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아프리카의 이국적 풍광과 사막의 아름다움을 시적 비유로 묘사한 아름다운, 그러나 공포스러운 단편.
주인공은 평생 동안 아프리카를 여행하면서 거친 삶을 살아온 유럽 사람이다. 귀족의 결혼식 때문에 간 러시아에서 주인공은 평생의 연인을 만난다. 유대인들의 권익과 이스라엘 재건을 위해서 일하는 돌로레스라는 이름의 그녀가 운명적 사랑이라고 믿게 된다. 러시아에서 정치적 사건이 생겨서 아프리카로 몸을 피한 둘은 나일 강을 따라서 여행을 한다. 며칠 동안 나일 강 위에서만 생활한 둘은 모래 사막에 배를 대고, 언덕 위 폐허가 된 거대한 무덤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한다. 평온한 노을 속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둘 앞에 거대한 사자가 나타난다.
<미리 보기>
나일 강을 타고올라가는 나의 세 번째 여행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서 아는 것이 도움이나 즐거움이 될지 확실히 알 수는 없다. 어쩌면 읽을 가치가 있을지 모르겠다.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내 친구들 몇몇이 이 사건에 대해서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4년 동안 동양을 여행한 이야기를 하면서 같은 사건을 반복해서 이야기하는 짜증스러움을 피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잔말 말고 이야기를 시작하자. 레반트 지역에 싫증이 나서 로마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을 무렵, 나는 알렉산드리아의 대공작녀와 에딘버러의 공작의 결혼식에 공식적인 초청을 받았다. 그리고 거기에 참석하라고 재촉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 멍청한 의식과 시간 낭비, 무의미한 겉치레에 대한 설명은 건너뛰겠다. 내가 생 페테르부르크에 간 이유에 대해서 말하고자 할 뿐이다. 내가 거기에 있을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 대해서 말한 이유는, 거기에 모인 사람들 속에서 잊지 못할 얼굴을 봤기 때문이다. 그것은, 키가 크고 까무잡잡하고 지극히 조용한 돌로레스의 얼굴이었다. 삶의 이른 아침에 슬픔을 만나서 그것과 친구가 된 젊은 여자의 얼굴이었다. 나는 가끔씩, 깊은 슬픔을 가져 본 적이 없는 사람과 사귀거나 좋아한 적이 없었다. 그리고 이제 내가 아는 것은 이것이다. 그녀가 어떤 모습으로 나에게 왔든 간에 그녀가 왔을 때부터 갔을 때까지 우리 중간에는 두 개의 길이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여기에서 약간 내밀한 이야기를 꺼내겠다. 나는 알았다. 아니 알아왔다. 내가 언젠가는 그녀를 만났으리라는 것을 알았다. 나는 그녀를 기다려왔고, 내 영혼 속 흉벽과 요새를 열심히 지어서, 그녀를 그 속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녀가 내게 올 때 저열한 나로부터 그녀를 보호하려고 노력했다. 이 정도의 확신을 가져본 사람이 있다면 내게 말해줬으면 한다. 또다른 나 자신과 훨씬 나은 내가 어느 날 하나가 되어 완전해진다고 확신한 적이 있는가? 영혼 속 요새를 철저하게 준비하기만 한다면? 의사들 말로 그녀는 죽어가고 있었다. 그녀는 차르 (러시아 황제 - 역자 주)와 유대인들 사이를 중재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그녀 자신은 '특별한 사람'(유대인을 가리킴. - 역자 주)은 아니었지만, 내 생각에 그녀의 뒤에는 로스차일드와 모세 몬티피오레의 돈이 버티고 있었다.
차르에 대한 암살 시도가 있었고, 바로 대규모 처형이 뒤따랐다. 기소된 사람들 중에는 여자들이 있었다. 그녀의 반응은, 마치 그녀 자신이 사형 선고를 받은 것 같았다. 우리 모두의 고통을 합친 것보다 그녀만의 고통이 훨씬 거대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의 고통과 슬픔에 너무 너무 민감했다.
그런 사람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선한 신도 존재한다. 날카로운 고통을 느끼는 사람은 지극한 즐거움도 느낄 수 있다. 이런 것을 확인해보고자 한다면, 역사의 수레바퀴를 몇 세기 뒤로 돌리고, 모든 나라들을 살펴 보면 될 것이다.
우리는 암살과 관련하여 기소당한 사람을 변호하는 공통의 영역을 공유하고 있었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우리가 처음 만난 것이었다. 마치 2개의 빠른 시냇물이 같은 방향으로 흘러가다가 마침내 하나로 합쳐지는 것과 같았다.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재빨리 진행했다. 법률적 지연을 위해서 러시아의 문 앞에 뭔가를 던지는 것이 죄가 되는 행위는 아니었다.
여름이 한창일 무렵, 우리는 새들과 함께 남쪽으로 갔다. 그녀는 자신이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게다가 그녀는 예루살렘을 되찾고 집 없이 떠도는 유대 종족을 그 신성한 도시에 안착시킨다는 생각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녀의 종교가 무엇이었을까? 내 생각에, 그녀는 모든 종교의 신봉자였다. 나는 그녀가 모스크바 크레믈린 궁전 앞에서, 로마 성 피터 성당 앞에서, 알렉산드리아의 유대교 회당 앞에서 무릎 꿇는 것을 봤다. 내 짐작으로, 그녀는 이슬람 회당 앞에서도 그렇게 했을 것이다. 이전에 말한 대로, 그녀를 만나기 전 나는 시리아 전역을 여행한 바 있었다. 그래서 그녀가 자신의 자비로운 생각, 즉 예루살렘 근처에 유대 정착촌을 건설하고 이스라엘을 재건하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마다, 나는 그것이 얼마나 불가능하고 비현실적인 것인지 강조했다.
바빌론에서 예루살렘으로 하루 종일 말을 타고 가면서 내가 본 생명이라고는 풀 한 포기가 다 였다는 것을 그녀에게 이야기한 기억이 난다. 역사의 여명 이래로 문명의 길은 모두 태양이 지는 방향으로 발전했다는 것을 그녀에게 설명했다. 그리고 그것을 뒤집는 것은 인간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문명의 심장이 멈출 때까지, 인류의 파도는 멀리 서쪽 해안의 황량하고 비옥한 땅을 향해서 밀려갈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상업의 강력한 중심지가 가장 강력한 중심지를 무너뜨릴 때마다, 그녀가 돕기 바라는 사람들을 통해서 가장 강력하고 최고의 상업의 중심지가 세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유대 종족의 약하고 무기력한 나머지들은 레반트 해안가에 얽매어 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그것을 예측하고 피난민들의 도시를 대양 옆에 짓는 것을 어떨까요? 당신이 보기에 문명의 길이 지나쳐갈 것이 확실한 그 경로 위에요."
그녀가 그 말을 하는 동안, 여명의 황금색 문들만큼 가장 현실성 있는 생각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나는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알았다. 그녀의 '특별한 사람들'은 사막으로 건너갈 정도의 용기를 가지지 못했다는 것을. 그들은 휴식을 추구하지 않고 언제나 행동했다. 다시 말해, 그들은 언제나 시장에서 고용주를 찾아 헤매고 다녔다. 그들은, 야곱의 우물의 달콤함 속에서나 하룻밤 정도를 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