진화할 수 있는 환경으로 설정되어 있다. 앤더슨은 그런 환경 속에서 인간과 다른 생명체, 그리고 환경 사이의 상호 작용을 구성하는 것에 관심을 기울였다.
앤더슨에게 우주는 자신의 작품의 주요 무대였을 뿐만 아니라, 인류가 그 자신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 뻗어 나가야 하는 대상이기도 했다. 따라서 그는 우주 개발을 "돈이 드는 장난" 쯤으로 폄훼하는 견해들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사실, 그에게 우주 개발과 인간의 자유 사이의 관계는 19세기 미국의 프론티어 정신과 밀접한 상관성을 지니는 것이었다. 그 정신은, 미개척된 영역으로 용감하게 전진해서 새로운 땅을 찾아 내어 정착하고, 새로운 가능성과 기술을 개발하며, 기존의 황폐한 구세계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이 작품 속에서도, 주인공인 마이클 블레이드는 이 프론티어 정신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죽기 전까지도 앤더슨은, 우주 개발이 인간의 존재론적 필요에 의한 것이고, 그것이 없이는 인류는 서서히 쇠퇴할 것이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노년에도 작가로서 사회 비평가로서 활동하던 앤더슨은 2001년 암으로 인해서 짧은 투병 후에 사망했다. 그가 죽기 1년 전인 2000년, 그는 SF 판타지 명예의 헌당에 5번째 작가로 헌액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