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해리슨 (Henry Maxwell Dempsey, 1925 - 2012)는 미국의 SF 작가이다. 대표작으로 "죽음의 세계 Deathworld" 시리즈와 "스테인레스 스틸 쥐 Stainless Steel Rat" 시리즈와 "비켜! 비켜! Make Room! Make Room!)이 있다. 활달한 말솜씨와 사교적인 성격으로 많은 SF 작가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는 작가였으며, SF 작가와 팬, 편집자들 사이를 넘나 들면서 소식 (또는 가십)을 전달하는 특유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
해리슨은 1925년 미국 코네티컷에서, 사무 보조원으로 일하던 아일랜드 혈통의 아버지와 러시아 유태인 혈통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의 원래 성은 뎀시Dempsy였으나, 해리슨이 태어난 후 얼마 되지 않아서 갑자기 해리슨Harrison으로 바꿨다. 해리슨 본인은 이 사실을 오랜 시간 동안 모른 채 살다가 30살이 되면서 그 사실을 알고, 아예 법적인 이름도 해리 맥스 해리슨 Harry Max Harrison 으로 바꾸었다.
1943년 고등학교를 마친 해리슨은 2차 세계 대전의 공군으로 징집되어, 폭격 기술병, 사격 교관, 폭격기 기술병 등의 업무를 담당했다. 그때, 처음으로 당시 최신식 폭격 장치였던 컴퓨터 내장식 폭격 조준기를 다루기도 했다고 한다.
제대를 한 래리슨은 1946년 뉴욕에서 대학교에 등록했으나, 공부보다는 만화와 SF 잡지 등에 일러스트를 판매하는 스튜디오를 더 열심히 운영했다. 그리고, 1950년 짧은 결혼을 했으나, 1년 후 바로 이혼했다.
해리슨이 처음으로 SF 등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작가가 아니라, 삽화가로서였다. 1940년대 후반부터 활동을 시작한 그는 주로 월리 우드 Wally Wood 와 공동 작업으로, 당시 유행하던 잡지에 공포, SF, 코믹 만화 등의 삽화를 그리는 작업을 했다. 그러나, 1950년 두 사람은 결별을 하고, 이후 해리슨은 단독으로 삽화 작업을 했다.
동시에, 해리슨은 "성자 The Saint" 시리즈의 작품 하나를 대작으로 창작하고, 잡지에 연재되는 시리즈 소설이나 만화의 에피소드를 대작으로 작업했다.
그의 이름을 달고 처음 발표된 단편 소설은 "바위 잠수부 Rock Diver"로, 1951년 "저 너머 세상들 Worlds Beyon"에 발표되었다. 그리고, 1950년대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했던 히드라 클럽 Hydra Club에 가입해서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아이작 아시모프 등이 활동한 이 클럽은 SF 작가들의 사교 클럽이었고, 알프레드 베스터, 제임스 블리시 등 유명 작가들을 배출한 단체였다.
1954년 조앤 메르클러 해리슨 Joan Merkler Harrison 과 결혼한 그는, 그녀가 암으로 죽은 2002년까지 결혼 생황을 유지했고, 두 자녀를 두었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비켜! 비켜!"가 그의 딸, 모이라에게 헌정되기도 했다.
자녀를 얻은 이후에도 그는 자주 이사를 다녔는데, 그것은 주로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라는 것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그가 거쳐간 곳은 멕시코, 영국, 덴마크, 아일랜드 등이다. 특히 이 중 아일랜드 경험에 이상이 깊었던 그는 작가로서 자리를 잡은 1970년대에 아일랜드에 최첨단 주택을 짓고 살기도 했다. 또한, 그의 작품 속에서 아일랜드 어가 가끔씩 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결국 그는 조부모 덕분에 시민권을 획득하고, 일종의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었던 아일랜드에서 장기간 머물다가, 아내 조앤이 사망한 이후, 영국에서 주로 거주했다. 이처럼 다채로운 외국 거주 경험 덕분인지, 그는 국제 표준어 운동인 에스페란토 어에 관심을 가졌고, 에스페란토 어 협회의 미국, 아일랜드 지부 등의 명예 회원 자격을 유지했다.
그가 명성을 얻는 것은 1960년대 풍자적 SF에 속하는 "스테인레스 스틸 쥐" 시리즈와 하인라인의 "스타쉽 트루퍼스"를 풍자적으로 재해석한 "빌, 은하계의 영웅 Bill, the Galantic Hero"를 통해서였다. 그의 작품은 "액션 소셜의 표피와 반-군사주의, 반-권위주의적 풍자라는 주제를 가진 일종의 패러독스" (소설가 크리스토퍼 프리스트)라는 평가를 받았다.
1950년대와 1960년대를 걸치면서, 그는 "플래시 고든" 시리즈의 주요한 작가로 시리즈 연재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서 흥미로운 일화가 있는데, 해리슨은 과학적 고증의 정확성을 위해서 소설뿐만 아니라, 상세한 스케치를 작화가에게 제공했는데, 작화가는 단순히 그것을 무시했다고 한다.
해리슨의 진지한 면모를 보여준 소설은, 1966년의 "비켜! 비켜!" 이다. 이 작품에서, 그는 인구 과잉과 그로 인한 자원 고갈 문제를 진지한 어투로 다루었고, 이 소설을 기반으로 1973년 "합성콩 야채 Soylent Green" 이라는 제목으로 영화가 제작되기도 했다.
1960년대 중반부터 1970년대, 해리슨은 브라이언 알디스 Brian Aldis 와 협업하여, SF 선집의 편집 작업과 SF 비평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작업을 했다. 그 결과, 그들은 "존 캠벨 SF 상 John W. Campbell Memorial Award for Best Science Fiction Novel"을 제정했고, 1965년 본격적인 SF 비평 잡지인 "SF 지평 SF Horizon"을 창간했다. 또한 그들은, 1967년부터 "올해의 최고 SF 선집 The Year"s Best Science Fiction"의 발간을 시작했고, 이 시리즈는 1975년까지 매년 발간되었다. 그리고 1940년대, 1950년대, 1960년대를 대표하는 SF 작품 선집도 발간되었다.
해리슨은 자신의 작품으로 주요한 SF 상을 수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2004년 그는 SF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었고, 2008년에는 26번쨰 SFWA 그랜드 마스터 - 전미 SF 판타지 작가 협회 Science Fiction and Fantasy Writers of America 에서 지명하는 일종의 명예상 - 로 지명되는 영광을 누렸다.
2012년 그는 영국의 아파트에서 생을 마감했는데, 그의 죽음을 처음 외부로 알린 것은 자신의 공식 웹사이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