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광대한 사막과 마법, 이상한 현상 등이 빛나는 공포와 미스터리.
이집트 사막에서 원대한 야망을 꿈꾸고 있는 20살의 프랑스 출신 주인공. 그의 야망은 끝없는 사막을 탐사해서 그 안 모든 지리와 부족에 대한 정보를 정리하는 것이다. 탐사 활동의 일환으로 사막을 헤매던 주인공은 손님을 환대하는 것으로 유명한 베두인족의 야영지에 머무르게 된다. 그러던 새벽, 사막 한가운데서 노란색 눈을 가진 방랑자가 야영지로 다가오다가 바로 앞에서 쓰러진다. 주인공은 두려움 없이 남자에게 다가가서 물을 먹여준다. 말을 하지 못하는 그 남자는 주인공에게 몸짓으로 감사 인사를 표하고 사라진다. 그리고 다음날 새벽, 다시 나타난 그는 주인공을 야영지 멀리로 데려간 후, 커다란 위험이 있을 것이라며 야영지에서 도망치라고 몸짓으로 말한다.
<미리 보기>
그날, 나는 발코니 너머로 유수프 에펜디스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달빛 아래에서 카이로의 첨탑들이 신으로 향하는 길을 가리키고 있는 밤이었다. 그때 나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하지 않았다. 나는 조금 더 젊었고, 야망에 차 있었다. 나는 이집트 연대기에 드 라세프처럼 내 이름을 새겨넣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드 라세프는 프랑스 외교관으로 수에즈 운하의 건설을 감독했다. - 역자 주)
나에게는 계획이 있었고, 그것을 신뢰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것은 이집트의 국경선을 확대하겠다는 것이었다. 이집트는, 아는 사람은 알다시피, 나일 강을 따라 흐르는 진흙들이 허리띠처럼 겹쳐진 땅에 불과했고, 서쪽과 동쪽 끝에는 사막이 버티고 있었다. 사막! 내 평생 꿈이 사막을, 그 허기진 회색의 땅을 조사해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내 계획이었다. 이제는 그것이 바보 같다는 것을 알지만. 파윰의 황량한 땅에서 오아시스로 이어지는 길을 찾겠다는 계획이었다. 어떻게 그것을 성취할 것인가가 가장 큰 관심이었다.
내가 왜 죽은 해골 더미를 파헤치고 있었어야 하는가? 아직 끝나지 않은 일이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일이다. 그러므로, 그 당시의 내 계획의 세부적인 것을 가지고 지루한 이야기를 하지는 않겠다. 다만, 내 야망이 나를 알려진 교역로로부터 아주 먼, 숨겨진 길들로 이끌었다. 회색 사막의 한가운데로 아주 멀리.
하지만 나는 야망이 있었고, 채 20살이 되지 않은 나이였다. 세인트 레미에서 온 20살 인간은 운명이 그의 길 앞에 던져놓은 장애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에게 세상은, 달콤한 자몽이고, 힘들더라도 빨아 먹을 과일이다.
그 당시에 내가 깨달은 것은 그 유명한 러디어드 키플링이 말한 '동쪽은 동쪽이다.' 였다. 그 당시 나는, 지금까지 언제나 묘사되어 왔고, 앞으로도 언제나 묘사될 '이집트의 신비'와 정면으로 마주했다. 그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다. 나, 르네 드 플라상은 내 눈으로 직접 마법과 같은 것들을 목격했다. 내 이성이 거부감을 보이는 것들, 나의 빈약한 유럽식 지식으로는 이해할 수도, 설명할 수도 없는 것들이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가 그것일 것이다, 아닌가? 기꺼이 이야기를 하겠다. 왜냐하면 명예를 아는 사람들에게 말하는 것임을 알고 있고, 이제 회색 수염의 개수를 셀 수도 없는 나에게도 좋은 일이기 때문이다. 내 뺨에 난 털의 개수를 셀 수 있었던 나이에, 내 스스로가 위대하다고 간주하던 시절에 벌어진 일이었다.
***
안장 위에서 또다른 하루가 지나간 어느 날 저녁이었다. 지옥의 모든 불꽃을 반사한 듯한 하늘에서, 무자비한 태양 아래에서 모래 연기를 내면서 사막을 건넌 하루였다. 나와 원주민 동행자는 아랍족의 야영지에 도착했다.
그들은 베두인족이었다. 그 당시에는 전혀 중요하지 않은 종족이었지만, 아마 대부분 사람들이 아는 것처럼, 신이 세계를 창조한 이후 가장 손님을 환대하는 종족이었다. 셰이크 (아랍의 족장이나 가장. - 역자 주)의 천막은 어떤 손님에게나 열려 있었고, 거기에서 여행자는 지친 팔다리를 쉴 수 있었다. 그리고 부족이 가진 모든 음식과 술, 음료수, 오락을 같이 즐겼고, 손님이 집주인에게 뭔가를 지불한다는 것은 신사를 모욕한 것 같은 취급을 받았다.
그것이 사막의 환대였다. 천막 문 앞에 곧게 서 있는 창은, 손님에게 손을 대는 자는 누구나 셰이크의 처벌을 받는다는 의미를 상징했다. 동일한 이치로, 베두인족 야영지 근처에 별도로 천막을 세우는 것은 그들에 대한 모욕으로 받아들여졌다.
유목민의 삶에 익숙한 나는 이런 것들을 모두 잘 알고 있었기에, 꿰뚫는 듯한 눈빛의 무리가 내 앞으로 다가와도 놀라거나 두려워 하지 않았다. 나는 세이드 모하메드 셰이크에게 친구로서, 형제로서 경의를 표했다. 천막 하나가 나에게 주어졌고, 나와 동행자에게 적당한 오락과 기분 전환에 필요한 것들이 제공되었다.
이집트에서 어떻게 황혼이 지는지 알고 있는가? 한순간 하늘이 빛나는 캔버스가 되고, 예술가들이 아는 모든 색상이 그 위에서 반짝이다가, 가장 깊은 보라색의 놀라운 베일이 커튼처럼 드리운다. 그리고 세밀한 천 사이로 빛나는 다이아몬드처럼 보이는 별들이 반짝인다. 벨벳처럼 부드러운 보라색의 밤이다. 현대화된 카이로에서도 그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외로운 사막에서 황혼은 만 배는 더 웅장하고, 만 배는 더 인상적이다. 그것은 침묵의 목소리로 영혼에 직접 말을 건다. 그것이 사막의 밤이다.
그날 밤도 그랬다. 셰이크가 내 앞에 늘어놓은 음식을 나눠 먹은 후, - 사실 베두인의 음식은 소화불량에 좋지는 않다. - 나는 커피를 홀짝이면서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깊은 풍미를 가진 그 커피는 진정한 신의 음료였다. 서너 개의 야자나무 너머로 작은 오아시스가 있었고, 그 위로 사막이 회색의 양탄자를 깔았다. 그 양탄자가 저 멀리 흑단나무처럼 검게 변하면서, 하늘을 휩쓸고 있는 보라색과 만나고 있었다.
아마도 그를 본 사람은 내가 처음이었던 것 같다. 나도 잘 모른다. 하지만 베두인들은 그를 보지 못했다. 야영지 입구 앞에 보초가 하나 서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를 어떻게 묘사할 수 있을까? 달빛 속에서, 그는 구부정한 몸으로 느릿하게 걷고 있었는데, 그런 걸음걸이는 한번도 본 적이 없었다. 이제는 그때 내가 놀라면서 의혹을 느꼈던 이유를 알 수 있다. 그에게는, 일종의 두려움과 끔찍한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뭔가가 있었다.
그는 헝클어진 머리카락과 반듯하지만 아래로 떨궈진 회색의 각진 얼굴을 가지고 있었고, 그의 기이한 노란 눈에는 그림자가 드리워 있었다. 그는 넝마 같은 천쪼가리를 입고 있었다. 그는 도망자였다. 나약한 자의 질질 끄는 걸음걸이로 방대한 공간 속에서 걸어 나오고 있었다.
그 다음, 야영지의 모든 개들이 그의 접근을 알아 차린 것 같았다. 천막의 그늘에서 잡종개들이 울부짖으면서 소란을 피우더니 밖으로 나왔다. 그런 것을 본 적이 없다. 으르렁거리는 누런 물체들 한가운데, 야영지의 입구 바로 앞에서, 초라한 늙은 남자가 누워서 낮은 소리로 뭔가 외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