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그날의 사고로 네 명이 죽었다.
“오빠는 내가 죽인 거예요. 다른 사람들도.”
살아남았음에도 죽기를 원하는 그녀, 정윤소.
“그렇게 혼자 아파하고 있었어요?”
가족을 앗아 간 사고에 복수를 계획한 그, 윤해인.
“아직도 그날의 공포를 기억해요.”
“그건 그냥 불행한 사고였을 뿐이에요.”
그 한마디를 내뱉는 순간 해인은 어느 누구보다
자신이 그렇게 생각하고 싶어 한다는 걸 깨달았다.
“이 길은 어디까지 이어질까요?”
“어딘가에는 닿겠죠. 우리가 아는 곳일 수도 있고, 모르는 곳일 수도 있고.”
“그래도 이제는 두렵지 않아요.”
어디로도 갈 수 없었던 길 위에서 마침내 찍힌 마침표는,
결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었다.
“나는 당신에게 조금은 위로가 되었나요?”
“당신이 없었으면 버틸 수 없었을 거예요.”
온통 너 하나로 가득했던 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