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학이 말하는 2030 대한민국의 자화상 :
이대로 가다가는 일본처럼 된다?
이대로 가다가는 일본만큼도 될 수 없다!
1972년, 그 해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아이는 100만 명이 넘었다. 그들이 부모가 된 2000년대 초반, 해마다 태어나는 아이는 50만 명을 넘은 적이 없다. 한 세대 만에 출생인구가 반 토막 난 것이다. 전쟁도 겪지 않은 나라에서 이처럼 출생인구가 급감한 나라는 우리나라를 제외하고는 일본뿐이다.
초저출산 현상이 우리 사회는 물론 기업과 개인의 삶에 가장 위협적인 요소가 되리라는 언론의 보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들은 말한다. 오늘의 일본을 보라고.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15~20년 먼저 초저출산 현상을 경험했고, 고령자가 전체 인구의 4분의 1을 넘어섰다. 우리도 2030년 즈음에는 오늘날의 일본처럼 될 터이니 큰일 아니냐고 한다.
그러나 인구학자인 조영태 교수는 이런 주장을 숫자의 이면을 보지 못한 전망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오히려 일본만큼만 되어도 다행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따라가고 있는 일본의 경제상황은 현재 어떠한가? 인구의 저출산 고령화에도 불구하고 2015년 현재 세계 3위 경제대국의 위치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그들은 자본주의 역사가 우리보다 깊고, 일본 기업들은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아 탄탄한 입지를 구축해두었다. 무엇보다 그들이 고령화될 때 한국과 중국, 대만 등 ‘젊은’ 주변국들이 그들의 제품을 많이 사주었다. 반면 우리나라는 어떤가. 기업들은 중국의 추격에 따라잡힐 것을 염려해야 하는 형편이다. 게다가 내수시장도 일본보다 크지 않은데, 우리 제품을 구매해줄 주변국들도 우리와 함께 늙어가고 있다.
이처럼 우리의 미래를 정확히 그려보려면 눈에 보이는 통계수치를 사회적 역량과 주변국과의 관계 등 다양한 요소와 연계해 적극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이것이 곧 조영태 교수가 강조하는 ‘인구학적 관점’이다. 경기동향, 주가추이, 문화담론의 변화 등 미래를 판단하는 수많은 프레임 중 가장 정확한 예측수단이 ‘인구’라는 데에는 전문가들 사이에 이견이 없다. 이민 등 해외 인구이동이 극심하지 않은 한, 10~20년 후를 예측하는 데 현재로서는 인구만큼 정확한 툴이 없다. 물론 각종 인구통계를 나열하는 것만으로는 미래예측이 될 수는 없으며, 이 숫자들을 의미 있게 풀어내는 해석력이 필요하다. 이것이 곧 ‘인구학적 관점’이다.
저출산과 고령화가 만드는 ‘정해진 미래’ 앞에서
우리가 ‘정해갈 미래’의 전략을 제시한다!
이 책은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한 ‘인구학적 관점’이라는 기준을 통해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전략을 알려준다. 우리나라 최고의 인구학자로 손꼽히는 조영태 교수는 이 책에서 저출산 세대가 사회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게 될 미래까지의 전체적인 사회변화상을 보여준다. 반 토막 난 출생인구는 당장 부동산과 가족관계부터 변화시키고 있다. 대형 아파트 수요는 벌써부터 줄어들고 있다. 그러면 소형 아파트에 수요가 몰릴 테니, 미리 사놓으면 돈이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정말로 그럴 것인가?
여성들의 사회참여가 점점 활발해지면서 맞벌이가 보편화될 텐데, 그러면 아이들은 어떻게 키울까? 이 고민은 조부모와의 관계와 사교육 시장에 변화를 불러온다. 그뿐인가. 학생이 점점 줄어들 테니 학교와 교사가 남아돌게 될 것이다. 현재 가장 선망 받는 직업인 교사는 언제까지 ‘철밥통’일 수 있을까? 지금도 학과 통폐합 등 정원 축소로 몸살을 앓고 있는 대학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저출산 세대가 성장함에 따라 인구변화의 여파는 가정에서 학교로 그리고 노동시장 등 사회 전반으로 확장될 것이다. 노동력이 부족해지니 이들이 사회에 진출할 때에는 지금의 청년실업 문제가 해결될까? 줄어든 인구를 대상으로 기업은 어떻게 상품을 판매해야 할까? 산업구조는 어떻게 변화할까? 다수를 점하게 될 고령층에는 어떤 노후가 기다리고 있으며,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국민연금은?
인구학의 관점에서 볼 때 이 모든 미래는 어느 정도 정해져 있으며, 설명 가능하다. 그것을 아는가 모르는가가 개인과 사회의 운명에 큰 차이를 가져올 것이다. 그러니 알아야 한다. 인구변화가 이끌어내는 미래의 변화된 사회상을 조금이나마 눈에 잡히는 증거와 함께 볼 수 있다면, 우리는 현재가 아니라 미래를 기준으로 자신의 앞날을 더 잘 준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은 ‘정해진 미래’다. 이렇게 말하니 마치 비관적 결정론을 설파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정해진 것은 사회적 미래일 뿐, 개인의 미래는 정해져 있지 않다. 저출산.고령화가 그려내는 미래는 분명히 비관적이다. 그렇다면 나빠질 미래를 그저 따라가기만 할 것인가? 인구학이 그려내는 미래의 모습을 보고, 우리의 삶이 그 안에서 어떻게 펼쳐질지 성찰한다면, 비록 객관적으로 좋지 못한 여건이라 해도 자신의 미래를 좀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정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이 책의 역할이다. 당신이 인구학적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럼으로써 당신의 삶 앞에 놓인 리스크를 조금이라도 줄이고 생존전략, 나아가 성공전략을 짤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노력이 개인 차원에 멈추지 않고 사회 구성원 전체로 확산된다면, 외롭고 삭막한 ‘각자도생’이 아니라 진정한 ‘공존’의 지혜를 모색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