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비가 내리는 황홀경 (한뼘 로맨스 컬렉션 35)

해은찬 | 젤리빈 | 2018년 12월 13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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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책 소개>
#판타지물 #서양풍 #영혼체인지/빙의 #외국인 #금단의관계 #운명적사랑 #피폐물 #애잔물
#집착남 #상처남 #순진남 #존댓말남 #연하남 #평범녀 #다정녀 #순진녀 #외유내강녀
주인공 나는 소설 속 이세계로 빨려들어가서, 딜런 공작 가문의 계모, 그레이스가 된다. 공작 가문에는 전처의 아들 조슈아라는 아이가 있는데, 감정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가문의 전업인 요리에 무척이나 서툴러서, 가문에서 무시를 당하고 있다. 그러나 그레이스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조슈아는 따듯한 어머니의 애정과 묘한 이성으로서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원래는 이웃나라 왕자와 사랑에 빠질 소설 줄거리와는 다르게 조슈아와 그레이스의 사이가 점점 가까워진다.
계모와 소년의 사랑. 이뤄질 수 없는 금단의 사랑을 주제로, 섬세한 의식의 흐름을 따르는 문체와 화사하고 반짝이는 비유들이 아름다운 단편 로맨스.
시간과 비용은 줄이고, 재미는 높여서 스낵처럼 즐기는 로맨스 - 한뼘 로맨스 컬렉션.

<미리 보기>
"사랑해요."
라는 말을 그 아이가 할 수 있게 된 건 같이 살게 된 지 반년이 지난 빛과 열기가 강렬한 여름날이었다.
나는 그날 여느 때처럼 뙤약볕에서 빨랫줄에 빨래를 널고 있었고 널린 빨래에서 맡아지는 포근한 향기를 만끽하던 중이다.
등 뒤에서 나를 부르는 아이만 아니었더라면 그대로 넋 놓고 시간을 때우고 있었을 것이다.
"어머니."
아이의 이름은 조슈아. 올해로 열여섯인 이 소년은 [신데렐라 조슈아] 라는 이름의 BL소설 속 주인공이다. 그리고 나는, 현실감 없는 소리겠지만, 현재 조슈아의 새어머니다. 신데렐라를 기반으로 했으니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나의 역할은 계모다. 조슈아를 보기 전 이 소설 속 계모의 덩치 크고 성질 더러운 마마보이인 두 아들을 먼저 만나게 되었는데, 그들의 불량한 행동을 혼쭐내야만 했던 그때는 정말 미치는줄 알았다. 눈 뜨자마자 낯선 여인으로 빙의된 것도 황당해 죽겠는데 골치 아픈 아들이 두 명이나 생겼으니 오죽하겠는가.
내가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한 행동은, 첫째아들이 여자를 가지고 놀다가 버렸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내 앞에서 떠들어대서, 사랑의 매를 들고 훈계를 한 일이다. 도덕적인 관념이 비틀렸지만 생각보다 내 말을 잘 듣는 첫째아들의 첫인상은 주인한테만 충성하는 커다란 사냥개의 느낌이었다. 둘째아들도 별반 다를 것은 없었다. 마약상을 찾아가 얻어온 마약에 찌든 상태였다. 나는 약들을 모조리 빼앗아 집 근처에 있는 깊은 호수에 던져버렸고 첫째아들과 마찬가지로 사랑의 매로 훈계를 하였다. 둘째아들은 생각보다 약에 구걸할 정도로 미치지는 않았다. 그러나 내가 혼을 내자 한 가지 약속을 해주면 더이상 약을 먹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래서 그 약속이 무엇이지, 라며 조곤조곤 물어보자 녀석은 얼굴을 붉히며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달라고 응석을 부리는 것이었다. 허, 그쯤이야 뭐. 소설 속이고 여기서는 어머니의 입장이니 이렇게 말하였다. 당연하잖니. 아들아. 넌 내가 사랑하는 내 자식이고 난 네 엄마니까. 애틋한 눈길로 바라보며 상냥한 말을 건넸다. 아들은 기묘하게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뭐, 어쩔 수 없네요. 전 어머니의 자식이니까... 다소 삐딱한 태도로 굴었지만 그래도 납득한 듯 보였다.
아무튼 골치 아픈 녀석들이다. 나는 처음에는 이 비현실에서 언제쯤 벗어날 수 있을까? 가늠해 보았다. 하지만 고민해봤자 답은 나올 리 없었고, 결국 한 가지 가설을 세웠다. 신데렐라 역할인 조슈아를 시집(?) - 아니면 장가(?) - 를 보내고 나면, 내 역할을 다 한 셈이니 다시 현실 세계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고. 이런 가설이 맞아떨어졌음 좋겠는데...
조슈아를 처음 보게 된 때는 아이가 열다섯이었을 때다. 마누라를 잃고 곧바로 새로운 부인을 구하던 조슈아의 아비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했고, 그의 비위를 살살 맞춰가며 조슈아의 새어머니 자리를 꿰차게 되었다. 처음 조슈아를 맞이하러 가게 되었을 때 나는 깜짝 놀랬다.
마치 인형 장인이 섬세한 손길로 제작한 것처럼 작은 얼굴에 알맞게 배치된 눈, 코, 입.
목덜미를 덮는 은발은 유약한 인상을 주었고, 깊은 바다색 눈동자는 어머니를 잃은 상실감 때문인지 내가 코앞에 있어도 나를 비추지 않았다. 아득히 먼 곳에서 다른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차갑고 공허한 그 눈동자는 어쩐지 쓸쓸해 보여서 나는 계모 역할을 착실히 수행해 나가지 못할 것을 직감했다. 그래, 저렇게나 곱상하고 예쁘게 생긴 아이를 울릴 수는 없지. 꼭 역할이 계모라고 해서 아이를 괴롭히라는 법은 없잖아? 나는 원작을 비틀기로 맘먹었다.
"만나서 반갑구나, 얘야."
내 외모는 구불거리는 검정색 단발머리에 암녹색 눈동자가 고양이처럼 눈꼬리가 살짝 올라간 요사스런 얼굴이었다. 사실 이런 얼굴로 다정하게 굴어봤자 어색하다는 사실을 나도 잘 안다. 하지만 최대한 진솔하게 입꼬리를 말아 올리고 웃어 보였다. 아이는 그렇다 치고 두 아들 녀석들은 뭐가 맘에 안 드는지 심통이 난 상태로 조슈아가 건방지다고 입방아를 찧어댔고, 나는 그 둘에게 뒤돌아서 조용히 잔소리를 하였다. 그러자 뚫어져라 쳐다보는 조슈아의 시선이 와 닿았다. 내가 좋은 사람인지 아닌지를 가늠하는 것 같은 시선이다. 나는 그 음산한 시선에 민망한 나머지 슬쩍 고개를 돌렸다. 아이의 시선이 따라붙는 기분이 들었지만 그냥 무시했다.
이렇게 첫 만남은 안정적으로 끝났고, 이후에는 내가 안주인으로 들어서게 되었다. 집안의 재정과 사무적인 일들을 떠맡게 되어 방 안에서 하루를 보내야만 하였다. 그러다 온몸이 찌뿌둥해서 조금 몸을 움직여볼 겸 시녀들이 해야 할 일들을 내가 알아서 하기 시작했다. 시녀들은 처음에는 나를 곱게 안 본 눈치였지만 재정 일도 미루지 않고 집안일까지 알아서 척척 해내자 좋은 마님이라고 소문을 냈다.
이 입소문이 조슈아의 귀에 들어갔는지 어쨌는지는 모를 일이었지만 그렇게 하루 하루가 별 탈 없이 흘러갔다.
이변이 일어난 것은 달빛이 푸른 밤이었다. 잠이 오지 않아 내 방에서 벗어나 복도로 나서자 복도 끝에 서 있는 조슈아가 창가를 바라보며 소리없이 눈물을 뚝뚝 흘리는 광경이 보였다. 요정 같은 소년이 푸른 달빛 아래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무척 쓸쓸하고 애달파 보여서 그 아이에게 다가갔고 인기척을 느낀 그 아이가 경계 어린 눈빛을 하자 나는 서둘러 그 아이를 품안으로 끌어당겼다.
"많이 힘들었겠구나. 아가. 하지만 이제 걱정하지마렴..."
"어떻게 걱정을 안 해요?"
날카로운 시선, 예리한 질문이다. 아이의 입장에서 새어머니의 존재감은 불안할 수 밖에 없었을 거다.
"슬플 때나, 기쁠 때나, 부유할 때나, 가난할 때나, 아플 때나, 건강할 때나 언제든... 함께 나누자구나. 우린 이제 가족이고 내가 최선을 다해 좋은 엄마가 되도록 노력해보마."
"왜 그렇게까지 하려는 거죠?"
"난 이 집에 발을 들인 순간 천사를 발견했단다. 천사를 울릴 순 없잖니?"
"설마... 천사가 저란 말인가요?"
조슈아는 내가 여태껏 보아온 표정 중 가장 인간미 넘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저런 인형같은 용모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데 귀여워 보일 수 밖에.
"그렇단다, 아가."
"전 이제 열다섯이에요. 아가라고 불릴 나이는 지났..."
"아니. 넌 항상 이 엄마에겐 아가로 보인단다."
지켜주고 싶고, 보듬어주고 싶은 존재.
네가 바로 그런 존재란다. 조슈아.

저자소개

<저자 소개>
안녕하세요. 해은찬 입니다. 글을 읽는 동안 행복한 시간 되시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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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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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및 저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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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분량: 2.4만자 (종이책 추정치: 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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