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을 포함한 모든 인간관계를 어긋나게 하는,
충고와 조언이라고 착각하는 꼰대짓을 향한 통쾌한 일침!
우리는 직장상사, 선배, 친척 등 나의 위에서 지위가 확보된 사람들에게 ‘내가 왕년에는’, ‘내가 네 나이 때는’, ‘기분 나쁘게 듣지 말고’ 등등의 말로 시작되는 충고 아닌 충고를 들으며 내가 하고자 하는 일과 가고자 하는 길에 훼방을 놓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대부분 이런 사람을 가리켜 꼰대라고 하지만 우리가 아는 것과 달리 꼰대는 결코 나이만의 문제는 아니다. 나이 든 꼰대는 했던 말을 또 하고, 젊은 꼰대는 했던 말을 또 하게 하면서 어떠한 지적에도 자신이 지닌 애착과 열정의 명분으로 저 스스로를 정당화하며, 타인의 삶에 꾸준히 간섭하는 행위를 일삼는다. 《순수꼰대비판》은 저자가 인간관계를 어렵게 만드는 이러한 꼰대적 행위에 통쾌한 일침을 가함과 동시에 한창 꼰대화가 되어 가는 스스로에 대한 자기반성의 글을 담아낸 책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에는 그렇게 싫어했던 어른들의 가치를, 삶의 어느 순간부터 ‘그런 게 삶이라는’ 긍정의 체념으로 살아갈 뿐, 기성의 담론에 저항했던 시절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는, 바로 당신과 나에 관한 이야기이다.
본문 중에서
나에게 진리인 것이 상대에게도 진리인 것은 아니다. 같은 맥락에서 어른들에게 진리인 가치가 어린 세대에게 진리인 것도 아니다.
-p.7
“거봐. 내 말대로 하니까 되잖아! 내가 선견지명이 있잖아?”
글쎄, 도대체 뭐가 되었다는 건지? 그리고 선견지명(先犬之冥)이라니, 나서길 좋아하는 개의 어두움이란 의미인가?
-p.19
청춘의 시절이 아픔이어야 하는 상관의 정당성에 제기되는 문제점도 있겠지만, 보다 근본적인 것은 그 아픔의 질량 문제이다. 이런 식으로 아프고 싶지 않고, 아파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아프고 싶지만, 지금을 살아가는 청춘들에겐 아픔의 매뉴얼도 한결같다. 족구를 하다가 발목을 접질렸다면야 얼마든지 감내할 수 있는 아픔이지만, 청춘들은 백방으로 이력서를 내러 다니다가 발이 퉁퉁 붓고, 며칠 뒤에는 눈이 퉁퉁 붓는다.
-p.56
나이 든 꼰대는 했던 말을 또 하고,?젊은 꼰대는 했던 말을 또 하게 한다.?그런데 이것이 두 사람의 이야기일까??대개 한 사람의 인생이다. 불성실한 후임은 불쾌한 선임이 되고,?밥맛없는 후배는 재수 없는 선배가 되기 마련이다.?그리고 지금의 너희들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힘들게 지나왔다는 ‘왕년’에 관한 이야기만 주구장창 늘어놓는다.?그런 삶의 태도로 힘들지 않게 지나왔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 아닌가?
-p.78
그저 ‘안다’는 명분으로 밀어붙이며, 실상 모르고 있음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들. 인생을 안다는 이유로 걸핏하면 청춘에게 어떤 권고를 내놓으려하는 기성들이, 정작 지금까지 살아온 자신의 인생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p.93
저놈은 저걸 하라고 하고,?이놈은 이걸 하라고 하는?어른들.?주체적인 선택은커녕,?무작정 어른들의 말을 따르려 해도 하나를 선택해야 할 판국에,?선택되지 못한 충고의 주체들은 서로 왜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느냐고 아이에게 따져 묻는다.
-p.130
실상 어른들 사이에서도 서로에 대한 난독과 난독이 대립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세상,?우리는 자신의 문법에서 벗어나 있는 존재들에게 부단히도 자신이 좋아하는 문체까지 권유하곤 한다.?더군다나 부모와 선배라는 지위가 확보되었을 시에는,?그것이 정답이라는 명분으로,?적어도 보다 나은 것이라는 명분으로?강요를 한다.?
-p.182
저마다가 견지하고 살아가는 삶의 문법이 다르건만,?우리의 대부분은 타인의 문법에 관한 이해의 노력조차?기울이지 않는, 난독을 넘어선?맹시의?소유자들이다.?
-p.1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