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쓰는 작가’ 최민석표 구라문학의 태동기를 엿보다
최민석이 돌아왔다. 현란한 ‘구라’로 열혈팬을 낳고, 에세이 《베를린 일기》로 ‘국제호구’라는 별칭을 얻은 그가 이번에 두 권의 에세이집 《꽈배기의 맛》과 《꽈배기의 멋》을 내놓았다. 읽던 자리 아무데서나 쿡쿡거리거나 빵 터지게 하는 그만의 유머가 이번에도 빛을 발한다.
이 책 《꽈배기의 맛》은 2012년에 발간한 《청춘, 방황, 좌절, 그리고 눈물의 대서사시》의 개정판이다. 당시 피치 못할 사정으로 두 달 만에 절판되는 불운을 겪었지만, 눈 밝은 독자들에게 ‘최민석’이라는 이름 석 자를 각인시킨 에세이집으로 회자된다. (비록 기나긴 제목을 제대로 외워준 독자는 얼마 없었지만….) 때 이른 절판을 못내 아쉬워했던 작가는 5년 만에 다시 원고를 꺼내 한 줄 한 줄 꼼꼼히 읽고, 세월의 풍화를 견딘 글들을 선별해 보완하여 세상에 선보였다. 줄 사람은 생각도 없는데 노벨문학상 시상식 때 입고 갈 옷이 없다고 고민하고, 가을과 오므라이스의 관계를 논하고 생선의 미학을 설파하며, 뜬금없이 SF막장소설을 선보이는 등 특유의 유머가 종횡무진 이어진다. 요컨대 최민석 구라문학의 싹이 곳곳에 돋아나는 글들이라 하겠다.
작가는 왜 이 글들을 포기하지 못하고 다시 세상에 내놓았을까? 이 글들은 청탁받지 않은 글, 묵묵히 혼자 쓴 글이다. 오로지 글을 쓰겠다는 이유로 멀쩡한(?) 직장을 그만두고 ‘소설가’라는 직업을 얻은 2010년, 그에게 글을 부탁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 2년 동안 최민석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매주 한 편씩 에세이를 써서 올렸다. 스스로 정한 금요일 마감시간이 다가오면 “이틀 전부터 소재에 허덕이며 벽에 머리를 쿵쿵 박”아가며 아무도 불러주지 않는 작가의 삶을 기어코 이어왔다. 우리가 향유하는 그의 포복절도할 글은 실상 ‘매일 쓰는 작가’라는 성실성과 진정성이 있기에 가능한 것. 최민석의 글을 읽으며 어처구니없는 웃음과 유머 속에 뜻밖의 페이소스를 발견하게 되는 건, 진정성과 성실함으로 오늘을 사는 글쟁이로서 그의 삶이 묻어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대체로 만만찮고 때때로 난처한 삶,
거기에 꽈배기 맛이 나는 웃음이 있다
2010년 〈시티투어버스를 탈취하라〉로 창비신인소설상을 받으며 등단한 최민석 작가는, 2012년 《능력자》로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하며 소설가로서 자신의 능력을 입증한 바 있다. 그러나 그는 고백한다. 자신은 에세이를 쓰기 위해 소설가가 되었다고.
그만큼 각별한 애정으로 쓰는 자신의 에세이를 그는 ‘꽈배기 같은 글’이라고 말한다. 얼핏 보기에 아무렇게나 막 쓴 것 같은 글, 더러는 ‘나도 이만큼은 쓰겠다’는 승부욕(?)을 부르는 그의 ‘B급 문학’을 상징하는 음식이 있다면 단연 꽈배기라는 것. 대단한 빵이 아니고 호텔 제과점에 그럴싸하게 진열되지도 않는 만만한 음식이지만 실상 만들어보려면 만만치 않은 음식. 한번 먹게 되면 그다음부터는 영양소나 건강 따위 따지지 않고 눈에 띄면 ‘음. 꽈배기군’ 하고 아무 생각 없이 계속 먹게 되는 음식.
이처럼 그의 글은 부담 없이 재미있고 만만하지만, 그 안에는 결코 만만하지 않은 삶에 대한 관조가 숨어 있다. 그의 글은 폼 잡고 교훈을 주거나, 감동을 주거나, 사색으로 인도하지 않는다. 눈물 흘리길 기대하지도 않고, 웃어달라고 애원하지도 않고, 깨달아보라고 주장하지도 않는다. 폼은 나지 않고, 더러는 부족해 보이지만 읽다 보면 어느새 ‘이건 최민석의 글이군’ 하고 음미하게 된다. 꽈배기 같은 에세이만이 줄 수 있는 맛이자, 멋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