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을 걷는 건, 화성을 걷는 것이다

걸어본다 17 수원화성

김남일 | 난다 | 2018년 10월 23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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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난다의 걸어본다 열일곱번째 이야기는 수원 화성을 주제로 합니다. 김남일 작가가 제 고향이기도 한 그곳을 작심하고 둘러 걸은 촘촘한 기록물이지요. 『수원을 걷는 건, 화성을 걷는 것이다』라는 제목 속 "화성"은 수원을 둘러싼 성을 뜻합니다. "더 정확히는 동서남북 네 개의 성문과 그것들을 잇는 성벽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지요. 정조의 효심이 탄생시킨 조선 후기 최대의 신도시 "수원 화성"을 김남일 작가의 보폭에 따라 걷다보면, 역시나 "걷기"는 정보가 아니라 "이야기"임을 깨우치게 됩니다.

저자소개

1957년 경기도 수원에서 태어났다. 1983년 『우리 세대의 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장편소설로『청년일기』 『국경』『천재토끼 차상문』, 소설집으로 『일과 밥과 자유』 『천하무적』 『세상의 어떤 아침』 『산을 내려가는 법』, 산문집으로 『책』 등이 있다. 전태일문학상, 아름다운작가상, 제비꽃문학상, 권정생 창작기금 등을 받았다. 산을 좋아하는데, 크게 아픈 뒤로는 자주 다니지 못했다. 최근에는‘ 아시아’와‘ 신화’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목차소개

Prologue 광장에서

그가 아직 수원을 걷던 때
화성을 돈다. 화성을 돌다니!
기록으로 기억을 반성하노니
팔달산 꽃멀미
폐허, 성의 또다른 이름
서장대
한참 있다 가도 화서문
정조의 한과 꿈, 기록으로 남다
용두각을 찾아서
능수버들의 기억
동문은 도망가고
남수동에 골목이 있고 나무가 있어
왕의 시장, 소년의 시장
남문의 시간
화성행궁, 기억과 기록 사이를 걷다
나혜석, 여자의 정면
그러니, 성밖을 보라
구천동, 골목의 전쟁들
양키시장과 시민관
서예를 배우던 시간
팽나무고개, 그 모든 것의 시작

Epilogue 화서역에서

출판사 서평

난다의 >걸어본다<17 수원 화성
『수원을 걷는 건 화성을 걷는 것이다』

난다의 걸어본다 열일곱번째 이야기는 수원 화성을 주제로 합니다. 1983년 『우리 세대의 문학』으로 데뷔한 이후 35년 동안 왕성한 필력을 자랑해온 김남일 작가가 제 고향이기도 한 그곳을 작심하고 둘러 걸은 기억이자 촘촘한 기록물이지요. 『수원을 걷는 건, 화성을 걷는 것이다』라는 제목 속 ‘화성’은 수원을 둘러싼 성을 뜻합니다. “더 정확히는 동서남북 네 개의 성문과 그것들을 잇는 성벽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지요.

정조의 효심이 탄생시킨 조선 후기 최대의 신도시 ‘수원 화성’을 김남일 작가의 보폭에 따라 글로 걷는 내내 든 생각은 역시나 ‘걷기’란 정보가 아니라 ‘이야기’구나 하는 확신이었습니다. 나고 자란 곳이니 발이 닿는 데마다 저절로 불려나오는 기억들은 ‘그’라는 사람을, 나아가 그 시절을 그곳에서 함께 살아냈을 사람‘군’의 전형을 우리 앞에 살려내기에 충분했습니다. 생생한 만큼 재밌고 뜨거운 만큼 아프고…… 그런 만큼 ‘시간’을 몸으로 먹어낸 ‘사람’으로 말미암아 우리가 다시금 붙들게 되는 게 바로 ‘역사’라는 이름이겠지요.

정조는 왜 이토록 기록을 중시했을까. 그는 그것이 정조의 기억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어린 시절 목격한 부친의 참혹한 죽음. 차마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 하지만 반드시 기록해야 하는 기억. 기록은 그런 기억들과 결코 무관할 수 없었을 것이다.
-「화성행궁, 기억과 기록 사이를 걷다」, p149

역사. 특히나 이 책은 수원 화성이라는 지역적 특성에 기인해 ‘정조’라는 이름을 수시로 확인하게 합니다. 무엇보다 ‘기억’을 지배하는 ‘기록’에 집착했던 정조의 노고로 오늘날 화성이 거의 완벽한 복원과 재현을 이룰 수 있었으니, “기록에 사무치고 기록에 환장한 임금” 정조 덕분에 “동서양을 망라하여 고도로 발달된 과학적 특징을 고루 갖춘 근대 초기 군대 건축물의 뛰어난 모범이다”라는 평으로 세계문화유산의 자격도 얻게 되었으니, 쓰기를 업으로 하는 김남일 작가에게 ‘필히 글로 남김’이라는 이 문화의 정신은 걷는 내내 더더욱 중추로 와 박히지 않을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 역시 발을 떼기가 무섭게 발에서 불려나오는 얘기들을 쓰고 다듬는 데 집중력이 상당했으니까요.

수원에서 나고 자란 그이지만 제 나이 예순이 넘어서야 온전한 화성 일주를 시도했듯, 그의 비유대로 숲에 있을 때 숲이 잘 보이지 않듯, 고향을 한참 떠나온 후에 다시 들어가 돌아보게 된 고향 곳곳은 이제야 뭔가 말이 되고 궤가 맞는다는 듯 그에게 ‘이해’라는 고개 끄덕거림을 자주 행하게 합니다. 억지로 가르쳐서 아는 앎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는 앎, 제 살던 데를 걷기 시작하면서 어떤 변모에 번번이 당혹하는 그이기도 했다지만 필시 그는 이 사실 하나만은 충분히 알아버린 것 같았습니다. 그러니까 “화성 일주에 어떤 원칙 같은 건 없다. 아무데서나 시작해도 좋고, 어디서 끝마쳐도 상관없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일주에 대한 욕심을 버리면, 그리고 완주에 대한 욕심을 거두면,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보게 되리라는 것.”

아직 살아 계신 아버지의 근 백 년 삶이 묻어 있는 도시, 수원 화성을 그는 정확한 정보와 정직한 감정으로 샅샅이 훑어냈습니다. 수원 화성이 고향인 분들은 목차만 봐도 목젖이 뻐근해질 것이, 팔달산이며 서장대며 화서문이며 용두각으로 불리던 방화수류정이며 동문이며 남수동이며 화성행궁이며, 남수동이며 구천동이며 양키시장이며 시민관이며 나아가 나혜석의 이름까지 묵묵히 다 걸어내고 찍어가며 써낸 현장의 기록인 까닭입니다. 근육과 흙이 발과 신발에 뒤엉킨 느낌, 살아 있음이 꿈같을 적에 진짜배기 ‘살이’가 뭔지 보여주는 느낌. 결국 걷는다는 건 미래로 잘 나아가기 위함도 있지만 과거로 잘 돌아가기 위함에도 그 목적이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해보는 찰나, 작가가 이런 자신의 생각을 보태주기도 하네요. “정상 같은 건 처음부터 있지도 않았다. 그는 산을 내려가는 법을 배워야 했다. 그는 죽는 때가 탄생하는 때라고 입속으로 중얼거렸다.”

작가 김남일의 입을 통해 새로 보게 되는 수원 화성, 수원 화성의 역사를 통해 작가 김남일을 새로 알게 하는 책. 그 책장 끄트머리에서 이 구절을 찾게 되네요. “비 오는 날, 혹은 벚꽃잎들이 눈처럼 펄펄 날리는 날, 한번쯤 그곳을 찾기를. 수원에, 화서역에, 서호에 어떤 연고나 기억이 없더라도 상관없으니, 그저 호수 둘레를 따라 천천히 걸어보시라. 그러다가 공원 안쪽에 자리잡은 커피숍에 들러 카푸치노 한 잔을 시켜놓고 비 내리고 꽃잎 나리는 창밖을 바라본다면, 그것 자체가 새로운 기억이 될지 모른다.”

비단 수원 화성만 그러할까요. 우리들 저마다의 수원 화성…… 우리는 우리들 저마다의 수원 화성과 같은 삶의 터전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걸어서 보기 전까지는 참 다 알 수가 없다는 진리. 난다의 걸어본다 시리즈의 정신이랄까 그 애초의 의도를 가장 첨예하게 머금은 책 김남일 작가의 『수원을 걷는 건, 화성을 걷는 것이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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