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하는 평화

전쟁, 국가 권력에 저항하는 평화주의자들의 대담

전쟁없는세상 편 / 엄기호, 김종대, 강인철, 정희진, 서경식, 조영선, 하승우, 최현정 | 오월의봄 | 2015년 01월 12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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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군대를 거부하는 평화운동가들과 행동하는 지성들의 열정적인 대화
대한민국 곳곳에 뿌리박힌 폭력, 그리고 우리의 저항에 대한 이야기

《저항하는 평화》는 군대와 군사주의를 거부하는 평화운동가들과, 냉철한 시선으로 권력을 해체하는 각계 지성들의 대담을 엮은 책이다. 대담에 참여한 엄기호, 김종대, 강인철, 정희진, 서경식, 조영선, 하승우, 최현정은 각각 ‘청년’ ‘징병제’ ‘종교’ ‘젠더’ ‘국민국가’ ‘교육’ ‘비폭력운동’ ‘트라우마’라는 주제 안에서, 대한민국 곳곳에 뿌리박힌 폭력과 우리의 저항에 대해 이야기한다. 치열한 사유와 대화의 결과물을 읽어가는 동안, 스펙트럼이 넓은 주제들이 하나로 모아지면서 지금 우리 사회를 포위하고 있는 폭력의 실체 그리고 그것에 맞설 ‘진짜 평화’라는 과제와 대면하게 될 것이다.

저자소개

편자: 전쟁없는세상

평화주의자.반군사주의자들의 네트워크. 2003년에 병역거부자들의 모임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군사 주의와 전쟁에 저항하는 다양한 활동(병역거부 캠페인, 비폭력 프로그램, 무기거래 반대 캠페인, 제주해군기지 건설 저지 캠페인 등)을 하고 있다. 모든 전쟁은 인간성을 파 괴하는 범죄일 뿐이며,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 더 많은 문제들을 발생시킨다고 생각한다. 전쟁이 일상적인 차별과 착취의 결과물이듯, 평화 역시 일 상적인 노력의 결과물이다. 전쟁없는세상은 전쟁을, 그리고 전쟁을 일으키는 다양한 원인을 우리 일상과 사회구조에서 제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홈페이지 http://www.withoutwar.org)

저 자 소 개

엄기호 (문화인류학자)
김종대 (국방 평론가)
강인철 (한신대 종교문화학과 교수)
정희진 (여성학·평화학 연구자)
서경식 (도쿄게이자이대 현대법학부 교수)
조영선 (교사. 인권교육센터 들 활동가.)
하승우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운영위원)
최현정 (트라우마 치유센터 ‘사람 마음’ 상근 활동가)

※ 대담 참여자 상세 프로필


1 [청년] 서바이벌이 된 일상, 군대가 차라리 편하다?

엄기호
성장이 불가능한 시대의 페다고지pedagogy 를 만드는 것을 삶의 화두로 삼고 있다. 현재 덕성여대 겸임교수, ‘교육공동체 벗’에서 발간하는 《오늘의 교육》 편집위원을 하고 있다. 저서로 《닥쳐라, 세계화!》 《아무도 남을 돌보지 마라》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우리가 잘못 산 게 아니었어》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 《단속 사회》가 있고, 이 외 다수의 공저가 있다.

여옥
대학 시절 반전운동을 하다가 병역거부를 알게 되었고,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전쟁없는세상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전쟁없는세상에서 상근을 하며 병역거부 팀을 담당하고 있고, 비폭력 직접행동과 무기거래 문제에 관심이 많다. 제주해군기 지 건설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 집행위, 군 안보교육 대응 모임, 열린 군대를 위한 시민연대 운영위, 무기제로, 비폭력 트레이너 네트워크 망치 등에도 참여하고 있다.

2 [징병제] ‘덜’ 가혹한 군대는 가능할까?

김종대
〈디펜스21+〉 편집장이며, 국방 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14~16대 국회에서 국방 비서관과 보좌관을 지냈다. 노무현 대통령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국방전문위원, 이후 청와대 국방보좌관실에서 유일한 민간인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이어 국무총리실 산하 비상기획위원회 혁신기획관, 국방부 장관 정책보좌관 등을 지냈다. 저서로는 《노무현, 시대의 문턱을 넘다》 《서해전쟁》 《진짜 안보》 등이 있다.

임재성
전쟁없는세상에서 활동하면서 평화운동가들, 병역거부자들과 새로운 생각을 나눌 수 있었다. 그 생각을 바탕으로 병역거부를 선택했으며, 2006년 5월 수감생활을 마쳤다. 출소 이후 평화 연구를 해보겠다는 마음에 사회학과 대학원에 진학했다. ‘폭력의 사회학’이란 화두를 가지고 군사주의, 평화운동, 법과 폭력 등을 연구하면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저서로는 《삼켜야 했던 평화의 언어》가 있고, 논문으로는 〈군사주의에 갇힌 헌법재판소〉 〈평화권을 통해서 본 한국 인권 담론 확장과정 연구〉 등이 있다.

3 [종교] 정의로운 전쟁 vs 정의로운 평화

강인철
한신대학교 종교문화학과 교수. ‘종교에 대한 역사사회학’과 ‘사회?문화에 대한 종교사회학’을 지향하면서, 주로 한국의 종교정치, 종교사회운동, 종교권력, 개신교 보수주의, 북한 종교, 지구화와 종교, 종교와 전쟁, 양심적 병역거부 등에 대한 탐구를 시도해왔다.

박정경수
평화 활동가. 기독교인으로 신앙생활을 하고 있으며 2006년 양심적 병역거부를 했다. 환경과 평화에 관심이 많다. 지금은 군대와 군사주의라는 주제를 가지고, 군사기지에 대해 고민하며 활동가로 살고 있다.

4 [젠더] ‘거부’와 ‘기피’를 넘어 ‘탈주’하라

정희진
여성학·평화학 연구자. 여성학은 하나의 분과가 아니라 인간과 사회를 多학제적, 間학문적으로 접근하는 인식론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가정폭력과 여성인권》과 《페미니즘의 도전》을 썼고,《한국여성인권운동사》 《성폭력을 다시 쓴다》의 편저자이며 20여 권의 공저서가 있다.

샤샤
병역거부자. 성소수자. 현재 대학원에서 철학을 전공하며, 혐오 발언Hate speech 에 관한 석사학위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이길준 (가리)
병역거부자. 현역의경으로 복무하다 2008년 7월 병역거부를 했다. 2009년 11월 출소했다. 소설가이자 음악가.

5 [국민국가] 군대를 안 가면 국민이 아닐까?

서경식
1951년 일본 교토 출생으로 와세다대학 문학부 프랑스문학과를 졸업했고, 현재 도쿄게이자이대학 현대법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성공회대학교에서 2년간 연구교수를 지냈다. 재일조선인들의 역사와 현실, 일본의 우경화, 예술과 정치의 관계, 국민주의의 위험 등에 대해 열정적으로 기고하고 강연했다. 지은 책으로는 《소년의 눈물》 《시대의 증언자 쁘리모 레비를 찾아서》 《나의 서양미술 순례》 《나의 조선미술 순례》 《사라지지 않는 사람들》 《청춘의 사신》 《디아스포라 기행》 《난민과 국민 사이》 《만남》(공저) 《언어의 감옥에서》 《시대를 건너는 법》 《디아스포라의 눈》 《역사의 증인 재일조선인》 《후쿠시마 이후의 삶》(공저) 등이 있다.

이용석
대학 때 학생운동을 하다가 병역거부운동을 만났다. 대학을 졸업하고 전쟁없는세상에서 활동하며 병역거부를 했다. 2009년 이후로는 출판사에 취직해 출판 노동자로 일하면서 전쟁없는세상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6 [교육] 폭력을 다스리는 더 큰 폭력의 울타리

조영선
고등학교 교사. 인권교육센터 ‘들’에서 활동하고 있다.

김훈태
평택에서 약 5년간 초등학교 아이들을 가르쳤다. 평화주의 신념에 따라 병역거부를 한 뒤 1년 3개월의 수감생활을 마치고, 출소 후 대전교육연구소에서 잠시 간사로 일했다. 6년 조금 넘게 청계자유발도르프학교에서 담임 교사로 일했으며, 현재는 서산에서 루돌프 슈타이너의 인지학과 발도르프교육학을 연구하고 있다. 슈타이너사상연구소 연구원.

7 [비폭력운동] 삶을 재구성하고 세상을 바꾸는 직접행동

하승우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운영위원이자 교육공동체 벗, 땡땡책협동조합의 조합원. 《풀뿌리민주주의와 아나키즘》 《공공성》 《민주주의에 反하다》 등을 썼다.

오리
전라도 출신의 아웃사이더 기질을 가진 부모 덕분에 일찍이 사회의 불평등에 눈을 떴다. 학생운동 시절을 거쳐, 지금은 사라진 평화인권연대라는 단체에서 병역거부 관련 활동을 했다. 현재 전쟁없는세상 파트타임 상근자(수, 목, 금) 로 비폭력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으며 월요일, 화요일에는 의정부 두레방에서 이주여성 관련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8 [트라우마] 평생 몸에 남아 있는 ‘군대’라는 상처

최현정
대학 및 대학원에서 임상·상담 심리학을 공부했고, 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임상심리전문가 수련을 마쳤다. 국가 폭력, 성폭력, 조직적 성착취 체계에서 벗어나 삶을 회복하려는 사람들과 함께 일했으며, 이와 관련된 글을 쓰고 연구를 했다. 현재 트라우마 치유센터 ‘사람 마음’의 상근 활동가로 일하며, 상담실 안에서는 심리 치료를, 상담실 밖에서는 공동체의 치유력을 발견해나가는 방법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윤정화
대학교에서 경영학을 공부하고 증권회사에서 파생금융상품 딜러로 일했다. 현재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사회책임투자 분야의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전쟁없는세상의 회원.

이덕현
내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면서 소수자로 살아가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군대에 가면서 평화는 무엇인지, 군대는 왜 유지되는지 궁금해졌다. 군대에서 힘들었지만 무기력했던 시간들을 잊지 않고 뭔가를 하고픈 마음에 전쟁없는세상에 가입했다. 동성애자인권연대에서 활동하고 있다.

목차소개

추천사 · 국가의 강제에 맞서는 섬세한 평화의 ‘결’들 (홍세화)
머리말 · 철옹성 같은 한국 사회 군사주의에 던지는 첫 질문 (전쟁없는세상)

[청년] 서바이벌이 된 일상, 군대가 차라리 편하다? (엄기호 + 여옥)

[징병제] ‘덜’ 가혹한 군대는 가능할까? (김종대 + 임재성)

[종교] 정의로운 전쟁 VS 정의로운 평화 (강인철 + 박정경수)

[젠더] ‘거부’와 ‘기피’를 넘어 ‘탈주’하라 (정희진 + 샤샤 + 이길준)

[국민국가] 군대를 안 가면 국민이 아닐까? (서경식 + 이용석)

[교육] 폭력을 다스리는 더 큰 폭력의 울타리 (조영선 + 김훈태)

[비폭력운동] 삶을 재구성하고 세상을 바꾸는 직접행동 (하승우 + 오리)

[트라우마] 평생 몸에 남아 있는 ‘군대’라는 상처 (최현정 + 윤정화 + 이덕현)

출판사 서평

‘평화’는 평온한 상태가 아니라 끝없는 긴장 상태
흔히 ‘평화’라고 하면 말 그대로 ‘평화로운’ 상태를 떠올린다. 서로 간에 아무 갈등이나 차이가 없어서 무엇과 맞설 필요가 없고 긴장할 필요도 없는 것. 하지만 이것은 평화의 사전적, 평면적인 정의에 불과하다. 대담에 참여한 18명의 평화주의자들에게 평화란 훨씬 더 역동적이며 전복적인 것이다. 그것은 오히려 위에서 내리누르는 힘에 끝없이 치어드는 힘이며, 부조리한 것을 거부하는 정신이자, 어느 하나의 힘이 지나치게 강성해지지 않도록 끊임없이 견제하는 소수의 긴장에 가깝다. 평화를 이야기한다는 총 8편의 대담 어디에도 ‘평화로운’ 화해의 기운이 배어 있지 않은 것은 그 때문이다.

평화주의자의 눈으로 본 한국 사회의 폭력성
평화운동단체 전쟁없는세상이 대담을 기획하고 책을 엮었다. 10년 이상 독자적으로 활동해온 전쟁없는세상이 특히 큰 비중을 두고 있는 것이 바로 ‘병역거부운동’이다. 이들은 모든 전쟁이 인간성을 파괴하는 범죄일 뿐이며, 군대가 그 전쟁을 가능케 하는 폭력의 중추라고 여긴다. 그래서 군입대를 실제 자신의 삶에서 거부함으로써 스스로 평화의 씨앗이 되고자 한다. 이 책은 바로 그 ‘살아 움직이는’ 평화의 눈으로 바라본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평화의 눈에 비친 이 사회 곳곳의 폭력성은 지옥도라고 할 만큼 처참하고, 우리가 이 책에서 반드시 대면해야만 하는 것도 바로 그것이다.

‘지성’과 ‘활동’이 만나 평화의 지도를 그리다
문화인류학자 엄기호, 여성학·평화학 연구자 정희진, 재일조선인 학자 서경식, 풀뿌리 민주주의·아나키즘 연구자 하승우 등은 폭압적인 한국 사회에 대해 회의하고 날선 비판을 던지는 대표적 지성이다. 각자 분야가 다른 이들의 공통점은 어느 때든지 섣부른 희망을 말하지 않는다는 점일지도 모른다. 정부가 앞장선 체제의 폭력과 부패가 날로 악화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눈속임이나 우연성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일반적인 기준으로는 그저 까다롭고 비관적인 이들로 보일지 모르지만, 바로 그들의 그런 예민함과 성찰 덕분에 우리 또한 폭력과 부조리의 실체를 비로소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다.
한편 이들과 또 다른 선에 서 있는 대담자들, 전쟁없는세상이 대표하는 활동가 그룹이 갖는 무게 또한 만만치 않다. 여옥, 임재성, 박정경수, 샤샤, 이길준, 이용석, 김훈태, 오리, 윤정화, 이덕현은 평화적인 신념 또는 고유한 정체성 등으로 인해 병역을 거부하고 수감생활을 했거나 그러한 이들을 지지하며 병역거부운동에 몸담아왔다. 인권을 위한 최소한의 대체복무제도조차도 마련되어 있지 않은 척박한 국가에서 군대를 거부한다는 것은 곧 사회 부적응자, 나아가 ‘비국민’으로 낙인찍힌다는 것, 겁쟁이 또는 몰염치로 매도당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들은 그것들을 감수하면서까지, 거창한 평화주의가 아닌 진짜 평화를 자기 삶으로 체현하고자 노력한다.
이 묵직한 두 그룹이 만나 여덟 가지 키워드를 놓고 벌인 대담은, 바꿔 말하면 대한민국 폭력과 저항의 큰 지도라고도 할 수 있다. 이 지도가 결국 가리키는 길은 자명하게도 ‘진짜 평화’라는 길이다.

왜 ‘군대’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는가?
2014년 6월 21일 육군 22사단 GOP에서 한 병사가 총기난사 후에 무장탈영해 동료 병사 5명이 사망했다. 8월에는 연천28사단에서 일병이 선임병들로부터 엽기적인 가혹 행위에 시달리다 4월에 숨진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28사단에서 ‘관심병사’로 취급되던 병사 2명이 휴가를 나왔다가 아파트 베란다에 목을 매 동반자살했다. 자살할 것이라고 예고까지 했지만 조치는 취해지지 않았다. 육군 17사단장은 부하 여군에게 성폭력을 저질러서 장성급 중 무려 ‘최초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1993년부터 2013년까지 한 해 평균 195명이 군대에서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물론 추정치에 불과하다. 전쟁에 동원된 것이 아니라 단지 남들 다 하는 입대를 했을 뿐인데 이토록 빈번한 사망·사고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중 빙산의 일각만이 드러나 잠깐 충격을 주고, ‘군대문화 개선해야 한다’는 공허한 메아리만 남긴 채 잊혀져갈 뿐이다.
이러한 사고들로 인해서 군대에 대한 사회 전반의 문제의식이 그나마 깊어졌다고 볼 수 있을까? 군대에서 최악의 학대와 사망이 벌어지고 있는 중에도, 심지어 그것이 발각되어 공포와 원성을 자아내는 중에도, 군부대 체험 예능 프로그램은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승승장구했다. 그 두 가지 현상이 한 사회 안에서 동시에 벌어진다는 것, 뉴스를 보며 윤 일병을 동정하고 임 병장에 치를 떨고 난 직후에 [진짜 사나이]가 상황극으로 빚어내는 전우애와 걸그룹 멤버의 여군 판타지에 열광할 수 있었다는 것이야말로 한국 사회에 내재된 병적인 군사주의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이 국가는 누구도 지켜주지 않는다. 이런 국가는 나도 지키지 않겠다”며 최근 병역거부를 선언한 박유호 씨의 기사에 달린 수많은 악플들 또한, 세월호 참사를 비롯한 여러 가지 사건·사고들로 국가의 권위가 바닥에 떨어진 마당에도 여전히 건재한 ‘국방 의무’의 신성화를 보여준다.
문화인류학자 엄기호는 1장 ‘[청년] 서바이벌이 된 일상, 군대가 차라리 편하다?’ 대담에서 이러한 현상을 예리하게 진단한다. 사회 전반이 이미 충분히 군사화되어 있으며 일상 자체가 전쟁이기 때문에, 더 이상 군대가 1970~1980년대처럼 폭력과 억압의 상징일 수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적어도 밥은 먹여주는’ 너그러운 공간, 비슷한 처지의 남자들끼리 평등하게 몸으로 부대끼고 ‘동지애를 나누는’ 따스한 공간으로 느끼면서 군사주의를 내면화하는 일까지 벌어지며, 그것을 대중매체가 부채질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얘기다. 책의 서론에 해당하는 이 논의에서 알 수 있듯, 지금 한국의 ‘군대’를 출발점으로 삼아 논의한다는 것은 단지 군대생활을 좀 더 윤택하게 만든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에 속속 배어 있는 군사주의와 폭력성을 사유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 긴박한 전제 위에서 폭력과 저항의 문제를 하나하나 파고들어간다.

철옹성 같은 한국의 군사주의에 던지는 8개의 큰 질문
1장 ‘서바이벌이 된 일상, 군대가 차라리 편하다?’에서는 전쟁없는세상 활동가 여옥과 문화인류학자 엄기호가 이야기를 나눈다. 일상이 전쟁과 다를 바 없고, 사회 자체가 군사적인 방식으로 작동하는 이 시대 젊은이들에게 군대란 무엇일지 생각해본다.
2장 ‘덜 가혹한 군대는 가능할까?’에서는 군사 전문가 김종대와 병역거부자이자 평화 연구자인 임재성이 이야기를 나눈다. 해방 이후 철옹성과도 같았던 한국 징병제도에 대해 날선 비판을 쏟아낸다.
3장 ‘정의로운 전쟁 vs 정의로운 평화’는 종교학자 강인철과 기독교 신자이자 병역거부자인 박정경수의 대담이다. 한국 교회가 전쟁과 평화, 군대와 병역거부에 대해서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 그 심각한 문제점을 파고들어간다.
4장 ‘거부와 기피를 넘어 탈주하라’는 여성학자 정희진과 병역거부자 샤샤, 이길준의 대담이다. 한국의 ‘남성성’이라는 획일화된 기준에 의해 ‘병역거부’ 아니면 ‘병역기피’의 틀로 이분화되어버린 다양한 탈주의 가능성들을 모색해본다.
5장 ‘군대를 안 가면 국민이 아닐까?’는 재일조선인 서경식과 병역거부자 이용석의 대담이다. 국민국가에서 비국민으로 낙인찍힌다는 것, 그리고 낙인을 넘어서 자발적인 비국민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탐구한다.
6장 ‘폭력을 다스리는 더 큰 폭력의 울타리’는 교사이자 인권 교육 활동가인 조영선과 교사 신분으로 병역을 거부한 김훈태의 대담이다. 폭력을 내면화한 기구로서 제도권 학교가 갖는 한계와, 평화 교육의 가능성을 함께 찾아본다.
7장 ‘삶을 재구성하고 세상을 바꾸는 직접행동’은 풀뿌리 민주주의와 아나키즘 연구자 하승우와 전쟁없는세상 활동가 오리의 대담이다. 세상을 바꾸는 사회운동으로서 비폭력 직접행동이 갖는 의미와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해 이야기 나눈다.
8장 ‘평생 몸에 남아 있는 군대라는 상처’는 임상심리전문가 최현정과, 군복무 경험이 있는 윤정화, 이덕현의 대담이다. 직접 경험한 군대에서 피해자로서, 또는 가해자로서 겪은 폭력이 그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남겼는지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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