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미스터리 스릴러 총서인 Mystr 컬렉션으로 발간된 작품 중, 오컬트 모티브를 다룬 작품 7편을 모은 특별판 도서이다. 젊은 사제의 꿈 속에 나타나서, 쾌락에 물든 삶을 살도록 만드는 신비한 여인, 황량한 계곡 땅을 차지한 후 기이한 농작물들을 기르는 사람들, 신비한 존재들이 떠도는 이집트의 유적을 발굴하는 고고학자 등을 만날 수 있는 작품집이다.
[시크릿 라이프_테오필 고티에]
첫눈에 반해버린 사랑. 그러나, 그것은 이루어질 수 없는 동시에 고통의 시작. 죽음에서 살아난 여자와 고결함을 추구하는 사제의 사랑 이야기.
[밤을 걷는 소녀_조셉 셰리던 르파뉴]
모두를 매혹시키는 소녀의 비밀. 그녀는 잠긴 방 안에서 사라져서 어둠을 헤매면서 뭔가를 즐기고 있다.
[낯선 사람들_벤자민 페리스]
강물이 말라버린 지 15년이 지난 땅을 사들인 신비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다시 강물에 물이 흐르기 시작한다.
[여왕의 계곡_색스 로머]
이집트의 숨겨진 여왕 하타수의 무덤을 발굴하는 고고학자가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 그리고 그의 발굴 작업을 이어서 진행하기 위해서 파견된 또다른 고고학자.
[숨겨진 숭배자들_알제논 블랙우드]
한적한 산속의 기숙 학교. 이상주의적 종교와 순수한 열정을 가진 선생님들이 운영하는 그곳에서 일어난 일.
[뷔 - 괴물 이야기_니콜라이 고골]
집으로 가던 길에 들판을 헤매던 신학생이 만난 마녀. 그렇게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상한 동행_브라이스 월튼]
피에 묻은 양복을 입고 숲길을 걷고 있는 심리학 교수. 그에게는 몇십 분의 기억이 없다.
<미리 보기>
[시크릿 라이프 중에서]
사랑하는 나의 사제 형제여, 너는 내가 사랑을 해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렇다, 나는 사랑에 중독되었다. 그리고 나의 이야기는 이상하면서도 끔찍한 것이다. 비록 지금 66살이라는 나이를 먹었지만, 나는 기억의 먼지를 털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하지만 너를 위해서라면 내가 거부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인생의 경험이 적은 사람에게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옳지 않을 수도 있다.
내 이야기를 둘러싼 상황이 너무나도 이상한 것이기 때문에, 나는 실제로 내가 그런 일을 겪은 것인지 믿기 힘들 정도이다. 나는 가난한 시골의 사제였지만, 밤마다 꿈을 꾸면서 - 신께서 그것을 꿈이라도 해주시기를 - 가장 세속적이고, 파멸적인 삶을 살았다. 마치 사르다나팔로스와 같은 삶을 살았다. (사르다나팔로스는, 아시리아의 왕으로, 방탕하고 향락적인 삶을 산 것으로 유명하다 - 역자 주) 가까이에 있던 여자를 한번 쳐다본 것만으로도 나는 영혼을 잃었다. 하지만 신의 은총과 수호 성인들의 도움을 통해서, 나를 사로 잡고 있었던 사악함의 기운을 떨쳐버릴 수 있었다. 나의 삶은 한동안, 완벽하게 다른 성격을 가진 밤의 생활로 이루어졌다. 낮에 나는 주의 사제로서 기도와 신성함으로 둘러싸인 생활을 했다. 밤에 나는 눈을 감는 순간, 젊은 귀족으로 변해서, 여자들과 말들, 개들을 감정하고, 술과 도박, 신성모독적 행동을 즐겼다. 이른 새벽에 깨어나면, 나는 잠에 빠져서, 사제였다는 것이 단지 꿈에 지나지않았다고 느끼기도 했다.
이런 몽유병적 삶이 현재의 나에게 남긴 것은, 몇 가지 희미한 장면과 말들뿐이다. 나는 그것들을 기억에서 쫓아낼 수 없다. 나는 한번도 사제관을 떠난 적이 없으며, 신학교를 졸업한 후, 바로 사제 서품을 받고, 사제직을 수행하면서 늙어왔고, 세속의 삶에서 멀러 떨어진 숲속에서 쓸쓸하게 살아왔다. 하지만, 내가 겪은 것들을 들은 사람들은, 내가 세속의 쾌락에 얼마나 질렸는지 생각했고, 젊은 시절의 흉포한 삶을 끝낸 후, 신을 섬기기 위해서 종교적인 사람이 되었다고 짐작했다.
그렇다. 나는 세상이 보지 못한 사랑을 했다. 분별 없이 격렬한 열정에만 빠진 내가, 심장이 터져 죽지 않았다는 것이 오히려 신기할 정도였다.
아..... 밤이여..... 밤이여.....
아주 어린 시절부터, 나는 사제가 나의 소명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모든 노력과 공부를 그 방향에 집중했다. 25살이 될 때까지, 나는 오직 수련과 성직의 삶을 살았다. 신학 과정을 모두 마친 후, 나는 모든 부전공 과정을 완수했다. 나는 비록 어린 나이였지만, 대주교들과 주교들은 내가 마지막으로 가장 어려운 과정을 마쳤다고 결정했다. 나의 사제 서품은 부활절 주일로 결정되었다.
그 전까지 나는 세상에 나아가본 적이 없었다. 나의 세계는, 학교와 신학교의 벽 안에 한정되었다. 나는 굉장히 모호한 방식으로, 여자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런 주제에 생각을 머무르도록 한 적도 없었다. 나는 완전한 순수의 상태 속에서 살고 있었다. 1년에 두 번 나는 노쇠한 어머니를 만났고, 그것이 나와 외부 세계가 만나는 유일한 기회였다.
나는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았다. 사제직으로 향하는, 돌이킬 수 없는 발걸음을 떼는 것에 한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나는 흥분과 기쁨으로 가득 찬 상태였다. 열병과 같은 애정 속에서 신과 약혼한 연인으로서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흐른다고 생각했다. 나는 예배를 집전하기 위해서만 잠을 잤다. 사제가 된다는 것보다 기쁜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사제가 아니라면 왕이나 시인이 되는 것조차 거부했을 것이다. 나의 야망은 가장 고귀하고 높은 곳을 목표로 했다.
내가 이 글을 쓰는 목적은, 나에게 일어난 일은 사물의 자연적인 법칙에 따른다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것이다. 나는 설명할 수 없는 매혹의 희생물이었다.
마침내 위대한 그날이 왔다. 교회당으로 걸어가던 나는 발걸음이 너무 가벼웠기 때문에, 공중에 몸을 띄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니 내 어깨 위에 날개가 솟아난 듯 했다. 나는 스스로가 천사라는 상상을 하면서, 맨정신으로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는 내 동료들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내 주위에는 동료 사제 서품자들이 여러 명 같이 걷고 있었다. 나는 며칠 동안 기도를 하면서 밤을 지새웠고, 황홀경에 든 것처럼 정신적으로 흥분한 상태였다. 우리의 늙고 덕망있는 주교는, 아버지 주님처럼 영원 위에서 나를 굽어 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제단 위 둥근 지붕 사이로 천국을 보고 있었다.
여러분들 모두 예배의 상세한 부분에 대해서는 잘 알 것이다. 축복 기도와 영성체, 그리고 신학생들을 위한 성유 축복, 주교가 주관하는 성스러운 사제 서품의 의식 말이다.
주교가, 경솔한 인간은 자신의 눈동자와 성스런 계약을 맺지 않은 자라는 말을 하는 순간, 주교는 욥 그 자신이 말하는 것 같았다. (욥은 성서의 등장 인물. 알 수 없는 이유로 고통을 겪지만 신실함으로 극복한다. ? 역자 주)
그때 나는 우연히 머리를 들었다가 다시 내렸는데, 그녀가 내 눈 속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바로 내 앞에 있어서 손을 뻗으면 만질 수도 있을 듯 했다. 하지만 사실상 그녀는 나로부터 상당한 거리를 떨어진 제단 난간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 왕족의 위엄으로 장식된, 비정상적으로 아름다운 젊은 여자였다. 마치 내 눈에서 비늘이 벗겨진 듯 했다. 나는 갑자기 눈을 뜨게 된 눈먼 사람처럼 느꼈다. 내 바로 앞에서 휘황찬란한 영광으로 빛나던 주교가 갑자기 사라지고, 황금 촛대 위의 양초들이 불빛을 가물거리더니 여명 속 별들처럼 사라지고, 건물 전체가 광대한 어둠에 휩싸였다. 그 매혹적인 여자는 거대한 어둠을 배경으로 밝은 원 안에 서 있는 듯 했다. 천사가 나타난 것 같았다. 그녀가 주위의 빛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그녀 자신이 빛을 뿜어내는 듯 했다.
나는 눈꺼풀을 아래로 내리고 다시는 눈꺼풀을 들어올리지 않겠다고 굳게 결심했다. 그렇게 해서 다시는 외부의 사물에 의한 영향을 받지 않고, 그것이 서서히 나의 영혼을 사로잡는 것을 막고자 했다. 나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잠시 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눈을 다시 떴다. 왜냐하면 나는 감은 눈꺼풀 사이로도 그녀를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찬란하게 빛나는 색상들이 그녀를 뒤덮고 있었고, 태양을 바로 바라보는 사람의 눈 속에 생기는 반그림자 같은 것이 내 눈꺼풀을 뚫고 들어왔다.
아, 그녀가 얼마나 아름다웠던가!
가장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찾아서 천국으로 들어갔다가, 마돈나의 진정한 초상화를 그려서 지상으로 돌아온 위대한 화가들조차도 내 눈앞에 있는 진정한 현실적인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듯 했다. 시인들의 구절이나 화가들의 팔레트가 그녀에 대한 느낌조차 묘사할 수 없었다.
그녀는 여신의 자태를 지닌 키가 큰 여인이었다. 부드러운 금발색을 띤 그녀의 머리는 중간에 갈라져서, 넘실거리는 황금처럼 그녀의 머리 양쪽을 휘돌아 감쌌다. 그녀는 왕관을 쓴 여왕처럼 보였다. 발그레한 투명색의 이마는 매혹적인 곡선을 그리는 눈썹까지 이어졌고, 단 하나의 색, 즉 검정색으로 이뤄진 눈썹 아래에서는 바다색 같은 초록색의 눈동자가 믿을 수 없는 활력과 광채를 빛내고 있었다. 놀라운 눈동자들이었다. 단 한 번의 깜빡임만으로도 그 눈동자들은 한 남자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었다. 그 눈동자들 속 투명함과 생기, 사랑스러움, 촉촉한 눈빛은 사람의 눈 속에서 볼 수 없는 것들이었다. 그것들은 화살 같은 빛을 내뿜고, 그 화살들은 내 가슴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 눈동자들을 빛내는 불빛이 천국에서 왔는지 아니면 지옥에서 왔는지 나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지상이 아닌 곳에서 왔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그 여자는 천사 또는 악마, 아니 그 둘 다였다. 그녀는, 우리 모두의 어머니인 이브의 자궁에서 나지 않았다. 빛나는 붉은 색의 미소 속에서 윤기 나는 진주같은 그녀의 이가 보였고, 그녀의 입술이 움직일 때마다, 비단으로 만든 그녀의 장밋빛 뺨 근처에서 보조개가 피어올랐다. 그녀의 코끝은 그녀가 고귀한 혈통을 지니고 있음을 명확하게 드러냈고, 섬세함과 자부심이 엿보였다. 반쯤은 벗겨진 어깨의 윤기 나는 부드러운 피부 위로 구슬과 같은 윤기가 흘렀고, 압도적인 금빛 실타래가 그녀의 가슴까지 내려져 있었다. 그 실타래가 지나치는 그녀의 목 역시 거의 비슷한 금빛이었다. 가끔씩 그녀가 고개를 들면, 놀란 뱀 또는 공작새의 물결치는 우아함이 드러났다. 그것은, 은빛 격자 무늬에 둘러싸인 레이스 주름에 떨림을 불어넣는 듯한 움직임이었다.
그녀는 오렌지색과 붉은색이 섞이 벨벳의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겨울 모피로 테두리를 두른 소매 끝에서는 무궁한 섬세함을 지닌 고귀한 손 두 개가 나와 있었고, 그 손 끝에는 오로라 (그리스 신화의 새벽의 여신. - 역자 주)의 손가락처럼 투명한 손가락들이 뻗어 있었다. 그 손가락을 투과해서 햇빛이 빛나고 있었다.
이 모든 상세한 것들에 대해서 나는, 바로 어제의 일인 것처럼 기억할 수 있다. 그 당시 나는 굉장히 혼란스러운 상황이었으나, 아무것도 내 기억에서 빠져나간 것은 없다. 그림자가 희미하게 드리운 자리, 뺨 위의 작은 검정색 점, 입꼬리 옆의 보이지 않는 작은 우물, 눈썹 위의 벨벳 같은 부드러운 털, 붉은 뺨 위에 있는 떨리는 눈썹의 그림자들. 놀라울 정도로 명확하게 나는 그 모든 것을 인식할 수 있었다.
그녀를 바라보면서, 나는, 이전까지는 닫혀 있는 마음속 문들이 열리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오랫동안 막혀 있던 마음속 분출구들이 모두 열렸다. 그리고 그 안쪽 낯선 풍경이 어렴풋이 엿보였다. 전혀 새로운 관점에서 삶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나는 새로운 세계와 새로운 사물의 질서 사이에서 다시 태어난 듯 느꼈다. 붉게 달궈진 집게가 다가온 것처럼, 나의 가슴 앞에 두려운 고통이 고문을 준비하고 있었다. 일분 일분이 나에게는 일초 일초였고, 동시에 백년 백년이었다.
서품식이 진행되는 동안, 나는 전혀 다른 세계에 떨어진 것 같았다. 그 세계의 입구에는 새롭게 생겨난 욕망들이 사납게 나를 노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니오'라고 말하고 싶은 순간, '예'라고 대답했다. 나의 내면은, 내 혀가 내 영혼에 행한 가혹한 폭력에 극렬하게 저항하고 있었다. 어떤 이상한 힘이 나의 목과 혀로 하여금 나의 의지에 반한 말을 하게 만들었다. 그것은 마치, 많은 젊은 여자들이 자신의 짝으로 지정된 신랑이 서 있는 교회당 제단 앞으로 나가면서, 거부의 말을 하겠다고 굳게 결심하지만, 단 한 명도 그런 의도를 제대로 실현시키지 못하는 것과 같았다. 또한 그것은 마치, 많은 신랑들이 신부의 베일을 건네 받고 혼인 서약의 말을 요구 받는 순간, 베일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자 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것과 같았다.
그런 행동을 하게 되면, 거기에 모인 모든 사람들에게 충격이 되거나,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 때문만은 아니다. 모든 눈동자들과 모든 의지력들이 수은으로 만든 망토처럼 그들 위를 내리 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규칙과 관습들이 완벽하게 실행되고, 모든 것들이 사전에 철저하게 계획되기 때문에, 일정 시점 이후에는 취소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신랑들과 신부들은 주위 상황에 굴복하고 무릎을 꿇게 된다.
예배가 진행되는 동안, 아름다운 여인의 얼굴빛이 다른 감정들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처음에 그녀의 얼굴은 무한한 애정이 깃든 부드러움을 나타냈다. 그 표정이 경멸과 굴욕으로 변했다. 마치 다른 사람들은 결코 자신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산을 뽑아 버리기에도 충분할 정도의 힘을 가지고 나는 외치고 싶었다. 사제가 되지 않겠다고 외치고 싶었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다. 나의 혀는 입천장에 들어붙은 것 같았고, 단 하나의 부정적인 음절 하나를 발음하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제대로 정신을 차리고 있었지만 나는, 악몽에 사로 잡혀서, 단 하나의 단어, 그것에 모든 삶이 달린 듯한 단어를 뱉어내려고 애쓰기만 했다.
그녀는, 내가 겪고 있는 고난을 인지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는 신성한 약속으로 가득찬 눈길로 나를 바라보면서 나를 격려하는 듯 했다. 그녀의 눈동자가 한 편의 시였고, 그 눈길 하나하나가 한 곡의 노래였다.
그녀가 나에게 말했다.
"당신이 나의 것이 된다면, 신께서 자신의 천국 안에 머무르는 것보다 더 행복하게 만들어 드릴게요. 천사들조차 당신을 질투할 거예요. 지금 당신이 스스로의 몸에 걸치려고 하고 있는, 시체를 위한 수의를 찢어버려요. 나는 아름다움이고, 젊음이고, 삶이에요. 나에게 와요. 우리 둘이 함께 되어 사랑을 만들어요. 하늘의 신이 이런 것을 당신에게 줄 수 있을까요? 단 한 번의 키스로, 우리의 삶은 꿈처럼 영원히 흐를 수 있어요.
성배에 담긴 포도주를 엎어 버려요. 그러면 당신은 자유가 돼요. 내가 당신을 비밀의 섬들로 안내할게요. 거기에서 당신은 내 가슴을 베고 잠들 거예요. 빛나는 은빛의 궁전에서 부드러운 황금 뭉치의 침대가 당신을 기다려요. 나는 당신을 사랑하니까, 당신의 신에게서 당신을 뺏을 거예요. 가장 고귀한 영혼들이 사랑의 물결을 퍼부었지만, 그의 왕좌 발끝에도 미치지 못했어요."
이런 말들이, 무한한 달콤함의 박자에 맞춰서 내 귀로 흘러들어오는 것 같았다. 그녀의 표정은 아주 낭랑하게 들렸고, 그녀의 눈동자가 하는 말은 나의 심장 깊이 메아리쳤다. 마치 그녀의 입술이 나의 생명력 중심에 그 말들을 불어넣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신을 저주하고 싶다고 느꼈다. 그럼에도 나의 입술은 기계적으로 예배의 모든 형식적인 어구들을 되뇌이고 있었다. 그 아름다운 여자가 나에게 또다른 시선을 주었다. 너무나도 간절하고 절박한 시선이어서, 나의 가슴을 날카로운 칼날이 관통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의 슬픔의 성모가 아파했던 고통보다 더 많은 칼날들이 나의 가슴에 틀어박힌 것 같았다.
갑자기 모든 것이 끝났다. 그리고 나는 사제가 되었다.
그녀의 얼굴에 새겨진 깊은 고통과 유사한 감정 표현은 평생 처음 보는 것이었다. 마치 약혼자가 자신의 바로 옆에서 죽은 것을 지켜보는 여자, 또는 아이가 있어야 할 침대가 빈 것을 깨달은 어머니와 같았다. 천국의 문턱에서 주저 앉은 이브, 또는 자신의 보물이 돌로 바뀐 것을 깨달은 구두쇠, 가장 훌륭한 시를 적은 종이를 불 속에 떨어뜨린 시인이라고 할지라도 그녀보다 절망적인 표정을 보일 수는 없었다. 너무나도 낙심한 표정이었다.
그녀의 매혹적인 얼굴에서 모든 핏기가 사라지자, 얼굴이 대리석보다 창백해졌다. 아름다운 두 팔은 몸 양 옆에서 힘없이 축 늘어져서 모든 팔 근육이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그녀의 팔과 다리가 자신의 의지를 배반하려고 했기 때문에 그녀는 기둥에 몸을 기대야만 했다. 나는, 시체처럼 검푸른 얼굴색을 하고 교회당의 입구를 향해 걸었다. 나의 이마에는 기병대를 적신 피보다 더 진한 핏빛의 땀이 가득 흘렀다. 나는 쓰러질 것 같았다. 제단 위 동근 천장이 나의 어깨를 짓누르는 듯 했고, 나의 머리가 천장 전체를 지탱하는 듯 했다.
내가 문턱을 넘을 즈음, 갑자기 하나의 손이 나의 팔을 잡았다. 여자의 손이었다. 그때까지 나를 만진 여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것은 뱀의 피부처럼 차가웠고, 그것이 닿은 자리는 달궈진 강철로 지진 것처럼 흔적을 남겼다. 그것은 그녀의 손이었다.
"불행한 사람. 불행한 사람. 당신은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인가요?"
그녀가 낮은 소리로 외치더니, 바로 군중 속으로 사라졌다.
늙은 주교가 내 옆을 지나쳤다. 그는 엄격하고 살피는 듯한 시선으로 나를 여러 번 쳐다보았다. 나의 표정은 가장 험상궂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나의 뺨은 붉어졌다가 창백해지는 것을 반복했고, 내 눈앞에서는 어지러운 불빛이 번쩍였다. 동료 사제 한 명이 나에게 동정의 시선을 보냈다. 그가 내 팔을 잡고 밖으로 이끌었다. 나는 혼자서는 신학교로 돌아가는 길을 찾을 수 없었다. 거리의 구석진 곳에서, 나를 부축하던 동료 사제가 다른 방향으로 눈길을 돌린 사이, 기이한 옷을 입은 흑인이 나에게 다가와서, 걸음도 멈추지 않고, 나의 손에 작은 책자를 건네면서, 그것을 숨기라고 눈짓했다. 그 책자의 모서리에는 황금 장식이 달려 있었다. 나는 그것을 소매에 집어넣고, 내 방에 혼자 있게 되는 순간까지 숨겼다. 내가 그 책자를 열었다. 그 책자에는 두 개의 페이지만이 들어 있었고, 거기에 쓰인 것은 몇 개의 글자였다.
"클래리몽드. 콩치니 궁전."
세속적인 일들에 너무나도 무지했던 나는 클래리몽드 라는 이름 자체를 들어본 적도 없었고, 그녀가 얼마나 유명한 여자인지도 몰랐다. 또한 콩치니 궁전이 어디에 있는지 알지도 못했다. 그래서 나는 수천 가지가 넘는 추측을 했다. 그 추측들은 뒤로 가면 갈수록 점점 더 허황되게 변했다. 하지만 진실한 것이 하나는 존재했다. 나는, 그녀가 고귀한 숙녀인지 창녀인지에 전혀 관심이 없었고, 나는 단지 그녀를 한 번 더 보고 싶을 뿐이었다.
불과 한 시간 사이에 자라난 사랑이었지만, 그 사랑은 내 마음속에 죽지 않는 뿌리를 내렸다. 나는 그 뿌리를 뽑아보려는 시도를 할 생각도 하지 못했고, 그런 생각조차 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 여자는 나를 완전히 소유한 것이었다. 그녀의 시선 한 번만으로도 나의 본성이 변하기에 충분했다. 그녀는 나의 삶 속에 자신의 의지를 불어넣었고, 나는 더 이상 나 자신이 아닌, 그녀 속에서, 그녀를 위해서 살기 시작했다. 나는 온갖 종류의 방종과 무절제에 자신을 맡겼다. 나는 그녀의 손이 닿은 내 손 위에 키스했고, 그녀의 이름을 여러 시간 동안 반복해서 불렀다. 나는 눈을 감기만 하면 그녀가 눈앞에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나는, 그녀가 교회당 제단에서 내 귀에 불어넣었던 말들을 스스로에게 되새겼다.
"불행한 사람. 불행한 사람. 당신은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인가요?"
마침내 나는 그 상황의 무서운 점을 제대로 이해하기 시작했고, 내가 들어서게 된, 음울하고 끔찍한 구속의 상태가 나에게 온전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사제가 된다는 것.
그것은, 평생 동안 순결을 지키고, 사랑에 빠질 수도 없고, 성과 나이를 차별해서도 안되고, 모든 아름다운 것으로부터 시선을 돌려야 하고, 스스로의 눈을 감아야 하고, 어떤 교회당이나 수도원의 복도의 차가운 그림자 속을 영원히 기어다니면서 은둔의 삶을 살고, 누구의 임종도 없이 홀로 죽고, 낯선 시체들 사이에 묻힐 것이었다. 자신의 죽음을 슬퍼하는 복장이라고는 오직 사제복 한 벌이 남는다는 의미였다. 결국 지금 입은 사제복이 내 관을 덮는 유일한 덮개가 될 것이다.
내 안에서 활력이, 지하의 호수와 같이 커지더니 흘러넘치는 것을 느꼈다. 동맥 속으로 피가 미친 듯이 흘렀고, 그동안 갇혀 왔던 나의 젊음이 적극적으로 터져나왔다. 백 년 동안 한 번만 꽃을 피운다는 알로에 같이 터져나온 나의 젊음과 욕망은 천둥 소리와 함께 꽃을 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