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시대를 살아가는 미래 세대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이 책은 수학자이자 교육자로서 살아온 경험과 통찰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능력이 과연 무엇인지, 생각의 힘을 키우는 교육이 왜 중요한지를 솔직하게 풀어낸 인문 에세이다. 저자는 밥 딜런, 스티브 잡스, 부르바키, 살바도르 달리, 영화 [마션], 알파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재를 넘나들며, 미래 세대에게 중요한 것은 지식의 양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을 읽고, 원하는 지식을 찾아내고, 필요할 때 답을 찾을 수 있는 능력이라고 강조한다.
수학자 박형주의 세상 읽기
처음 보는 문제를 풀어야 할 미래 세대,
필요한 건 지식이 아니라 ‘생각의 힘’
연결의 시대를 개척하는 이들은 아마도
‘많이 배운 사람’이 아니라 ‘잘 배우는 사람’이 될 것이다.
새로운 내용을 배울 때 고통이 아니라
즐거움을 느끼는 인재 말이다.”
_ 본문 중에서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처럼 그 어느 때보다 수학의 영향력이 커진 시대에, 수학자는 어떻게 세상을 해석하고 내다보고 있을까? 수학자 박형주의 『배우고 생각하고 연결하고』는 ‘연결의 시대’에 미래 세대에게 과연 무엇을 가르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담은 인문 에세이다.
저자는 수학자이자 교육자로서의 살아온 경험과 통찰을 바탕으로 삼아, 정보가 넘쳐나는 빅데이터 시대에 가장 필요한 능력이 무엇인지, 우리 교육의 방향은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를 날렵하면서도 직관적인 시선으로 성찰한다. 교육자로서 케냐, 프랑스, 핀란드, 인도, 러시아, 우루과이의 교육을 진지하게 들여다보는 한편으로, 수학자이자 당대를 살아가는 지식인으로서 유클리드, 앨런 튜링, 스티브 잡스, 밥 딜런, 부르바키, 나이팅게일, 살바도르 달리, 영화 [마션], 알파고처럼 그의 시선에 포착된 온갖 대상과 현상을 생각의 소재로 삼아 경계 없이 자유롭게 넘나들며 사색한다. 케냐 마사이족과의 만남, 유학 시절의 좌절과 같은 흥미로운 개인적 경험담도 위트가 뒤섞인 특유의 간결한 문체로 쓰여 있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저자에 따르면, 지금 시대에 중요한 것은 지식을 쌓는 일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을 읽고 중요한 질문을 던지며 필요할 때 답을 찾을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즉 필요한 것은 ‘지식의 양’이 아니라 ‘생각의 힘’이다. 직업이 사라지면 소용이 없게 되는 특화된 맞춤형 교육보다는, 자신에게 주어진 문제의 본질을 읽어내고 필요한 지식을 그때그때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게 하는 교육이 절실한 시대가 되었다.
이 같은 전망 아래, 저자는 그 무엇보다 방대한 데이터에서 숨겨진 의미를 읽어내고 이것을 다른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능력,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기존의 기술들을 연결하는 능력, 새로운 내용을 배울 때 고통이 아니라 즐거움을 느끼며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재차 강조한다.
예를 들어, 우리는 영화 [마션]의 마크 와트니에게서 그러한 능력을 엿볼 수 있다. 와트니는 화성에 홀로 남겨졌는데, 그를 살아남게 한 것은 지식의 양이 아니라 주어진 조건에 대한 정확한 판단, 종합적인 사고력, 논리적인 대응이었다.
이와 함께, 저자는 ‘문제의 본질을 꿰뚫어보고 해결 방안을 찾는 것’은 논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수학’과 많이 닮아 있다고 언급한다. 그가 보기에, 문제를 풀기 위해 창의성과 논리적 사고를 활용하는 ‘수학’은 ‘생각 훈련’과 ‘생각 연습’을 몸에 익히는 데 매우 효과적인 도구 중 하나이다. 덧붙여 저자는 ‘생각의 기술’로서의 수학뿐 아니라, 질병 진단, 선거 예측, 빅데이터 분석, 영화의 특수 효과, 미술 작품, 심리 치료 등 광범위하면서도 창의적으로 활용되는 수학의 실용적인 면모도 통찰력 있게 드러내 보여준다.
그러면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과연 우리나라의 교육은 ‘생각의 힘’을 키우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을까? 저자가 보기에, 입시를 중심으로 이뤄진 교육 지형에서, 비슷비슷한 문제를 반복적으로 풀게 하고 조금만 실수해도 점수가 깎이는 작금의 교육 현실은 아이들의 호기심과 창의성을 방해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 생각의 재료를 다양하게 건네주고 그 재료들을 버무리는 사고 훈련은 온데간데없고, 빠른 시간 내에 많은 문제를 실수 없이 풀어내는 훈련만 시키는데, 이는 창의성과 생각의 힘을 키우기는커녕 자존감만 무너뜨린다. 아이들은, 개방적이고 열린 시선으로 다른 사람과 머리를 맞대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이나 무엇인가에 깊이 ‘몰입’함으로써 새로운 방향과 생각을 얻어내는 경험을 하지 못한 채, 세상에 내던져지고야 만다.
이에 저자는 “생각의 힘을 키우는 교육 외엔 대안이 없다”라면서 교육 제도 전반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며, 어려운 내용을 빼는 식으로 교육과정을 개편할 것이 아니라 어려운 내용을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고 언급한다.
또한 작지만 실천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으로, 아이에게 적은 수의 문제를 주고, 무한한 시간 안에 풀도록 하자고 제안한다. 적은 수의 문제를 긴 시간 동안 궁리하며 풀게 할 때 그 과정에서 문제를 해결해내는 능력을 얻어갈 뿐 아니라 생각이 깊어질 것이고, 이는 미래에 아이들이 처음 보는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과도 닮아 있어서 실용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이다. 저자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뻔한 생각의 틀을 넘는 경험만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했을 때의 통쾌감을 경험하게 되고, 이는 장차 문제를 해결해나갈 때 어려움을 버티게 하는 힘이 되어줄 것이다.
이 책은 사뭇 다른 것들을 경쾌하게 연결해나가는 생각의 시도들로 점철돼 있다. 온갖 요리의 재료들이 하나의 절묘한 맛으로 귀결되듯, 큰 흐름으로 생각의 가닥들이 ‘교육의 미래에 대한 고민’에 가닿아 있는 게 특징이다. 저자는, 우리 미래 세대가 학교 밖 세상에서 어려운 문제에 맞닥뜨렸을 때, ‘배움의 즐거움’과 ‘생각의 힘’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활용하기를 기대하며 글을 끝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