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상상그림책
주변 상황과 자신의 경험과 머릿속 관념을 총동원해
온갖 상황을 연출하며 입체적인 상상을 펼치는 그림책.
더할 수 없이 간결하고 단순한 내용에 즐거움이 넘친다.
앗! 큰일났어요.
다림질을 하다 잠깐 딴생각을 했는데,
엄마가 가장 아끼는 식탁보에
그만 커다란 얼룩이 생겨 버렸어요.
■ 한국에서 활동하는 폴란드 작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상상그림책 첫째 권.
다림질을 하면서 잠깐 딴생각을 한 사이 식탁보에 눌어붙은 자국이 생기자, 걱정하면서 이런저런 방법을 찾는 상황을 간결한 그림으로 옮겨 놓았다.
■ 할머니가 수를 놓은, 엄마가 가장 아끼는 소중한 식탁보에 그만 다리미 얼룩이 생겼다.
어떡하지? 무슨 방법이 없을까? 눈앞의 얼룩을 없애고 싶은 마음은 삼각형 다리미 자국을 따라 온갖 상황을 만들어 가는데…….
하늘에서 떨어진 로켓처럼 이처럼 갑작스럽게 당한 큰일에는 어떤 힘 센 사람이라도 맞설 수 없을 것이다. 가장 비싼 세제로도 지울 수 없고, 올빼미의 현명한 충고도 인터넷에서 찾은 방법도 소용이 없다. 기도해도 안 된다. 아무리 궁리해도 그럴듯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동생이 그랬다고 할까, 할아버지가 그랬다고 할까. 아무도 모르는 데로 숨어 버릴까? 땅속 깊숙이, 아니 세상 끝으로. 하지만 갈 곳은 아무 데도 없고, 내 잘못이라는 건 너무나 명백하다.
이제는 잘못을 털어놓고 용서를 비는 방법밖에 없다. 드디어 엄마가 식탁보를 보았다. 그런데 엄마는 다리미를 달구더니…….
■ 아이의 걱정과 고민과 핑계를 따라 다림질 세모 자국은 자꾸 변한다. 떨어지는 로켓 폭탄이 힘 센 남자의 역삼각형 몸통이 되고, 세제 통이 되고, 인터넷 마우스가 되고, 교회 건물이 되고, 할아버지 담뱃대가 되고, 울타리 쳐진 새장이 되고, 엄마의 눈이 되고…….
다리미 자국을 보고 비슷한 사물을 떠올리는 즉자적인 상상을 넘어, 상황을 연출하는 입체적인 상상력이 다채롭다. 짧은 문장과 더할 수 없이 간결한 그림에 담긴 각각의 이야기는 글 너머의 표정, 표정 너머의 아이의 마음의 변화를 그대로 느끼게 한다.
꽃을 주며 용서를 비는 모습처럼 여러 번 보아야 비로소 고개가 끄덕거려지는 장면도 있다. 내용은 단순하지만 그 안에서는 의자가 됐다가, 바람 부는 창문이 됐다가, 땅을 파는 삽이 됐다가 하는 온갖 상황이 변화무쌍하게 펼쳐지기 때문이다. 그 상황은 인터넷 검색이나 빨래하는 세제처럼 일상적이기도 하고, 밝은 등불 아래 드러난 잘못을 떠올리는 것처럼 관념적이기도 하고, 배를 타고 도망가는 상황처럼 특별하기도 하다.
그래서 《문제가 생겼어요》의 상상력은 연상과 비유와 관념이 여러 갈래로 뻗어가는 특별한 상상력이다.
또 하나, 모든 걱정과 고민을 한번에 날려버린 엄마는 정말 멋지다.
■ 생활 속에는 많은 이야기가 있다.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상상그림책은 이 모든 이야기를 갖가지 연상과 비유를 넘나들며, 절제된 선과 색으로 온갖 상황을 창조해내는 단순한 그림책으로 두 번째 권, 세 번째 권으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