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내 감정과 친해지고 싶다

황선미 | 메이트북스 | 2018년 07월 05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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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관계의 99%는 감정을 알고 표현하는 것이다!

내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싶은, 내 감정과 친구가 되고 싶은, 그래서 행복하게 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인생지침서다. 상담학 박사인 저자는 이 책에서 감정에 대해 제대로 알고 친해지는 법을 소개한다. 감정을 느끼고 그 감정과 친해져야 건강한 삶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감정은 우리 눈에 보이진 않지만 한 사람의 생각과 행동, 나아가 인간관계에까지 큰 영향을 미친다. 감정에 이리저리 휘둘리지 말고 행복한 관계를 맺고 싶다면, 따뜻한 관계가 그립다면 나와 상대의 감정에 집중해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감정이 무엇인지 이를 어떻게 느끼고 표현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 그 결과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적절히 느끼지 못해서, 혹은 상황에 맞게 적절히 표현하지 못해서 심리적 어려움과 관계에서의 괴로움을 겪는다. 이 책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알고, 제대로 표현하는 법을 익힌다면 살아가면서 적절하게 감정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감정은 현대인이 느끼는 소외감의 중심에 있다. 이 책은 인간이 가진 다양한 감정 중에서도 일상적이며 부정적 감정인 화·공허·부끄러움·불안·우울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런 감정들은 내 마음속에 있다고 인정하기도 어렵고, 타인에게 있는 그대로 털어놓기도 어렵다. 하지만 저자는 부정적 감정이 버려야 할 감정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즉 모든 감정은 가치중립적이기에 세상에는 나쁜 감정도 없고, 좋은 감정도 없고, 그저 다양한 감정만이 존재하는 것이다. 부정적 감정 그 자체는 문제가 아님을, 핵심은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감정을 잘 받아들이는 데 있음을 이 책을 통해 깨달을 수 있다. 감정을 잘 받아들인다는 것은 감정에 휩싸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즉 화가 날 때마다 소리를 지르고 슬플 때마다 목청껏 우는 것은 감정에 흔들리고 휩싸이는 것이지 감정을 잘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다. 더 나아가 이 책에서 소개하는 일상적인 감정 이야기를 통해 ‘아,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구나!’ 하는 진정한 공감과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감정을 느끼고 그 감정과 친해지는 법

우리 주변에 감정이 없는 사람은 없지만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많다. 그런데도 감정을 제대로 조절하고 표현하는 사람도 드물다. 사람은 슬플 수도 있고, 화가 날 수도 있고, 창피할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그런데 정작 누군가로부터 “화가 나도 괜찮아”라는 말을 직접 들은 적은 없다. 그래서 사람이 화가 날 수도 있다는 것은 알지만 정작 나 자신이 화나고 슬프고 우울해도 괜찮은지 헷갈린다. 화가 머리끝까지 나있을 때 조절하는 방법도 모르고, 숨 한 번 고를 여유도 없는 당신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권한다. 이 책을 읽고 감정에 대해 말할 수 있게 되고, 감정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되면 당신의 인생은 180도 달라질 것이다. 살면서 자기감정을 드러내고 다른 사람에게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존중받아본 사람들은 눈빛부터 다르다. 자기감정을 진짜로 드러내는 것, 그것만으로도 당신의 삶에 생기가 살아날 것이다.
이 책은 총 7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서는 우리에게 감정은 왜 중요한지, 내 감정은 지금까지 어디에 숨어있었는지 들여다본다. 숙제처럼 골몰히 생각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감정. 그만큼 깊이 숨어있는 감정의 실체에 대해 알 수 있을 것이다. 2~ 6장에서는 우리를 힘들게 하는 일상적 감정들인 화·공허함·부끄러움·불안·우울에 대해 들여다본다. 우리에겐 여러 감정들이 있지만 이 책에서 특별히 화·공허·부끄러움·불안·우울로 추린 것은 다른 감정들보다 이 감정들이 더 문제시되기 때문이다. 분명 화가 났는데, 외로운데, 공허한데, 수치스러운데, 죄책감이 느껴지는데, 불안한데, 우울한데 어디다 떳떳하게 말하기는 어려운 감정들이다. 그런 감정들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이야기한다. 마지막으로 7장에서는 사랑이라는 치유법을 제시한다. 용서하는 사랑의 힘, 감싸주는 사랑의 힘, 채워주는 사랑의 힘, 버텨주는 사랑의 힘, 기다려주는 사랑의 힘으로 우리의 감정은 비로소 수용되고 소통된다.

■ 책 속으로

감정이라는 자연스러운 현상에 자연스럽게 반응하기를 어려워합니다. 먹고살기 바빴던 시대에 살던 부모님 세대들은 더할 나위 없겠지요. 많은 사람이 생존의 문제에 빠져 자신의 감정을 살피고 표현한다는 것을 사치로 여기며 살아갑니다. 아버지의 손을 한 번도 잡아본 적이 없다는 아들, TV 앞에서 단절된 가족 식사, 속마음과 달리 괜히 잔소리만 늘어놓는 어머니…. 주위를 둘러보면 너무나 많은 사람이 감정에 충분히 기름칠을 하지 못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의 질문은 소명이 되었습니다. ‘되도록 많은 사람이 감정에 대해 제대로 알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 ‘먼저 알게 도와주고 그다음에는 느끼도록 도와주자.’ 나의 생각과 감정, 그리고 행동의 근원을 아는 것은 더 나은 삶을 위한 시작입니다. 그런데 아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알고 나서는 느껴야 합니다. 내 감정을 충분히 느끼고 반응해야만 진정한 삶의 변화가 일어납니다. _pp.29~30

우리 마음속에 덩어리지어 있는 감정들을 세밀하게 인식하는 것을 ‘감정의 분화 emotion differentiation’라고 합니다. 감정을 분화시키는 것은 마치 말초신경을 발달시키는 것과 같습니다. 몸 전체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팔다리의 움직임으로도 충분하지만, 젓가락질을 하기 위해서는 손가락 근육이 발달해야 합니다. 더 나아가 야구 같은 정밀한 스포츠를 즐기기 위해서는 손마디와 손끝의 섬세한 신경을 이용해 직구와 변화구를 적절히 구사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희로애락만으로도 살 수는 있습니다. 그렇지만 성숙하고 세련된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감정들을 분화하고 발달시켜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될까요? 야구선수가 변화구를 잘 던지기 위해 한 동작을 수도 없이 반복하듯이 우리도 대화를 통해서, 음악을 들으며, 조용히 내면에 귀를 기울이며, 책을 읽고 영화를 보며, 상담이라는 전문적 도움을 통해서, 이외에도 여러 매개를 통해 감정을 섬세하게 다듬고 학습할 수 있습니다. _pp. 38~39

상반되는 여러가지 마음이 공존하는 것을 ‘양가감정 ambivalence’이라고 합니다. 양가감정은 어른의 감정입니다. 어른이 될수록 우리는 한마디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을 경험하며 살아갑니다. 저는 뜨거운 국이 “시원하다”고 느껴지는 순간부터 어른이 되는 것 같습니다. 외도를 한 배우자가 미치도록 밉고 화가 나면서도 옆에는 계속 있어줬으면 하는 말도 안 되는 마음이 인간의 마음입니다. 그러니 어쩌겠습니까? 양가감정도 감정입니다. 감정에는 옳고 그름이 없기 때문에 양가감정도 자연스러운 감정임을 인정해야합니다. 감정은 이렇게 때론 모순적이고, 매우 복잡합니다. 감정은 한 시점에 동시에 나타날 수도 있고, 짧은 시간에 변할 수도 있습니다. 감정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감정에 대해서는 옳은 사람도 없고, 그른 사람도 없습니다. 어제와 오늘의 감정이 다르고, 너와 나의 감정이 다릅니다. 똑같은 상황에 처해있다고 해도 서로 다르게 느낄 수 있고, 똑같이 수치심을 표현하지만 서로 다르게 느낄 수 있습니다. 사람은 본디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_pp.41~42

‘화가 난다’라는 말을 가만히 살펴보면 ‘누가’라는 주어가 없습니다. ‘화’가 주어입니다. 그런데 화를 낸다는 것은 다릅니다. ‘내 어깨를 툭 치고 간 그에게 내가 화를 냈다’처럼 사람이 주어가 되고 화가 목적어가 되어 화가 난 구체적 이유와 대상이 나옵니다. 즉 화는 감정 그 자체이기 때문에 화가 나는 것만으로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당사자가 화를 냈을 경우에만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집니다. 이 당연한 차이를 구분하지 못해 화에 대한 수많은 사건과 오해가 벌어집니다. 화는 외현적인 행동, 특히 공격적인 행동과 관련이 깊습니다. 화가 과하면 타인에게 해를 끼치기도 합니다. 누군가에게 화를 내고 해치는 일이 반복되면서 역사 속에서 화는 부정적으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화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며 화가 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동시에 화는 다루기 매우 까다로운 감정입니다. 문제는 ‘화’ 자체가 아니라 화가 나는 것과 화를 내는 것을 ‘구분하지 못하는’ 데 있습니다. _pp.72~74

‘화병’이란 말을 많이 들어보셨지요? 화병의 사전적 정의는 ‘억울한 마음을 삭이지 못해 간의 생리 기능에 장애가 와서 머리와 옆구리가 아프고 가슴이 답답하면서 잠을 잘 자지 못하는 병’입니다. 사람이 아주 오랫동안 화를 품고 살면 이런 증상이 생깁니다. 임상현장에서 교과서처럼 사용되는 『정신장애의 진단 및 통계 편람 DSM-IV』에는 화병이 한글 고유명사 그대로 ‘Hwabyung’이라고 등록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문화적 배경에서 나타나는 ‘분노 증후군anger syndrome’이라고 인정하고 있지요. 문화적으로 고유한 증상으로 인정되기 전까지 화병은 우울증의 한 양상으로만 여겨졌습니다. 그런데 화병은 우울증과는 다른 신체적 증상이 나타납니다. ‘화병火病’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화병을 앓는 사람들은 몸에서 열기가 느껴지고, 가슴이 답답하며, 속에서 무언가가 치밀어 오르면서, 목이나 명치에 덩어리가 뭉친 것 같은 느낌을 자주 호소합니다. 사람이 오랫동안 화를 품고 참기만 하면 쌓인 화가 마음과 몸을 상하게 합니다. _pp76~78

정체 없는 화가 쌓이면 사소한 갈등에도 예민해지고, 자신도 모르게 갑자기 욕이 튀어나오기도 합니다. 홧김에 사건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화’라는 감정을 제대로 다루기 위해서는 없어진 대상과 원인을 찾아야 합니다. 사실 우리는 공중에 소리를 지르고 세상을 탓하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알면서도 습관과 타성에 젖어 무분별하게 화를 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희망적인 소식이 있습니다. 화를 많이 내는 사람들일수록 사실은 의지가 매우 강하고 에너지가 충만한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상실에 바로 쓰러지지 않고 화를 낸다는 것은 그만큼 잘살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는 반증이 아닐까요? 그들은 다만 강한 의지를 화를 내는 데 소진하고 있을 뿐입니다. 의지의 물길을 바꾸지 않는다면 여러분은 타고난 강한 에너지를 어리석게 사용하는 직무유기를 저지르는 셈입니다. 직무유기를 하지 않으려면 물길을 돌려야 합니다. 화를 제대로 내는 방향으로 말이죠. _pp.95~96

함께 있으면서도 혼자 있는 것 같은 그 감정이 얼마나 외롭고 공허한가요? 떠들썩하게 웃고 마셔도 뒤돌아서면 순간 외로워지는 것이 인간 마음입니다. 그러니 너와 나 사이의 거리가 얼마나 마음 시린가요? 슬프지만 어떤 노력으로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없앨 수는 없습니다. 좁힐 수는 있습니다. 가까운 곳에 살며 마음을 나누고자 같이 살 수 있습니다. 깊은 사명감을 나누기 위해 특별한 모임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사이를 좁힐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너와 나’만큼의 간격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학창시절엔 단짝을 찾고, 커서는 연인을 찾습니다. 사람으로 채울 수 없다면 음식, 술, 게임, 쇼핑, 성을 친구 삼아 어디에든 융합하려 노력합니다. 안타깝게도 어떤 노력으로도 사람 사이의 거리를 없앨 수 없듯이 어떤 행동으로도 공허함을 없앨 수는 없습니다.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느 정도의 공허함을 받아들인다는 뜻일 겁니다. 나 말고도 외로운 남과 관계를 좁히며 살아야 하는 여정이겠지요. pp.129~130

사람 사이에 거리를 느끼며 사는 것은 나 혼자만이 아닙니다. 누구나 어느 정도는 공허하고 허전합니다. 다만 느끼는 정도가 다를 뿐입니다. 내 마음에 공허함의 크기가 크다면, 만나면 즐겁고 따뜻한 느낌을 주는 사람들과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으며 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가족이 이 역할을 해준다면 제일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기회는 많습니다. 살면서 만나온 좋은 친구들, 나를 이해해주는 따뜻한 연인, 힘이 되는 공동체는 공허함을 채워줄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중요한 점은 나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어도 나를 비판하지 않을 만한 사람들, 소명을 함께 공유하며 또는 소명을 향해 나아가는 노력을 함께 지지해줄 수 있는 사람들과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는 것입니다. 무엇을 하든지 사람과 함께하세요. 마음속 구멍은 혼자서는 절대 줄일 수 없습니다. 함께 체온을 나눌 때에만 공허함이 옅어지니까요. 그것도 서서히요. _pp.132~133

부끄러움은 나의 보이고 싶지 않은 부분을 누군가가 지켜본다고 생각할 때 느끼는 감정입니다. 문제는 부끄러움을 느끼는 그 자체가 아닌 이를 감추려는 노력에서 나옵니다.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은 매우 고통스럽지만 이 감정들이 지나간다고 해서 아무것도 망가지지 않습니다. 부끄러움을 가리려는 과도한 시도가 완벽주의, 강박적으로 무언가에 탐닉하고 이를 취소하는 행동들, 분노억제와 분노폭발 행동 등의 문제를 유발합니다. 안타깝게도 가리려는 시도 중 어느 하나도 죄책감과 수치심을 덜어주지는 못합니다. 오히려 자기 관리와 대인관계에 실패했다는 자괴감만 가져옵니다. 자신의 가치를 더욱 깎아내리기만 하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위로가 되는 사실은 부끄러움 없는 인격의 성장은 없다는 점입니다. 결국 부끄러움이 주는 인간의 유한함과 약함을 경험해보는 것이 성장의 시작입니다. 그래야 거리낌 없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세상에 나보다 나은 사람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며 더불어 살아갈 수 있습니다. _pp.155~156

사람은 누구나 불안해합니다. 불안 치료는 불안을 공기처럼 느끼게 하는 것입니다. 공기는 우리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지만 사람들은 공기를 신경 쓰지 않습니다. 그러다 가끔 바람이 불 때면 ‘아, 공기가 있었지’ 하고 생각하는 정도입니다. 그렇다고 공기가 제 할 몫을 하지 않나요? 아닙니다. 매일 필요한 산소를 공급해주며 묵묵히 그 자리를 채우지요. 불안도 그렇습니다. 불안은 사람들이 위험을 피할 수 있도록 우리 마음속에서 묵묵히 제 기능을 합니다. 그러니 평소에는 괜찮다가도 바람이 부는 듯 인생의 소소한 사건이 있을 때마다 ‘내가 불안하구나’ 하고 깨닫게 되지요. 높은 산에 올라가면 가쁜 숨을 내쉬듯이 힘든 시절에는 더 불안할 수 있습니다. 날 때부터 폐기능이 약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보다 더 힘을 주어서 숨을 쉬어야 하듯, 다른 사람보다 예민한 사람들은 마음에 더 신경을 쓰면서 살아가야 합니다. 그런데 그 정도면 괜찮습니다. 사람에게는 불안하면서도 사랑할 수 있고, 불안하면서도 여전히 도전할 수 있는 신비한 능력이 있으니까요. pp.202~203

사람은 중요한 대상을 잃었을 때 상실감을 경험합니다. 저는 이 글을 쓰기 바로 전에 강력한 일상적 상실감을 느꼈습니다. 졸음을 쫓으려고 커피를 마시다가 실수로 노트북에 커피를 쏟아버린 것입니다. 이렇게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가지를 잃으면서 일상적 상실감을 느낍니다. 이때 내가 잃은 것이 나에게 얼마나 중요한지에 따라 쉽게 넘길 수도 있고, 우울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내가 그것을 잃은 상태라도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 앞으로 가기를 포기할 것인가에 따라 우울함이 일상적 기분으로 남을 수도 있고, 일상생활을 지속적으로 방해하는 병리로 번질 수도 있습니다. 우울하면 다 우울증이라고요? 우리는 하루에도 열두 번씩 우울한 마음을 느끼며 살아갑니다. 상실과 고통이 많은 인생살이가 우울증을 만들 수 있다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상실이 개인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그 상실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따라 사람들은 모두 다르게 반응합니다. _pp.211~213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Elizabeth Kubler Ross는 “사람들이 상실을 겪으면 대개 비슷한 단계로 반응을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애도는 ‘부정-분노-타협-우울-수용’의 모든 단계에서 일어나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느끼는 과정입니다. 상실을 겪으면 그 후 오랜 시간에 걸쳐 마음속에 나타나는 모든 감정들을 억압하지 말고 느끼며 표현해야 합니다.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도 당사자가 아니라고 부정할 수도, 화를 낼 수도, 이 모든 과정을 처음부터 다시하려고 애쓸 수도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비판하지 않고 그저 함께 있어주어야 합니다. 당사자가 진짜 우울을 경험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슬픔 뿐 아니라 행복하고 감사했던 추억도 나누며 생과 사, 행복과 불행이 뒤섞여 있다는 것을 마음으로 체험해야 합니다. 진정한 애도란 우울을 건너뛰지 않습니다. 우울에만 멈추어 서서 좌절을 곱씹지도 않습니다. 우울해도 살아갈 수 있다는 용기가 내면에 자리 잡을 때, 상실은 내 안에서 소화되고 애도되기 시작합니다. pp.227~228

나를 알고 내 안에 숨 쉬는 감정을 알아야 합니다. 앞 장에서 감정들을 살펴보며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에 대해 답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아는 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요리를 책으로만 배우면 맛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손맛 없는 음식점에는 손님들이 드나들지 않듯이 감정도 음식처럼 손맛이 필요합니다. 감정을 알기만 하는 사람은 손맛 없는 밋밋한 사람이 감정을 아는 체하는 꼴입니다. 그래서 이번엔 아는 것 외에 우리 삶에 필요한 ‘사랑’을 다루고자 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내 감정을 내 것으로 받아들이는 노력은 개인의 영역이 아닙니다. 개인의 노력으로 가능하다면 아는 것으로 충분했겠지요. 앎은 혼자서 책을 보거나 공부를 하면서도 충분히 쌓아갈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받아들이고 표현하는 과정은 타인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위니콧의 말을 빌리자면 ‘나에게 충분히 좋은 good enough 사람’ 다시 말해 ‘사랑을 주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나 역시 누군가에게 ‘충분히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_pp.259~260

감정은 스스로 극복할 수 없습니다. 마치 웅덩이에 물이 잔뜩 고여 있다고 해서 그곳에서 전기를 뽑아낼 수 없는 원리와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사랑에 있는 의지를 빌려 감정을 지켜내고 받아들이는 것이지요. 비단 남녀 간의 사랑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오고가는 온기. 네가 그런 감정을 가질 수 있다고 수용해주고, 그랬느냐고 공감해주고, 그래도 된다고 위로해주는 사랑. 아픈 아이를 향한 부모의 내리사랑, 한 번쯤은 잘못을 눈감아 주는 선생님의 사랑, 잘못된 길을 가는 아이에게 회초리를 들고 그 자책감에 눈물 흘리며 상처에 연고를 발라주는 사랑, 자신을 희생하는 사랑, 자신을 지키는 사랑, 그래도 아직은 살아갈 만하다며 매일 경험하는 그 사랑을 말합니다. 에리히 프롬은 모든 사람은 무언가로부터 분리되어 살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모든 사람은 사랑을 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사랑만이 고립감과 분리감을 극복하게 합니다. 사랑만이 타인과 나를 결합시켜 감정을 받아들이고 소통하게 합니다. _pp.263~264

저자소개

■ 지은이

지은이 _ 황선미
중앙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미국 텍사스 주에 있는 사우스웨스턴 침례신학대학원에서 결혼·가족상담학 석사를 마쳤다. 양재동 횃불 트리니티신학대학원에서 기독교 상담학 박사를 수료했다. 사람 사는 이야기, 의미 있는 삶, 성장을 좋아해 다양한 연령·인종·문화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며 오로지 ‘상담학’이라는 한 우물을 넓고 깊게 파고 있다. 전문적이면서도 실생활과 격리되지 않은 실용적인 상담으로 보다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소명으로 삼고 있다. 저서로는 『받아들이면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목차소개

■ 차례


지은이의 말_ 감정이란 게 그렇습니다

1장 감정은 그 무엇보다 소중하다
‘나’라는 사람에 대해 안다는 것
사람에게 감정이 왜 중요한 것일까?
우리는 감정에 어떻게 반응하는가?
감정은 다양하고 사람마다 다르다
감정에 대한 태도는 메타감정이 만든다
내 감정과 친해지는 1단계는 ‘알아차리기’
내 감정과 친해지는 2단계는 ‘받아들이기’
내 감정과 친해지는 3단계는 ‘표현하기’

2장 화는 나는 건가 내는 건가?
화가 나는 것과 화를 내는 것의 차이
우리 사회의 고유한 질병인 화병
공격적인 분노 표출과 수동적인 분노 표출
그런데 왜 화가 날까?
시원하게 제대로 화를 내자
화를 줄이고 싶다면 상황을 내버려두자

3장 공허함은 마음속 구멍
마음속 구멍을 채우려고 분투하다
도대체 왜 공허한 것일까?
구멍이 원동력이 되게 하라
마음의 구멍을 줄이는 법

4장 부끄러움은 마음속 나를 바라보는 눈
부끄러움을 느끼는 순간에는 늘 상대가 있다
부끄러움에 대해 미처 몰랐던 것들
부끄러움 없는 인격의 성장은 없다
죄책감과 종교적 윤리주의

5장 불안은 불확실한 나에 대한 불안한 마음
사람은 왜 불안을 느끼는가?
죽을 것 같은 공포, 공황장애
혼자 남거나 버려지면 어떡하죠, 유기불안
제가 다 망쳐버릴 것 같아요, 발표불안
왜 나는 늘 불안한 걸까?
불안한 나를 불안하지 않게 바라보기

6장 우울은 슬픔의 여러 가지 다른 모습
우울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
상실의 경험과 애도
상실이 주는 선물, 성숙
무엇을 애도할 것인가?
왜 나는 우울한 걸까?
아무것도 집중할 수 없어요
아무것도 선택할 수 없어요
내 인생은 쓸모가 없어요
이 정도면 충분한 당신

7장 세상에서 제일은 사랑이다
사랑, 아는 것을 되도록 하는 힘이다
사랑은 용서하는 힘이다
사랑은 감싸주는 힘이다
체온으로, 밥으로 서로를 채우다
사랑은 버텨주는 힘이다
사랑은 기다려주는 힘이다
감정은 사랑으로 수용되고 소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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