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가기 싫어!”
학교는 지루하고 심심한 데다 하지 말라는 것도 많고…….
“학교에 가는 건 진짜 자기를 찾기 위해서란다.
거기다 학교에선 앞으로 신기한 일이 벌어질 텐데.”
어느 날 어느 적, 도깨비 왕기철과 천방지축 아이들에게 일어난
짜릿하고 비밀스러운 이야기.
‘학교는 왜 갈까?’라는 원초적인 질문을 던지며
배움의 자세와 목적, 삶의 태도에 대한 철학적 메시지를
한바탕 왁자지껄한 소동극 속에 유쾌하게 풀어낸 판타지동화.
■ 아이들에게 학교는 어떤 공간일까?
아이들이 처음 만나는 작은 사회인 학교,
초등학생이 되면서부터 아이들은 학교생활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친구를 사귀고 사회성을 익힌다. 하지만 인성 교육보다는 입시 위주의 교육, 협력과 조화보다는 경쟁을 통한 줄 세우기 등이 만연하면서 초등학생들조차 심각한 공부 스트레스에 내몰리는 게 현실. 그러는 사이 아이들에게 학교는 점차 ‘재미없는 곳, 공부만 하는 곳, 그래서 정말정말 가기 싫은 곳’이 되어 버리지는 않았을까?
어느 날 어느 적, 인간과 도깨비가 함께 산다는 그 어느 시절, 어느 곳에 학교 가기를 무척이나 싫어한 도깨비 왕기철이 산다. 왕기철은 공부의 공 자만 들어도 도망가려고 하고, 공 자가 들어간다고 공놀이조차 하지 않는다.
왕기철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놀기와 이야기. 하지만 학교에서는 공부만 하라고 하고 그것 말고는 ‘하지 말라’는 것투성이니, 당연히 심심하고 따분하기만 하다.
그런 왕기철에게 어느 날 할머니 도깨비가 비밀 이야기를 해 준다.
“학교 앞 횡단보도에 그려진 하얀 가로줄은 모두 아홉 개란다.
그런데 그 줄이 열 개가 되는 날이 있어.
그런 날에 학교에서 아주 신기한 일이 벌어진단다.”
“정말요?”
정말로 횡단보도의 가로줄이 열 개가 되던 날! 학교에선 신기한 일이 줄줄이 일어난다.
칠판에서는 괴물이 튀어나오고, 새로 오신 선생님이 가져온 토괭이는 책을 다 먹어 버리고, 빨간약을 먹은 아이들은 죄다 동물이 되어 버렸다! 게다가 뭔가를 숨기는 듯한 선생님의 행동이 영 수상쩍다.
괴물이 나오고, 교실과 운동장은 난장판이 되었지만, 왕기철과 아이들은 무서움과 긴장감보다는 ‘아무렴 어때, 난 재미만 있었는걸!’이라며 이 상황을 한바탕의 왁자지껄한 소동으로 천진하게 즐겨 버린다. 따분하고 지루하기만 한 학교는 순식간에 흥미진진하고 신나는 공간으로 바뀌어 버린다.
‘선생님, 저 학교 오는 게 재미있어졌어요.’라는 왕기철의 말처럼 우리 아이들의 교실에서도 자유로운 상상력과 뛰어노는 재미를 흠뻑 느낄 수 있다면 학교 가는 길이 훨씬 즐겁지 않을까.
■ 학교는 왜 가는 걸까?
어른들은 잘난 사람이 되려면 공부를 잘해야 한다고 늘 이야기하지만, 그게 학교 다니는 이유의 전부일까?
할머니 도깨비는 ‘학교는 진짜 나를 찾기 위해 다니는 것’이라고 말한다.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이 아니라 내 안의 진짜 나의 모습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 아이들은 어른들이 정해 놓은 기준에 맞춰 살다가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을 잊고 살지도 모른다. 공부는 물론이고 진로나 자신의 꿈조차도. 그런 삶은 나의 삶이 아니라 남에게 보여 주기 위해서 살아가는 가짜의 삶이다. 작가는 우리가 학교에 가는 정말 중요한 이유 중에 하나는 내 안의 본모습을 발견해 진짜 나의 삶을 찾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과 공부뿐만 아니라 열심히 놀아야 하고, 책도 열심히 읽어야 한다.
또한 학교는 여러 사람이 어울려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곳이다. 그러면서 ‘사람’이 되어 간다. ‘사람’이 되려면 때로는 참을 줄도 알고, 책임도 져야 하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노력도 해야 한다. 아직은 완전한 사람이 되지 못한 호랑이 선생님이 날마다날마다 참고 견디면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말이다.
다소 어렵고 진지한 주제이지만, 도깨비와 호랑이, 그리고 동물로 변한 아이들이라는 설정과 왁자지껄한 사건 속에는 우리 자신의 겉모습과 속 모습, ‘진짜의 삶’과 ‘사람됨’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참으로 깊은 뜻이 담겨 있다.
■ 모두가 행복한 교실, 신나는 학교생활
도깨비 왕기철은 사실 우리 주변의 평범한 아이들을 대변한다. 반 아이들 중에 도깨비 같은 친구들이 한두 명씩 꼭 있게 마련이니까. 얌전한 아이든, 공부 잘하는 아이든, 도깨비 같은 아이든, 모든 아이들이 성장하고 인격을 완성해 가는 데 중요한 것이 학교생활이다. 소수가 아니라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교실 말이다. 교실에서 책이 없어지자 공부만 잘하는 아이들은 할 게 없어졌고, 대신 놀기와 이야기를 좋아하는 왕기철이 맹활약을 한다는 내용은 개성과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정형화된 기준, 특히 성적만을 최고의 가치로 평가하는 현실 교육을 우회적으로 꼬집는 것이리라.
이렇게 《어느 날 학교에서 왕기철이》는 학교에 대한 원론적인 문제의식을 제기하면서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할 학교, 우리가 학교에서 정작 깨우쳐야 할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환상적인 스토리로 풀어낸다.
물론 이 모든 문제의식을 떠나 술술 책장이 넘어가는 재미가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