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운동을 하겠다고 먼 곳으로 떠나서 소식조차 전하지 못하는 아버지, 어릴 적 병으로 죽어버린 누이. 남준 하나만을 바라보면서 악착같이 삶을 버티고 있는 어머니. 그런 어머니의 미모에 혹해서 남준네 집을 맴도는 순사. 남준이 바라보는 세상은 비가 내리는 창밖처럼 스산하기만 하다. 남준은 누이가 묻힌 고개 근처를 지날 때면 자주 정신을 잃고는 했지만, 무당의 굿 덕분에 더 이상 그런 일을 벌어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누이의 무덤 근처 고개를 넘을 때 남준은 기분 나쁜 소름에 발걸음을 재촉하고는 한다. 하지만 어느 비 내리던 날, 고개 근처에서 남준은 깨끗한 옷차림에 하얀 피부를 가진 소년 하나를 본다. 소년은 남준의 친구가 되고 싶어한다.
외로움 속에 홀로 남은 소년. 그리고 그를 찾아온,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존재의 소년. 죽음과 영혼, 신비한 존재, 외로움을, 스산하지만 청량하고 서정적인 문체로 묘사한 단편.
시간과 비용은 줄이고, 재미는 높여서 스낵처럼 즐기는 BL - 한뼘 BL 컬렉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