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 : 정병선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서 글쓰기와 저널리즘을 공부했으며, 현재 번역과 집필, 다큐멘터리 작업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역서로는 『우리는 어떻게 비행기를 만들었나』(지호, 2003)『모차르트』(책갈피, 2002), 『벽을 그린 남자, 디에고 리베라』(책갈피, 2002), 『축구 전쟁의 역사』(이지북, 2002), 『렘브란트와 혁명』(책갈피, 2003), 『브레인 스토리』(지호, 2004), 『전쟁과 우리가 사는 세상』(지호, 2004), 『미국의 베트남 전쟁』(책갈피, 2004), 『그 많던 지식인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청어람미디어, 2005), 『전쟁의 얼굴』(지호, 2005), 『한 뙈기의 땅』(밝은세상, 2006), 『존 리드 평전』(아고라, 2007), 『조류독감』(돌베개, 2008), 『타고난 반항아』(사이언스북스, 2008), 『돼지가 과학에 빠진 날』(김영사, 2008), 『자연과 함께 한 1년』(한겨레출판, 2009), 『미래시민개념사전』(21세기북스, 2009), 『사라진 원고』(난장이, 2009), 『참호에 갇힌 제1차 세계대전』(마티, 2009), 『현대과학의 열쇠, 퀀텀 유니버스』(마티, 2009)『뉴 레프트 리뷰2』『게임체인지』 등이 있다.
옮긴이 서문
1장 토끼 굴 속으로
2장 눈물 바다
3장 코커스 경주와 긴 이야기(꼬리)
4장 어리보기 빌
5장 털벌레의 충고
6장 돼지와 후추
7장 횡설수설 다과회
8장 여왕의 크로케 경기
9장 짝퉁 거북의 이야기
10장 바닷가재 춤
11장 타트 도둑을 찾아라
12장 분연한 앨리스
영어 원문
새로운 번역과 상세한 주석
성경, 셰익스피어 작품과 더불어 가장 많이 인용되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읽기 위한 안내서
번역가가 오랫동안 정성스레 붙인 주석
루이스 캐럴의 《앨리스의 놀라운 세상 모험(Alice’s Adventures in Wonderland)》은 1865년 영국과 미국에서 출판되었고, 이후로 절판된 적이 없다. 더 친숙하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Alice in Wonderland)》로 불리는 이 책은, 무려 174개의 언어로 번역됐고, 갖은 매체가 끝도 없이 개작해왔다. 성경, 셰익스피어의 희곡 작품과 더불어 가장 많이 인용되기도 하는 이 책은 전 연령의 독자에게 여전히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2015년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탄생한 지 150주년 되는 해이다. 영국 체신성에서 기념우표가 발행되었고, 발레 작품이 무대에 올랐으며, ‘앨리스’ 페스티벌이 열렸고, 전시회와 집담회가 전 세계에서 풍성하게 개최되었다. 팀 버튼의 2010년 작 영화를 뒤이어, 2016년에는 새 작품이 개봉할 예정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도 150주년을 맞아 여러 번역본이 출간되었다. 오월의봄에서 출간한 《주석과 함께 읽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번역가 정병선이 오랫동안 정성스레 작업한 책이다. 우선 요즘 세대의 언어로 세련되게 번역을 했으며, 번역가가 직접 상세한 주석을 달아 이해를 돕고 있다. 사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난센스, 수수께끼, 무의미 시, 수학, 독특한 캐릭터 등이 어우러져 있어 이해하기가 쉽지만은 않은 작품이다. 정병선은 이런 난제들을 직접 수많은 자료를 찾아서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고 있다. 무엇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쓰인 빅토리아 시대를 풍성하게 되돌아보는 해석이 돋보인다. 이를테면, 지은이 루이스 캐럴과 영국 당대의 예술사조였던 라파엘전파와의 관계를 재조명하기도 하고, 루이스 캐럴의 본업이었던 수학자의 모습을 통해 작품을 분석하기도 했다. 당시의 우편제도, 음식문화, 정원문화 등을 작품과 연결해 소개하고 있기도 하다. 곧 이 책은 어린이는 물론 성인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고 할 수 있다. 아이가 궁금증을 품으면 어른이 친절하게 설명해줄 수 있는 다양한 주석이 이 책의 장점이다. 번역문과 함께 대조해가며 읽어보면 좋을 듯해서 영어 원문도 수록했다.
“저 너머에 다른 세상, 다른 공간, 다른 시간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왜 이토록 오랫동안 사랑받는 작품이 되었을까? 번역가 정병선은 그 이유를 ‘시간의 축합’ 때문이라고 말한다. 앨리스를 지하의 ‘놀라운 세상(Wonderland)’으로 인도하는 것은
다름 아닌 흰 토끼의 회중시계이다. 시계는 19세기 빅토리아 시대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물건이고 캐럴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쓸 때 빅토리아 시대의 문화는 시간에 사로잡혀 있었다고 한다. “시간과 시간이 처한 곤경! 수학자 찰스 도지슨은 동화 작가 루이스 캐럴이었고, 그 경계를 횡단할 수 있었습니다. 시간의 속성(temporality)이야말로 논리와 더불어 가능한 세계들을 구상하는 데서 근본적인 중요성을 지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문학적 장치들을 동원할 수 있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었죠. 동사의 시제 표현, 구어적 요소, 꿈이라는 설정, 게임, 말장난(pun)과 수수께끼, 난센스를 통해 다양한 계산과 과정이 전개되고 가세합니다. 시간은 확대되고, 연장되고, 비틀리고, 굴절하고, 팽창합니다. 그리고 축합되죠. (…) 그는 환상문학 작가였고, 이렇게 공상합니다. 토끼 굴 아래로 내려가면, 저 너머에 다른 세상이, 다른 공간이, 다른 시간이 존재할 거라고 말입니다.”
오월의봄 판 앨리스의 일곱 가지 특징
정병선이 번역한 《주석과 함께 읽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기존의 번역보다 더 나은 번역을 하려고 노력했다. 캐릭터를 새롭게 지정한 것과 권말로 옮긴 서시의 번역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둘째, 그간 대종을 이루었던 정신분석학적 접근을 완전히 배제하고, 루이스 캐럴의 본업인 수학자의 정체성에 입각해 작품을 해석했다.
셋째, 한국 독자의 편의를 위해 빅토리아 시대 당대의 문화를 주의 깊고 폭넓게 해설했다. 부모님이 아이들의 책 읽기를 안내하고 도울 수 있도록 요긴한 정보를 담았다.
넷째, 수학자 도지슨 말고도, 영국 당대의 예술 사조였던 라파엘전파와 캐럴의 관계를 객관적 사료에 입각해 분명하게 드러냈다.
다섯째, 진화심리학과 빅데이터(big data)를 초보적인 수준이나마 활용해 작품 비평을 시도했다. 요컨대, 비평의 방법을 혁신하고자 노력했다.
여섯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주석서를 펴낸 바 있는 마틴 가드너(Martin Gardner) 저술과의 중복을 피해 독자적인 내용을 담았다.
일곱째, 충격과 더불어 논란이 될 만한 루이스 캐럴의 ‘소아 성애’ 문제를 비교적 공정하게 다루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