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보기>
휘이이잉-!
쓰으으으… 쓰으……!
새벽부터 지독한 모래바람이 휘몰아쳤다.
바람은 황량하고 메마르기 이를 데 없는 사풍(沙風)이었
다.
흑풍사(黑風沙) 지역은 원래부터 바람이 잦은 곳이다.
메마른 황사풍(黃沙風).
그것은 흑풍사 주민들을 긴장시키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이제 막 익어 가는 결실의 들판을 덮치기 때문이다.
싯누런 황토 바람은 해일처럼 밭들을 잠식해 들어가고 있
었다.
구월 열나흘.
중원의 다른 곳이라면 중추절(仲秋節) 준비에 바쁠 것이
되, 이곳 흑풍사 어디를 둘러봐도 중추절을 준비하는 들뜬
분위기라곤 느껴지지 않는다.
도끼로 찍어 낸 듯한 협곡의 길을 따라 사십여 리.
겨우 사람이나 기어들 수 있을 듯한 천험(天險)의 험지!
흑풍사 지역은 방대하기 이를 데 없는 지역이기는 하다.
하되 이곳은 항상 메마르고 거친 바람을 안고 있는 척박
한 지역이어서 농작(農作)을 하기에는 다분히 부적당한 곳
이었다.
하기에 길러지는 농작물이라야 조와 수수 정도가 고작.
사실 그러한 작물들은 시진의 사람들이 볼 때 구황작물
(救荒作物)에 불과하지 않은가?
그러나 흑풍사 주민들은 그러한 작물이라 할지라도 드센
바람에 쓰러질까 전전긍긍 애를 태우는 것이다.
"금릉(金陵)에서 부는 바람이야."
"치잇! 금릉이면 여기서 얼마나 먼데… 이 바람은 장풍사
(長風沙)에서부터 시작된 바람이야."
야트막한 언덕 위, 두 소년은 아까부터 입씨름에 열중하
고 있다.
한눈에 보기에도 빈궁함이 물씬 풍기는 차림들이었다.
기름때로 번질거리는 머리카락은 아무렇게나 풀어헤쳐져
있고, 옷은 누더기를 조각조각 이어 만든 것처럼 초라하다.
휘류류류류류류륭-!
두 소년은 이따금씩 얼굴을 찌푸리며 눈매를 가늘게 좁혔
다.
회오리를 동반한 채 맹렬하게 밀어닥치는 모래바람 때문
이었다.
소년들의 발 아래쪽.
간간이 바람을 뚫고 청동빛으로 물들어 있는 서녘 하늘
과, 산발적으로 널려 있는 게딱지 같은 모옥(茅屋)들이 보
였다.
왼쪽의 소년은 작은 동체를 옹송그리며 외쳤다.
"장풍사는 절대 아니야."
"킬킬… 그럼 어디에서 부는 바람이지?"
두 소년은 아까부터 눈길을 땅 쪽으로 돌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