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이야기를 홀랑 뒤집고,
뱅뱅 비틀어서 다시 읽는 유쾌한 반전 동화!
“나무꾼이 선녀의 날개옷을 훔친 거라고?”
“왕자가 백설공주와 결혼을 안 한다면?”
“팥쥐도 엄청 슬펐다던데?”
엄청나게 익숙한데 이상하게 새로운
거꾸로 동화 속 이야기!
전래동화나 명작동화들을 읽다 보면 가끔 고개가 갸웃거려집니다.
왜 동화 속에 나오는 공주는 하나 같이 예쁘고, 왕자들은 전부 다 잘생기고 용감한 걸까?
계모들은 왜들 그렇게 의붓자식들을 구박을 하고 못되게 구는 걸까?
우리가 즐겨 읽던 ‘선녀와 나무꾼’도 다시 펼쳐보니 뭔가 석연치 않습니다.
‘잠깐! 나무꾼이 선녀의 날개옷을 훔쳤다고?
게다가 목욕하는 모습까지 몰래 훔쳐보고 있잖아?’
이 동화는 바로 이런 의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했던 동화 속 이야기들을 홀랑 뒤집어 보기도 하고, 뱅뱅 비틀어서 다시 보기 시작했지요. 그러자 놀라운 일들이 벌어졌어요! 우리가 한 쪽에 슬쩍 밀쳐 두었던 동화 속 인물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려주기 시작한 거예요. 그동안 아무렇지 않게 지나쳐 버린 장면들도 새롭게 들어오고요.
이 책은 책장을 뚫고 나와 새로운 시선으로 사건의 전모를 알려주는 동화 속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그 중 ‘선녀와 나무꾼’, ‘백설공주’, ‘콩쥐와 팥쥐’ 세 편의 작품을 골라 요리 비틀고, 조리 꼬집어서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로 탄생시켰지요.
뒤집어진 동화 속에서 새로운 주인공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는 과연 어떤 진실이 숨겨져 있을까요?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이야기를 한번 뒤집고, 거꾸로 생각해 보면 훨씬 더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답니다.
차별과 편견에 맞선 새로운 이야기들!
사회의 차별과 편견은 아주 작고 사소한 것에서 시작됩니다. 어렸을 때부터 익숙하게 듣고 자란 이야기 속에도 이런 왜곡된 시선들이 담겨 있지요. 용감한 남자와 예쁜 여성이라는 전형적인 모습, 남성의 도움을 받고 나서야 행복을 찾는 여성 캐릭터들, 가부장적인 가정의 모습 같은 내용들 말이에요. 물론 오랜 세월에 걸쳐 전해진 이야기라 지금의 잣대로 이야기할 수만은 없지만 한 번쯤은 다시 생각하고, 뒤집어 봐야 하지 않을까요?
이 책은 기존의 동화 속에 은연중에 담겨 있었던 성별과 외모에 대한 차별, 성역할 등에 대한 여러 가지 고정관념을 통쾌하고 기발하게 꼬집어냅니다. 과거와 현재의 편견과 차별을 비교해 보고, 성차별 극복을 위해 어떤 노력이 있었는지 우리가 알고 있던 전래동화와 명작동화를 통해 함께 이야기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가장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독후 활동,
뒤집어 바라보고, 새롭게 그려보기!
그동안 익숙하게 자리 잡은 고정관념들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고, 비틀어 생각해 보는 것은 초등 학교 저학년, 중학년에서 가장 중요한 독후 활동입니다.
기존의 틀을 깨트려보는 과정을 통해 비판적 사고력을 키워가게 되지요. 또 다른 시각에서 접하는 새로운 이야기를 읽으며 상상력을 키워나갈 수 있습니다. 가장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독후 활동은 바로 이런 ‘뒤집어서 새롭게 그려보기’의 과정이 아닐까요?
이 책에 실린 세 편의 동화를 시작으로, 아이들은 다른 이야기들을 접할 때도 ‘잠깐!’ 하고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자신만의 이야기로 새롭게 그려보기도 할 것입니다. 아이들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직접 꼬집어 주는 사례들, 참신한 발상으로 새롭게 꾸며본 이야기들이 앞으로 더 무궁무궁해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날개옷을 훔쳐 간 나무꾼은 어떻게 됐을까?> 속 세 편의 이야기
막내 선녀 구하기 대작전!
목욕하는 모습을 몰래 훔쳐보고, 남의 옷을 마음대로 숨겨 놓은 나무꾼을 용서해도 될까요? 나무꾼 때문에 하늘나라에서 사는 선녀는 가족들 품에서도 떨어져 인간 세상에 머물고 말았지요. 지고지순한 나무꾼의 사랑 이야기로만 알고 있었던 전래동화 ‘선녀와 나무꾼’은 곱씹어 볼수록 석연찮은 부분들이 많습니다. 왠지 요즘의 지하철 몰카범 같은 이들의 모습이 겹쳐 보이기도 하고요. 그동안 ‘선녀와 나무꾼’을 지나치게 나무꾼의 입장에서만 읽어 왔던 건 아닐까요? 우리는 낯선 인간 세상에 혼자 떨어져 겁먹고 있었을 선녀의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 보려 합니다. <막내 선녀 구하기 대작전!>의 막내 선녀는 언니 선녀들과 합심해 나쁜 나무꾼의 행실을 고발합니다. 나무꾼의 일기장을 찾아 증거를 수집하고, 언니 선녀들은 동네 아낙들을 만나 그간 나무꾼의 나쁜 행동에 대한 증언들을 모으지요. <막내 선녀 구하기 대작전!>에서는 이들의 의기투합과 적극적인 활동으로 나무꾼을 멋지게 혼내 줍니다. 그리고 이런 일들은 피해자들뿐만 아니라 공권력이 적극적으로 나서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고민 많은 사또’를 통해 보여주지요. 이제 나무꾼의 시각이 아니라 선녀와 아낙들의 입장에서 다시 한번 ‘선녀와 나무꾼’을 읽어볼까요?
해리왕자와 잠자는 백설공주
명작동화 불변의 법칙 하나, 자고로 공주는 아리땁고 왕자는 용감해야 한다! 용감무쌍한 왕자는 백옥같은 피부에 예쁜 얼굴을 한 공주만큼이나 편견에 사로잡힌 캐릭터 중 하나지요. 이런 왕자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새로운 왕자, <해리왕자와 잠자는 백설공주> 속의 주인공 해리왕자는 사람들이 기대하는 왕자의 모습과는 거리가 한참 먼 왕자랍니다. 말을 타고, 활쏘기나 칼싸움을 즐기기보다는 책읽기와 산책을 좋아하지요. 위험에 빠질 일은 하지 않는 소심쟁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몸을 지킬 줄 알고, 공명심에 사로잡히기보다는 ‘어떤 방법으로 잠든 백설공주를 깨울 수 있을까’ 골똘히 생각하는 지혜로운 캐릭터랍니다. 공주의 허락 없이는 함부로 키스를 할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하고, 공주에게 청혼을 하라는 난쟁이들의 부추김에도 처음 본 사람과는 결혼할 수 없다고 거절합니다. 해리왕자는 이처럼 명작동화에 씌워져 있던 ‘잘생기고 용감한 왕자’라는 틀에 박힌 고정관념을 깨준 누구보다 멋진 왕자이지요. <해리왕자와 잠자는 백설공주>를 읽으며 동화 속에 갇혀 있는 공주와 왕자 캐릭터 말고, 스스로가 생각하는 멋진 사람의 모습은 어떨지 한번 상상해 보는 건 어떨까요?
팥쥐도 슬펐대!
새엄마와 팥쥐는 왜 그렇게 콩쥐를 못살게 굴었을까요? ‘콩쥐팥쥐’를 다시 읽으며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딱히 그럴 듯한 이유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저 새엄마와 팥쥐가 나쁜 사람들이기 때문이지요. ‘계모’이기 때문에, 엄마가 구박을 하니까 팥쥐도 덩달아서……. 단지 그 이유 때문이라면 팥쥐와 새엄마는 좀 억울하지 않을까요? 특히 모든 것이 남성 위주로 돌아가던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불리했던 건 엄마를 따라온 팥쥐가 아니었을까요? <팥쥐도 슬펐대!>에서는 이런 팥쥐의 마음을 들여다보려 합니다. 동네 사람들이 수군수군 엄마 흉을 보고, 콩쥐만 가엾다고 해서 내심 속상해하는 팥쥐, 다들 콩쥐 편만 드는 것 같아 때론 서러워지는 팥쥐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때로는 서로 샘도 내고, 질투도 하지만 똑같은 옷을 입고, 맛난 것을 나눠 먹는 게 마냥 좋은 사이좋은 자매! 그리고 만날 양반타령만 하면서 집안일이라고는 손사래부터 치는 아빠를 어떻게든 바꿔보려는 꾀쟁이 자매! 콩쥐팥쥐를 새롭게 읽다 보면 어린이 독자들의 머릿속에도 새로운 상상들이 마구마구 펼쳐질 듯합니다.
본문 발췌
“그럼 훔쳐본 그놈 생김새를 사또께 알려서 잡아들이게 하면 되잖아요.”
아낙들은 다들 손사래를 쳤다.
“말도 안 돼! 그럼 동네방네 소문이 금방 날걸. 사람들은 훔쳐본 놈을 탓하기보단 우리가 행동을 잘못해서 그런 일을 당한 거라고 손가락질 해댈 거라고.”
아낙들은 잔뜩 겁에 질린 눈치였다. 첫째 선녀는 그런 아낙들이 안쓰러웠다.
“그렇지 않아요! 그건 당신들 잘못이 아닌 걸요. 나쁜 건 바로 훔쳐본 놈이에요. 그러니 우리가 사실대로 다 말해야지요, 그래야 사람들도 오해를 풀 거예요.”
아낙들의 눈동자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런 거지? 우리가 쉬쉬하면 결국 그놈은 계속 나쁜 짓을 할 거 아냐.”
“맞아! 우리가 진실을 말해야 해!”
p 31~33, <막내 선녀 구하기 대작전!>
“용감한 왕자님, 어서 백설공주님께 입맞춤을 하세요! 어서요!”
해리왕자는 화들짝 놀랐다.
“뭐? 공주에게 입맞춤을 하라고? 처음 본 여인에게 입을 맞추라니! 공주의 허락도 없는데? 말도 안 돼!”
난쟁이들은 무척 실망한 목소리로 말했다.
“에이, 겁쟁이 왕자셨군요. 잠든 왕자님들을 보니 덜컥 겁이 나서 그런 거지요?”
난쟁이들의 목소리에 빈정거림이 가득했다.
그래도 해리왕자는 당당했다.
“겁이 나는 거야 당연하지. 무작정 입맞춤을 하면 나도 저 꼴이 되고 말 테니까.”
p 51, <해리왕자와 잠자는 백설공주>
콩쥐는 팥쥐와 똑같이 차려 입는 옷이 참 좋았다. 형제 없이 컸던 터라 동생과 쌍둥이처럼 옷을 입는 게 좋았다. 팥쥐도 그런 눈치였다. 콩쥐와 나눠 입은 옷을 팔랑거리며 신나했다.
그런데 동네 사람들은 그것조차 오해를 했다. 콩쥐와 팥쥐가 함께 있는 것만 봐도 수군거리기 일쑤였다.
“세상에! 콩쥐 좀 봐. 저렇게 싸구려 옷감으로 지은 옷을 입고 다니네. 팥쥐 옷은 늘 좋아 보이던데 말이야.”
똑같은 옷감으로 똑같이 만든 옷인데도 동네 사람들 눈에는 달라 보이는 걸까?
p 75~76, <팥쥐도 슬펐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