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글_ “정의를 강물같이 흐르게 하라”
한국 개신교 교계 지도
1부 돈과 권력을 숭배하다
1장. 당신이 한국 교회 대표라고?!
― 한기총은 왜 둘로 나뉘었나
2장. 노래방 목사, 가스총 목사
― 한국 교회 ‘장자교단’ 예장합동의 막장 총회
3장. 목사들은 7년째 선거 중?
― 감리회의 치열한 권력 암투
4장. 진리는 오직 나의 것
― WCC로 본 한국 교회 근본주의
2부 탐욕에 빠지다
5장. 제사장과 그 아들들
― 여의도순복음교회, 재벌도 부럽지 않은 교회 사유화
6장. “사랑의교회, 너마저!”
― 한국 교회 자랑거리에서 근심거리로
7장. 끝나지 않은 ‘숨바꼭질’
― 처벌할 수 없는 ‘스타’ 전병욱 목사의 성범죄
3부 한국 교회 고쳐 쓰기
8장. “우린 무얼 했나”, 세계 교회 VS 한국 교회
― 한 기독청년의 WCC 부산총회 참관기
9장. 살아남은 개구리들
― 한국 교회 개혁의 움직임
추천사_ 이 또한 한국 사회가 처한 하나의 부조리한 현실 _ 김진호
한국 교회는 타락했다!
교회 세습, 금권선거, 성추행, 횡령, 표절…
“목사님, 도대체 당신이 믿는 것은 무엇인가요?”
‘돈’과 ‘권력’의 시녀로 전락한 한국 교회
한국 교회가 문제다. 목사들의 막말, 교회 세습, 논문 표절, 횡령, 금권선거, 성추행 등 연일 문제가 끊이지 않고 터지고 있다. 개신교의 문제는 어느덧 한국 사회가 처한 하나의 부조리한 현실이 되었을 정도로 비판의 목소리가 높기만 하다. 사회 속에서 빛과 소금 역할을 해야 할 한국 교회가 도대체 왜 이런 평가를 받게 되었을까? 그 이유는 한국 교회 자체가 심각할 수준으로 타락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한국 교회는 ‘예수’가 아니라 ‘돈’과 ‘권력’의 시녀로 전락했다는 말을 듣고 있다.
한국의 목사들은 너무 권력 지향적이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의 금권선거 및 분열 사태,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의 97회 총회 파행 사태,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의 감독회장 선거 파행 사태를 지켜보면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한국 사회에서 제법 이름이 널리 알려진 대형교회 목사들이 신성한 종교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행동들을 거리낌 없이 행하고 있다. 금권선거, 상대방 비방, 폭력행위가 난무하고, 각종 고소 행렬이 이어진다. 법과 양심도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돌진하는 목사들의 욕망과 치열한 권력 암투 속에서 한기총과 각 교단은 맥없이 휘둘리기만 한다. 현실 정치판보다 더한 난장판이 연출되는 것이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권력 지향적이고, 탐욕적인 행태를 내보여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만든다.
한때 한국 교회 최대 연합기관이었던 한기총은 길자연, 홍재철 목사가 대표회장을 맡은 이후 금권선거, 정관 개악, 이단 옹호 등으로 폭발적인 물의를 일으키면서 본격적인 내리막길을 걷게 되었다. 그리고 이때부터 한기총은 진정한 교회 연합기관이라기보다는 일부 정치 목사들의 명예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집단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한기총에는 대형교회를 바탕으로 힘깨나 쓰고 싶은 목사들, 교회정치를 통해 출세하고자 하는 목사들이 득세하기 시작했다. 말하자면 돈과 힘을 거머쥔 한국 교회가 이를 바탕으로 한기총에서 한바탕 꽃 잔치를 벌이게 된 것이다. 한국 교회 ‘장자교단’이라 불리는 예장합동과 한국에서 세 번째로 큰 교단인 감리회도 마찬가지다. 이 교단들의 회장을 뽑는 선거를 통해 들여다본 목사들의 권력 다툼은 마치 거대한 욕망 덩어리를 보는 듯하다. 이런 모습들이 반복되지만 목사들이 반성하는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그러면서 한국 사회에 정치 지향적인 교회, 권력 지향적인 목사들이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그러면서 한국 교회는 점점 더 타락해가고 있다.
교회는 한국에 와서 대기업이 되었다
“처음 교회는 그리스로 이동하여 철학이 되었고, 유럽으로 넘어가서는 문화가 되었다. 마침내 미국으로 왔을 때 교회는 기업이 되었고, 한국으로 왔을 때는 대기업이 되었다”(196쪽)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한국 교회는 ‘물신’화되었다. 대표적으로 2009년 사랑의교회는 3,0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초대형 새 예배당을 건축하며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14층짜리 남쪽 드림센터와 8층짜리 북쪽 미션센터는 대기업 본사 못지않게 크고 웅장하다. 이처럼 한국 교회는 갈수록 자본주의와 결합하며 ‘성공’을 부추기는 하나의 대기업이 되어가고 있다. 그러다보니 약한 자를 보듬는 모습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아버지가 휠체어에 앉고 설교도 안 하고 그러면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사실상 와해된다고 봐야 합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사실 조 목사님의 카리스마 하나로 유지해왔습니다. 예전에 아버지가 해외 출장 한번 가니까 일주일에 15억 원 들어오던 헌금이 7억 원으로 줄었습니다. 그 정도로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아버지에게 의존하고 있습니다.”(조용기 목사의 장남 조희준 씨의 말, 241쪽)
세계에서 제일 큰 교회인 여의도순복음교회는 대기업화한 교회의 대표적 사례이다. 이 교회를 일군 조용기 목사와 그 일가족은 재벌 총수 일가처럼 행동하며 교회 재정을 사유화했고, 심각한 비리를 저질렀다. 그런데도 그들은 아직도 물러나지 않고 교회를 장악하고 있다. 교회가 조용기 목사의 카리스마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면서 그를 중심으로 몸집을 불렸기 때문이다. 어느덧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오너 없는 기업을 상상할 수 없듯 오너 없는 교회를 상상할 수 없게 되어버린 것이다.
“왜 교회를 물려줘서는 안 되지?” 목사들의 도덕적인 무감각
게다가 한국 교회는 도덕적으로도 무감각하다. ‘대기업’화된 대형교회를 자녀들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물려주기까지 한다. 등록 교인이 1만 명이 넘는 임마누엘교회를 아들 김정국 목사에게 물려준 김국도 목사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왜 안 되지? 왜 이병철이 이건희에게 이건희가 이재용에게 준 건 되고, 교회는 왜 안 되지?”(388쪽) 길자연 목사, 홍재철 목사, 김선도 목사, 김홍도 목사 등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대형교회 목사들이 이미 자신의 자녀들에게 교회 세습을 마무리 짓기도 했다.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는 박사학위 논문을 표절했다는 지적을 당하자 “박사학위 논문에 대한 대필이나 표절 등 그 어떤 부정직한 증거라도 나온다면 사랑의교회 담임목사직에서 사퇴하겠다”고 호언했다. 그의 호언장담과는 달리 논문 표절은 사실로 밝혀졌다. 그러자 또 다른 거짓말을 일삼았고, 결국에는 담임목사직에서 사퇴하지도 않았으며, 수많은 반대를 무릅쓰며 초호화 교회 건축을 끝까지 밀어붙였다.
여성 성도를 성추행해 물의를 일으킨 바 있는 전병욱 목사는 피해자들은 용서하지도 않았는데 하나님이 자신을 용서해줬다는 셀프 회개를 하며 목사직을 유지했고, 새 교회를 개척하기까지 했다. 결국 성추행 혐의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세계 최대의 교회를 일군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조용기 목사도 마찬가지다. 자신과 자신의 아들 등 일가의 재정 비리로 인해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입은 피해액만 해도 5,000억 원에 달한다는 평가도 있다. 그런데도 충분한 대가를 치르지 않았다.
목사님들의 권위주의와 신도들의 맹신
한국 교회의 뿌리 깊은 ‘반지성주의’와 ‘사제 권위주의’도 늘 지적당하는 문제다. 교인들은 교회에서 맹목적으로 목사의 가르침에 순종하라고 배운다. 심지어 어느 유명 목사는 교회 집사·장로들에게 스스로 성경 공부할 생각 말고 목사의 설교만 주구장창 들으면 된다고 말했다. 이런 목사의 권위주의 때문에 교회 안에서 자유로운 토론은 이루어질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거의 모든 게 목사의 주장대로 이루어진다. 한 청년이 교회 건축에 반대하고 나서자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는 “나이가 어리니까”, “아직 잘 모르니까”, “내가 별 걸 다 본다”와 같은 대답으로 일관하면서 그를 웃음거리로 만들었다. 이 외에도 오정현 목사는 갖은 비판에 대해 더 낮아지고 겸손해지려 하기보다는 더 높아지고 더 군림하는 모습을 보이며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곤 했다.
“수십 명의 목사와 장로들이 조용기 목사 사무실에 찾아가 여러 차례 무릎을 꿇고 울면서 은퇴 결정을 취소해줄 것을 요청했다. 조 목사의 계속 사역을 바라는 40일 작정기도도 진행됐고, 교인 56만 명이 조 목사 은퇴 반대에 서명했다.”(208쪽) 신도들의 맹목적인 복종도 심각하다. 갖은 비리를 저지른 조용기 목사에게 찾아가 은퇴를 번복해달라고 매달리고, 논문 표절, 재정 비리를 저지른 오정현 목사를 감싸고돈다. 추악한 성범죄가 밝혀졌지만 전병욱 목사는 쉽게 교회라는 조직 뒤에 숨을 수 있었다. 일부 신도들이 그를 맹신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처럼 아무리 목사가 비리를 저질러도 그를 두둔하는 세력이 있는 한 한국 교회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진리는 오직 나의 것” 한국 교회의 근본주의
‘나만 옳다’는 이데올로기도 심각하다. 이른바 한국 교회의 근본주의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는 비판이다. 근본주의는 성경의 글자가 모두 하나님의 영감에 의해 기록되었고, 일점일획의 오류도 없다는 ‘무오류성’을 바탕으로 한다. 한국 교회 근본주의는 미국 선교사의 영향을 받았고, 이후 한국전쟁과 군부독재를 거치면서 더욱 강화돼 오늘날 한국 교회의 주류를 장악하게 되었다는 게 중론이다. 현재 한국 교회는 이 근본주의를 이 사회와 정치에도 적용하면서 보수화가 심각해지고 있다. 자신들과 맞지 않으면 ‘이단’ ‘적그리스도’로 내몰면서 오직 자신들만이 ‘진리’를 추구하고 있다고 맹신한다. 그들의 반공사상, 동성애에 대한 혐오, 보수정권 옹호 등이 사회로 표출돼 물의를 빚기도 했다.
2009년 한국 교회는 세계교회협의회(WCC) 총회 유치를 성공시켰다. 기독교계에서 보면 이 총회는 세계 교회의 유엔총회라 불리는 행사로 최근 한국 교회에서 가장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았던 ‘빅 이벤트’였다. 그러나 한기총, 예장합동 등 한국의 보수교단들은 이 행사를 반대하고 나섰다. 진보주의 신학 등 자신이 믿는 ‘하나님의 뜻’과는 거리가 먼 행사라는 게 이유였고, 그렇기 때문에 ‘거룩한 전쟁’을 치르겠다고 선포한 것이다. 신학 노선이 조금 다르다고 해서 WCC를 향해서 ‘기독교 패륜아’, ‘더러운 사탄’, ‘바알’, ‘적그리스도’, ‘제2의 신사참배’와 같은 막말을 퍼붓기도 했다.
이 같은 한국 교회 근본주의는 교회가 단기간 눈부시게 성장하는 원동력이 되었고 신자들을 강력하게 결속시키는 무기가 되었지만, 그 시대착오적인 성향으로 현대신학의 성과에서 멀어지고 세상에서 외면받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 “WCC 총회를 한쪽에서는 축제라 부르고 다른 한쪽에서는 적그리스도라 부르는 상황을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WEA·국제로잔과 같은 대표적인 복음주의 단체가 인정하는 ‘세계 교회의 한 축’을 왜 한국의 보수교단과 연합기관은 한사코 이단이라고 주장하는 걸까? 그들의 말이 사실이라면 전 세계의 그리스도인들 중 오직 한국 교회의 보수교단 그리고 그들과 교류하는 몇몇 교회들만 제대로 하나님을 믿고 있다는 걸까?”(181쪽)
한 기독 청년이 좌절감을 바탕으로 쓴 책
이 책은 한 독실한 기독교인 청년이 좌절감을 바탕으로 쓴 것이다. “우리 신문은 한국 교회에 대해 비판할 수 없습니다.” 지은이 곽영신은 몇 해 전 한 초대형교회가 운영하는 중앙일간지에 입사했다. 한국 교회를 보호하기 위해 목사들이 무슨 잘못을 저질러도 비판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곧 그는 이곳에서는 제대로 된 기자생활을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사표를 냈다. 그런 뒤 작은 기독교 방송사에 기자로 입사했다. 그런데 이곳마저도 대형교회들을 비판하는 기사를 쓰지 말라는 압박을 가했다. 교계 곳곳을 다니며 목격한 한국 교회의 민낯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참담한데도 제대로 비판도 할 수 없는 현실이 답답해서 이 책을 쓰게 된 것이다. “기독교인이든 비기독교인이든 교회가 진정으로 개혁되길 바란다면 한국 교회의 타락상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이를 파편적으로가 아니라 더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목적에서 쓰였습니다.”
저자는 기자 출신답게 사건을 면밀히 추적해 기록했다. 글을 쓰기 위해서 취재 현장에서 확보한 문서 자료 두 상자, 교계 언론 기사 1만 건, 단행본 80여 권을 참고하며 꼼꼼하게 기록했다. “《거룩한 코미디》는 생각보다 훨씬 괜찮은 책이다. 상투적 소재들이지만 디테일이 짜임새 있다. 기자스러운 방식으로 말이다. 그런 방식으로 한국 교회의 현상을 치밀하게 소개하고 있다. 지금까지 보아온 기자 리포트 중에는 매우 훌륭한 리포트로 평할 만하다. 각각의 리포트 속에는 디테일만 있는 게 아니라 외연의 확장도 있다. 하나의 사건에서 좀 더 큰 틀의 조망이 있다는 것이다. ‘기자스러운 텍스트’ 중에는 좀처럼 보이지 않은 조망이 돋보인다. 그것은 저자가 현상 리포트에만 치중한 것이 아니라 공부하면서 책을 썼다는 증거다. 이런 점은 높은 평가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점에서 《거룩한 코미디》는, 감히 내가 평할 수 있다면, ‘꽤 괜찮다’.”(김진호 ‘추천사’에서)
이 책 1부는 지난 몇 년 동안 한국 교회 전체를 뒤흔들었던 주요 교단과 연합기관의 대형 사건들을 추적하고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의 금권선거 및 분열 사태,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예장합동)의 97회 총회 파행 사태,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의 감독회장 선거 파행 사태가 그것이다. 또 세계교회협의회(WCC)를 두고 한국 교회가 보수·진보로 나뉘어 갈등하는 모습도 다뤘다.
2부에서는 한국 사회에 잘 알려진 대형교회 목사들의 윤리적 타락과 몰락을 그렸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의 교회 사유화,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의 초대형 예배당 건축과 논문 표절, 홍대새교회 전병욱 목사의 성추행 등을 둘러싼 논란을 면밀히 추적했다. 끝으로 3부에서는 교회 개혁을 위한 대안을 모색하는 의미에서 저자가 직접 WCC 부산총회를 참관하며 느꼈던 한국 교회가 세계 교회에서 배워야 할 점, 혼란 속에서도 교회 갱신을 외치며 끝까지 싸우고 있는 개혁가들의 노력을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