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여류 추리소설가인 미드와 전문 의학자 에우스테이스의 합작 미스터리 단편.
의사 2명이 정신병 증명서에 서명을 하면, 정신병원에 감금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있던 시절, 인도의 시바신과 대화를 하고 있다는 주장을 하는 남자에 대한 진찰 의뢰가 들어온다. 인도에서 오랜 세월을 살면서 큰돈을 모아 고향 영국으로 돌아온 더시거 씨라는 신사가 그 진찰의 대상이 된다. 인도에서 브라만교에 몰입해서 개종한 그는 집안에 시바신의 나무 신상을 모셔두고 심령술과 강신술 의식을 행해왔다. 그러던 중 3-4개월 전부터 그는 시바신이 자신에게 직접적인 지시를 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친다. 주인공이자 탐정인 벨은 정신병 진찰 의뢰를 받은 로리에 박사와 함께 더시거 씨를 찾는다. 값진 보석을 사들여 시바 신상을 장식하고, 그 앞에 엎드려 경배를 드리는 더시거 씨는 누가 보기에도 정상은 아닌 듯 하다.
<미리 보기>
작년 여름 의사 친구가 나를 저녁식사에 초대했다. 얼스 코트의 오락 클럽에서 그와 동료 의사 2명과 함께하는 자리였다. 그들 중 한 명은 유명한 로리에 박사였는데, 놀라운 능력을 발휘하여, 정신 질환에 주력하고 있는 의사였다. 그는 정말로 그 분야에 있어서 유명한 권위자였고, 런던의 대형 정신병원에서 중요한 직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도 했다. 저녁식사 동안 그가 몇 가지 경험을 이야기해 주면서 우리의 흥미를 돋우었다.
"벨 씨, 당신에게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인간 정신의 변종에는 한계가 없다는 것이죠." 그가 말했다.
"지금까지 밝혀진 것들 중 가장 기괴하고 고통스러운 정신 질환을 다루게 되었어요. 환자는 빈민이 아니에요. 훌륭한 교양과 지식을 갖춘 신사예요. 그는 젊은 시절을 인도에서 보냈는데, 거기에서 질환이 시작되었다고 해요. 그때 시작된 질환이 지금은 편집증 수준으로 진행되었어요."
"제발 그 사람 이야기를 해주세요. 물론 당신의 직업 윤리에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요." 내가 대답했다.
"할 수 있는 한에서 모든 것을 이야기해 드리죠." 그가 대답했다.
"저는 그를 오랜 시간 동안 알아왔어요. 그리고 런던에서 몇 번 만나서 대화를 나누기도 했고요. 지난 주 그의 조카가 나를 찾아와서 그의 정신 상태에 관해서 심각한 말을 했어요. 지난 수 년 동안 그는 강신술과 신지학, 인도 신에 빠져 있었다고 해요. 물론 그에 따른 이상한 주문이나 마술에도 관심이 컸고요. 그는 자신이 매우 깊은 지하 세계에서 영혼을 불러올릴 수 있다고 굳게 믿었고, 이상한 심령술 모임을 많이 주관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그런 이상한 취향이라고 해서 정신병이라고 볼 수는 없잖아요." 내가 말했다.
"요즘 그런 이상한 신념이나 마법을 믿는 사람이 수백 수천 명도 넘거든요."
"물론 저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죠. 그런 광증을 가진 사람이 영혼에 빙의되어 이상한 말을 하고, 강령술로 탁자를 뒤엎고, 사기를 치고 하는 수준 정도에만 머문다면 그들은 전적으로 무해할 겁니다. 하지만 그들의 신념이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 행동을 하도록 만든다면, 살펴볼 필요가 생기게 되죠. 특히 이 경우에는 사람의 생명이 위험에 처하게 되는 경우인 것 같고요."
"그 사람의 환각은 어떤 특이한 종류였나요?"
"그는 사실상의 브라만교도였어요. 인도에 있을 때 브라만교의 이상한 교리에 흠뻑 빠져있었어요. 인도에 있을 때 그의 친구 중 하나가 브라만교의 고위층이었고, 그의 집에는 힌두식 삼위일체를 상징하는 비슈누, 브라마, 시바의 신상들이 있었어요. 그리고 나에게 설명을 제대로 하지도 못했지만, 그 친구는 시바에 몰입하게 되었고, 자신의 집으로 시바 신상을 가져왔어요. 그는 집안 한가운데 복도에 그 신상을 놓고, 그것에는 신비한 속성이 있는데, 그 속성을 알아내는 것이 자신의 의무라고 믿기 시작했어요. 그 친구 조카 말로는, 시바 상이 자신에게 힌두스탄어로 말을 하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밤마다 신상 앞 제단에 무릎을 꿇고, 시바신의 지시를 받는다고 해요. 물론 그의 상상 속에서겠지만요. 결과적으로 그는 온갖 이상하고 비정상적인 행동을 하면서, 그 사악한 괴물을 장식하기 위해서 큰 돈을 쓰고 있어요. 진주와 루비, 다이아몬드를 사들여서 신상을 치장하고 있어요. 그리고 자신의 인생과 재산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시바신의 지시를 받고 있어요. 그에게는 같이 사는 조카딸이 있는데, 오랜 시간 동안 큰 애정을 기울여서 돌봐왔어요. 하지만 최근 들어 그는 그녀에게 잔인한 태도를 보이면서, 자신의 앞에서 사라지라고 욕하고, 대화를 하고 감정을 나누는 것도 거부한다고 해요. 그리고 시바신이 매일 밤 그에게 말하기를, 그녀가 자신을 배신하고 있다고 해요. 심지어는 그녀를 죽이겠다는 이야기까지 했다더군요. 최근 나를 찾아온 조카는 그녀에 대해서 걱정을 하고 있어요. 하지만 그녀의 삼촌에게 등을 돌리는 짓을 할 수는 없다고 말했어요. 그녀 역시 내 친구에게 큰 애착을 가지고 있거든요. 그녀는 삼촌이 자신을 협박했다는 것 자체를 부인하고 있어요. 심지어 나를 찾아온 조카가 그 말을 직접 들었음에도 불구하고요. 그런 상황에서, 그녀의 친구들이 모두 큰 걱정을 하고 있고, 삼촌에 대해서 뭔가 의학적인 치료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내일 그의 집으로 가서, 그의 주치의를 만나서 상의를 하려고 해요."
"그러면, 그 다음에는, 아마도 그의 정신병에 대해서 확진을 하게 되겠죠?" 내가 물었다.
"거의 확실하죠. 다시 말하자면, 그가 정말로 미쳤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면요." 로리에가 가볍게 대답했다.
"당신 의사들에게는 정말 끔찍한 책임이 주어졌군요." 내가 말했다.
"정신병원에 한 사람을 집어넣도록 판결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 봐요. 악랄한 사람들의 손에 그런 힘이 주어진다면 정말 끔찍한 일이겠죠."
로리에 박사가 눈썹을 잔뜩 찌푸리면서 나를 날카롭게 째려보았다.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그가 이상하다는 듯한 어조로 물었다.
"물론 언제나 실수는 저질러지죠. 하지만 내 의견으로 자주 저질러지지는 않아요. 선의에 의해서 합리적인 치료를 제공하는 것은 법에 정해진 거라고요."
"물론이에요." 내가 대답했다.
"이렇게 중대한 문제의 경우, 양쪽에 모두 어려움이 존재하죠. 하지만 내가 의사라는 직업인이라면, 어떤 이유에서든 정신병자라는 증명서에 서명을 하지 않을 거예요."
몇 분이 지난 후, 우리는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서 정원을 걷기 시작했다. 클럽의 정문 앞에서 헤어지기 직전, 내가 로리에 박사를 따로 불렀다.
"신기한 것에 대한 사랑이 나에게는 피할 수 없는 열정이에요." 내가 말했다.
"내일 당신 진찰 결과에 대해서 알려달라고 부탁한다면, 너무 무례한 일이 될까요? 당신의 심령술사 환자에 대해서 관심이 많아요."
그 말을 하면서 내가 명함에 주소를 적은 다음, 그에게 건넸다. 주제넘게 참견하는 것에 대해서 그가 화를 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는 했다. 그의 밝은 얼굴 위로 미소가 떠오르더니, 커다랗게 빛나는 태양의 광채 아래에서 그가 나를 몇 분 동안 바라보았다.
"그렇게 관심을 가지신다고 하니, 내 진찰 결과를 알려드리겠어요." 그가 대답했다.
"안녕히 가세요."
우리는 각자의 1인승 마차에 올라타고, 서로 다른 방향으로 마차를 몰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