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기존 SciFan 시리즈 중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한 작품들만을 모은 특별판이다. 모두 7종의 작품을 통해서, 좌충우돌 하면서 한 행성의 파멸을 막거나, 억압된 사회를 부수기 위해 살인을 저지르거나, 외계 행성에서 초능력을 얻거나, 사람들의 운명을 조정하는 작업자 역할을 여성 주인공들을 만날 수 있다. 수록 작품 목록은 아래와 같다.
[우주 문화 공학]
_먼 행성들에서 유학을 와서 대학 생활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 가려는 주인공은 해변가에서 우주선으로 납치된다. 주인공의 전공은, 은하계 행성 내의 갈등을 사회 공학적으로 해결하는 행성 문화 공학. 이 납치는 무슨 목적일까?
[사소한 마법 하나]
_유랑 극단과 함께 사는 주인공은 정신이 고장나 버린 상태이다. 과거는 물론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그녀 앞에서 셰익스피어의 비극 "맥베스"가 공연되고..... 사소한 마법 하나가 실현된다.
[스크린 사회]
_모든 사람이 스크린 벽에 둘러싸여 자신의 삶을 허구의 드라마에 끼어맞추는 사회.
[사라진 고양이들의 행성]
_은하 연방 통치위원의 딸, 그리고 그녀의 신비로운 애완 동물. 100킬로그램이 넘는 고양이 모양의 그 동물은 그녀와 마음 속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보인다. 인간 위주의 세계관을 돌아보게 해주는 소설.
[모든 고양이는 회색이다]
_한 여자와 남자, 고양이가 찾아 떠나는 우주 유령선 속의 보이지 않는 존재.
[운명 작업 주식회사]
_차를 좋아하는 우아한 취미의 밈스 씨는, 언제 그렇듯 여행용 가방 하나를 들고, 혼란한 20세기의 시간 지대를 방문한다. 그녀의 일은 사람들의 운명에 개입해서, 낙관적인 결과를 끌어내는 것이다.
[신을 찾는 짧은 여행]
_신을 찾아서 온 세상을 돌아 다녀본 늙은 부인이 도달한 곳은 화성의 폐허가된 우주 기지. 그녀가 신을 만나는 길.
<미리 보기>
[우주 문화 공학 중에서]
엑서너스 23 행성에 있는 집에서 보낸 시기가 안 좋은 시절이었다는 것을 기억해 보자. 최악의 시간은 아버지가 수확 기계 밑으로 빨려 들어 간 시기였다. 하지만, 12살이었던 내가 집으로부터 3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조난당했던 때 역시 안 좋은 시기 중 하나였다. 그때 나는 고장 난 무전기 하나만 가지고 있었다. 또 하나는, 내가 날씨 조절기 근처에서 공중 부양 자동차를 가지고 긴급 탈출을 시도하고 있는 것을 찰리 삼촌이 목격한 시기도 안 좋은 시기였다. 피게라 행성에서 내가 크레인 트럭의 추격을 받던 시기도 안 좋은 시기였다. 마침내 아버지는 나를 지구로 보내서 학업을 계속하도록 결정 내렸다.
이것 역시 결코 좋은 시기는 아니었다. 크레인의 날카로운 칼날이 아닌 고립감이 내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 시기였다.
지금은 내 주위의 사람들 대부분이 안 좋은 기분을 가지고 있은 상태였다. 러셋 대학의 기말 시험을 5일 전에 마치고, 2주 후에 있을 시험 결과 발표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 친구, B 레이든은 이것 역시 여러 시험 중 하나이고, 결국에는 대학 공부가 어금니 하나를 깨버릴 만큼 힘들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뿐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녀는, 제대로 쓸 수도 있었던 답안을 엉터리로 쓴 기억을 가지고 있는 것이 가장 안 좋은 점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로 안 좋은 점은, 그녀의 부모님이 지구로 다시 돌아 왔을 때 성적이 왜 엉망인지를 설명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그려 보는 것이라고 했다. 뛰어난 학생만이 모여 있다는 우주 문화 공학과에서 누군가 한 명은 바닥을 길 수 밖에 없고, 그러한 성적이 불가피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설명하는 자신의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는 것 말이다.
나로서는 그다지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어쨌든 나는 내가 답안지에 무엇을 썼는지 기억을 할 수도 없고, 적어도 한 두 명은 내 아래 성적을 받을 것임을 확신하기 때문이었다.
비참한 기분을 느끼는 이유가 기말 시험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것은 진실이 아니었다.
심리학 수업에서 배운 바에 따르면, 사람의 마음은 자신이 부끄러워하는 부분을 숨기는 기제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내게는 불행히도 그러한 기제가 결핍되어 있는 듯 하다.
나는 러셋 대학으로 오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내가 이곳에 온 것은 내 의지에 반하는 것이었고, 나는 집으로 돌아 갈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버지와 엑세너스 23 행성으로 돌아 갈 날짜만을 세고 있었다. 그러나, 슬픈 사실이 한 가지 더 있었다. 그렇게 고대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그 순간이 막상 다가 오자 나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아버지의 농장은 유년기를 보내기에는 아주 좋은 곳이었다. 하지만, 나는 지구에서 이미 4년을 보낸 상태이고, 그곳으로 다시 돌아 가야 한다는 생각은, 닭장 속으로 다시 돌아 가는 3주짜리 닭이 된 듯한 느낌을 가지게 했다.
기말 고사를 마친 B와 나는 태평양에 있는 섬으로 여행을 왔다. 그녀의 부모님은 이 섬에서 지역 미술에 대한 연구를 하시는 중이었고, 덕분에 우리는 동정 받을 만한 조건 속에서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그분들을 도와 드리게 되었다.
나로서는, 위험하고도 부자연스러워 보이는 이 짠 물 속에서 잔잔히 누워서 수영하는 것에 적응하는 데 몇 년이 걸렸다. 그러나, 엑세너스 23 행성으로 돌아간다면, 분명히 이 '바다'라는 것을 그리워할 것이다.
기말 시험과 관련해서 채점이 오래 걸리는 이유는 학교에서 자동 채점기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학교 측은 중요한 결정에서 뭔가가 누락되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래서 3명의 채점관이 우리의 답안지를 단어 하나씩 읽고 점수를 매기는 방식을 택했다. 우리 과에는 43명의 학생이 있고, 우리는 각각 6개의 답안지를 제출했다.
나는 채점관들이 불쌍하다고 생각하지만, B는 그들이 시험을 출제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 고통스러운 채점 과정은 그들에게는 합당한 것이라고 했다.
나는 D. J. 맥클레어 교수님이 채점관 중 하나라는 것에 놀랐지만, B에 의하면 그는 은하계에서 가장 뛰어난 학자 중 하나이다. 물론 그녀는 교수님이 학문 외적으로도 완벽하다는 생각을 몇 년 전에 버렸다.
이 섬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는 달빛 아래에서 수영을 할 수 있는 해변이었다. 아버지가 2년 전 생일 선물로 소형 보트를 보내 주었지만, 나는 그것을 사용해 본 적이 없었다. 왜냐하면, 앞서 말한, 바다에 대한 나의 태도 때문이었다. 그러나, 나는 이제 카르페 디엠 Carpe Diem (현재를 즐겨라 - 역자 주)의 태도를 가지기로 했다. 내 인생에서 다시 이런 기회를 가질 일은 없을 것이므로, 지구 위에서의 시간을 충분히 즐겨야 했다.
섬에서 보낸 네 번째 날, 보름달이 환하게 비추는 밤이 되었다. 10시 되자 나는 소형 보트에 꿈틀거리면서 기어 올라서, 바다 속을 수영하는 용기를 냈다. B는 산호초 주위를 자유롭게 헤엄치는 물고기들을 보더니 우주 문화 공학 - 특히 군집 현상 - 이 또 다시 생각난다면서 서둘러 물 속을 떠났다. 그리고, 그녀의 무의식이 만들어 내는 악몽이 무엇인가를 알아 내기 위해서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달빛에 비친 산호초는 대단한 풍경이 가질만한 모든 것을 가지고 있었다. 왜 기회가 있었을 때 이런 것들을 충분히 즐기지 못했을까? 산소가 거의 떨어질 정도가 되어서야 나는 물 밖으로 나와서, 슬픈 기분으로 소형 보트의 수납 버튼을 눌렀다. 보트는 12킬로그램짜리 상자와 산소통으로 수납되었다. 그것들을 어깨에 매고 나는 B와 같이 빌린 해변가 오두막으로 향했다. 오두막은 코코넛 나무 사이에 숨어 있었다.
'그것'이 공중에서 떨어졌을 때 나는 '그것'의 낙하 지점으로부터 50미터 정도 떨어진 공터를 걷고 있었다.
'그것'의 일부가 내 얼굴을 덮었기 때문에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볼 수 없었다. '그것'의 나머지 부분은 내 팔과 엉덩이 부분을 감싸고 있었다. 어쨌든 나는 볼 수도 없었고, 비명을 지를 수도 없었고, 걷어 차 버릴 무엇인가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것'은 고무처럼 탄력이 있고 따뜻한 팔이 많이 달려 있었다. 내가 '그것'을 감지한 지 0.5초도 안되어서 나는 공중으로 끌어 올려졌다.
이런 것 따위에 신경 쓰지 않아.
15미터 정도 들어 올려졌을 때, 나는 얼굴을 감싸고 있는 팔 하나를 깨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팔을 깨문 순간 나는 그것이 살아 있는 것이 아니고 플라스틱 덩어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로 그때, 나를 감싸고 있는 기계와 내가 이상한 통로 속을 통과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문이 닫히고, '그것'이 내 주위에서 흐느적거리기 시작했다.
내가 깨문 조각을 입에서 뱉어 내자 나는 그 조각을 관찰할 수 있게 되었다.
흠.....
나는 일종의 컵 모양의 공간에 있었다. 그 공간은 3미터 정도의 너비에 내 키보다 높은 천장을 가지고 있었다. 천장에는 작은 출입구가 달려 있었다. '그것'은 플라스틱 팔이 뭉쳐진 채로 내 주위 바닥에 놓여 있었고, 그 팔들은 벽에서 나온 굵은 줄기들에 연결되어 있었다. 내가 사방에 발길질을 하자, '그것'의 등쪽에서 '깨지기 쉬운 화물'이라는 빨간 불빛이 켜졌다.
그 다음 내가 본 것은 벽 쪽에 세워진 나와 B의 여행 가방이었다. 그리고, 천장의 작은 문이 열리더니, B의 머리 모습이 비춰졌다. 그리고 그 모습에서 '아. 여기 있구나. 리즈'라는 글자가 보이는 듯 했다.
그 문구를 다시 한번 목소리로 확인한 후, 나는 B에게 설명을 요구했다.
B는 자신도 무슨 일인지 모른다면서도, 모든 것이 괜찮을 것이라고 했다.
나는 괜찮지 않다고 답했다. 만약 그녀가 '가상적 불가능성의 실현을 위한 클럽' 같은 곳에 가입했다면, 그것은 그녀의 자유이다. 그러나 그런 일에 나를 연루시킬 이유는 전혀 없다.
B는 그만 말을 하고 올라 와서 내 눈으로 직접 보는 것은 어떻겠냐고 제안해 왔다.
천장의 작은 문으로 끼어 들어 가자, 작은 고리가 있었다. B가 나를 도와서 등에 멘 보트를 내려놓고 '깨지기 쉬운 화물' 위에 올려 놓았다. 그리고 나는, 물방울 모양을 가진 운송용 우주정의 조종실로 들어갔다. 특이한 점이 몇 가지가 눈에 띄었다. 아니 수 백 가지가 눈에 띄었다. 그것은 성층권으로 바로 상승하는 속도를 겪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겪을 수 있는 혼란이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조종사였다. 조종사는 우리를 등지고 앉아 있었지만, 나는 그가 램 고팰이라는 것을 알아 보았다. 작년에 우주 문화 공학과를 졸업한, 소문에 의하면 차석으로 졸업했다는 선배였다.
나는 그에게, 이것이 무슨 종류의 멜로 드라마식 장난인지에 대해서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