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익살과 재치 넘치는 단편. 정말 깔끔하게 유쾌한 결말이 매력적이다.
디오다투스는, 시골의 목사관에서 얹혀 사는 부목사로, 착하고 예의 바르며 쾌활한 청년이다. 너무 착한 성격 덕분인지 주변 사람들은 그를 쉽게 대하고, 심지어는 아이들조차 그의 말을 무시하고 그를 놀림감으로 삼는다. 목사와 목사 부인이 잔뜩 안겨준 심부름 거리를 처리하기 위해서 시내로 간 디오다투스는 서아프리카에서 귀향한 해군 수송선을 보게 된다. 병사들과 군목의 이국적인 분위기에 이끌려서 그들의 행렬을 구경하던 그가 작은 앵무새 조각상 하나를 줍게 된다. 그리고 그 조각상의 신비한 힘 덕분에, 디오다투스는 평생 잊지 못할 기이한 경험을 하게 된다. 아니,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그의 주변 사람들이 경험하게 된다.
<미리 보기>
디오다투스 졸리 부목사가 한껏 펼쳐진 탁자 앞에 앉았다. 탁자에는 점심식사를 위한 음식이 올려 있었고, 그는 항상 그래왔듯, 탁자의 일곱 번째 다리의 날카로운 모서리에 다리를 부딪쳤다.
"나는 당신이 조금 더 조심스러웠으면 해요, 졸리 씨." 교구목사의 아내가 말했다.
"겨자통을 엎을 뻔 해잖아요. 그리고 이렇게 흔들거리는 탁자 다리 때문에 저기 주전자들도 불안하고요."
"그래도 아무것도 엎어지지 않았잖아요, 보들리 부인." 부목사가 쾌활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엎어진 것이 없으니 괜찮다는 당신 말에는 전혀 동의할 수 없군요." 무뚝뚝한 대답이 들렸다.
"그래도 피부가 까지지만 않았다면 큰일은 아니에요." 졸리 씨가 부인에게 아부를 떠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나는 탁자의 다리 이야기를 하는 거였어요." 보들리 부인이 차가운 어조로 부목사의 말을 바로잡았다.
"아, 죄송해요." 부목사의 얼굴이 더블린 항구에서 잡힌 새우처럼 붉어졌다. 그는 침묵에 빠져서 3명의 사람과 5개의 양고기 구이 사이의 수학적 비율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 문제는, 작은 체구에 비해서 놀라울 정도로 왕성한 식욕을 가진 졸리 씨에게는 중요한 관심사였다. 그는 이전에 경험했던 실망감이 다시 자신을 덮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문제의 해결책을 기다렸다.
"아무래도 별로 배고프지 않으실 것 같군요, 졸리 씨." 목사의 부인이 말했다.
"아..... 아..... 아..... 특별히 배가 고픈 것은 아니죠...." 부드럽지만 이상한 어조의 대답이 들렸다. 한 달에 한 번 있는 차 모임 직후를 제외한다면, 그는 언제나 배가 고팠다.
"왜냐하면 워커가 양고기를 다섯 덩이만 구웠더라고요. 그리고 당신 것이 조금 작아 보이기도 하고요." 보들리 부인 말을 이었다.
"아, 저 정도면 충분해요, 감사합니다." 졸리가 서둘러서 선언하듯 말했다. 아마도 그는 운이 없었던 것이다.
"절제와 온화함을 아는 사람에게는 아주 충분한 양이죠."
아우구스투스 보들리 목사의 얼굴이 '교회 일보' 뒤에서 나타났다. 그리고 의심스러운 시선으로 자신의 부목사를 바라보았다. 바로 그 순간 부목사는 자신의 마지막 말이 상당히 애매한 표현이었음을 깨닫고 뺨을 붉히면서 빵을 엄청난 크기로 자르고 있었다. 이후로 잠시 동안 불편한 침묵이 흘렀고, 마침내 보들리 부인이 침묵을 깼다.
"졸리 씨, 오늘 오후에 딜버리 시내에 가줬으면 해요. 제가 부탁드릴 일들이 좀 있어요."
"물론이죠, 보들리 부인. 기꺼이요." 부목사가 대답했다.
"고스 양을 방문해서 내 모자 수선을 마쳤는지 알아봐 주세요. 만약에 다 끝났으면 직접 가져와요. 그녀만 전적으로 믿고 있을 수는 없어요. 그리고 나는 내일 홀리-존스 정원 파티에 그 모자를 쓰고 가고 싶거든요. 수선이 끝나지 않았다면, 수선을 마칠 때까지 기다려 주세요. 모자 없이 돌아오면 안 돼요."
"알겠어요, 보들리 부인. 그러지 않겠습니다. 확실히 처리하도록 하죠."
"아마 그럴 거라고 생각해요. 그 다음에는 민킨스네 가게로 가서 흰색과 갈색이 섞인 실 꾸러미 2개하고 코바늘 뜨기용 솜 4개하고, 레이스 장식 8미터를 사세요. 지난 주에 샀던 것하고 같은 종류로요. 그리고 워커 말로는 흑연이 다 떨어져 간다고 하니까, 그것도 2 상자 사다 줘요. 그리고 흑연하고 레이스 장식을 같은 곳에 두면 안된다는 것에 신경 써요. 그리고 식료품 가게에 가서 피클 버무림을 한 항아리 사요. 그 다음에는 덤솔네 가게로 가서 싱싱한 대구를 주문해요. 아마도 같이 가져올 수 있으면 더 좋고요. 그리고 바버네 가게로 가서, 디저트용 배를 4파운드 어치 보내라고 전해줘요. 그리고 확실히 맛있는 것들이어야 한다고 전해줘요. 너무 익은 것들은 절대 안 된다고 못 박아 두세요. 당신이 직접 고르고 무게를 재는 것이 나을 거예요."
"그러겠습니다. 주의를 다해서 좋은 것들을 골라낼게요." 부목사가 말했다. 마음속으로 소용돌이 치는 감정을 외부로 드려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아, 그리고 졸리." 목사가 말했다.
"시내로 나갈 때, 내 사냥용 장화를 가지고 가요. 크럼멜에게 신발 바닥에 구멍을 메우고, 구두굽을 손보라고 해줘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거예요. 아마도 당신이 집으로 돌아올 때가지 모두 마칠 수 있을 거예요. 그렇게 해달라고 부탁해 봐요."
"그러겠습니다, 보들리 씨." 부목사가 말했다.
"제 시간 안에 끝내도록 부탁하죠."
"아, 그러면, 당신이 크럼멜에게 갈 거라면." 보들리 부인이 끼어들었다.
"내 신발 하나를 줄 테니 그에게 가져가요. 바닥하고 굽을 갈아야 해요. 그리고 지난 번에 썼던 것보다 나은 가죽을 쓰라고 해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