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미스터리 스릴러 총서인 Mystr 컬렉션으로 발간된 작품 중, 유령 모티브의 다룬 작품 8편을 모은 특별판 도서이다. 버려진 여인의 유령이 인력거를 타고 연인의 죄책감을 자극하기도 하고, 외딴 곳 보이지 않는 유령에 시달리고, 북극 바다를 항해하는 배의 선장에게만 보이는 유령이 나타나고, 흉가에 나타나는 유령의 정체를 과학적으로 밝혀내기도 하는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다.
[괴물_앰브로스 비어스]
그것을 당신은 결코 볼 수 없을 것이다.
[모란등 이야기_구우]
모란등을 들고 찾아온 아름다운 여인.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그녀.
[유령_기 드 모파상]
텅 빈 집, 물건을 찾는 남자, 그리고 그 뒤의 여자.
[유령의 정체_에드워드 리턴]
유령이 불가능하다고 믿는 주인공이 겪은 흉가 이야기.
[북극성호의 선장_아서 코난 도일]
뛰어난 능력이지만 뭔가에 홀린 듯한 선장이 이끄는 배가 북극을 항해하는 중이다.
[유령 인력거_러디어드 키플링]
다른 사랑을 찾아 불륜 대상이었던 여인을 버린 남자에게 나타난 환각. 인도의 열병처럼 그를 미치게 만들다.
[그 선실_프랜시스 크로포드]
유령이 나오는 선실에 머물게 된 남자의 이야기. 실체를 가진 유령을 대하는 법.
[유령의 전근_프랭크 스톡턴]
사랑 고백을 앞두고 고민하고 긴장한 젊은 청년 앞에 나타난 늙은 유령.
<미리 보기>
[북극성호의 선장 중에서]
9월 11일. 북위 81도 40분. 동경 2도. 거대한 빙원(氷原)들 사이에 아직 정박 중. 우리의 북쪽으로 뻗어 있는 빙원에 닻을 내린 상태이다. 그 빙원은 영국의 자치주(Country, 보통 우리나라의 군 크기보다 약간 더 큼 - 역자 주) 하나보다 더 작은 크기는 아닐 것이다.
좌우 양쪽으로 빙원이 지평선까지 쭉 이어져 있다. 오늘 아침, 항해사가 남쪽으로 총빙(叢氷 : 바다 위를 떠다니는 얼음이 모여서 된 거대한 덩어리 - 역자 주)의 징후가 있다고 보고했다. 만약 이것이 우리의 귀환에 지장을 줄 정도의 두께라면, 우리는 위험에 처할 것이다. 내가 듣기로는 식량이 이미 조금 부족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백야(白夜)가 마칠 무렵이라서, 밤이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
오늘 아침, 5월 초 이후 처음으로 배 앞 돛대의 활대 바로 위에서 반짝이는 별이 보였다. 스카치 해안에서 노동자 임금이 높아질 무렵이므로, 귀향을 고대하는 선원들 사이에는 불만이 상당했다. 아직 그들은 불쾌감을 시무룩하고 어두운 표정으로 표현할 뿐이었지만, 오늘 오후 이등항해사로부터 그들이 불만을 토로하기 위해 선장에게 대표를 보내는 것을 고려했다고 들었다.
선장은 성질이 사나운 사람이고 그의 권리가 침해받는 것에 매우 민감하므로 나는 그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매우 우려되었다. 저녁 식사 후에 그 문제에 대해 선장에게 몇 마디 해볼 생각이다. 선장은 항상 다른 선원에게는 화를 낼 일도 내게는 관대하게 대해 주었다.
스피츠베르겐의 북서쪽 구석에 있는 암스테르담 섬이 우리의 우현 전방에 보이는데, 섬은 빙하를 나타내는 하얀 지층과 교차하는 울퉁불퉁한 화산암으로 윤곽을 드러냈다.
현시점에서 우리 주변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이 그린란드의 남쪽에 있는 덴마크 정착지에나 있을 것으로 생각하니 참으로 신기하다. 그곳은 일직선 거리로 따져도 1,500㎞ 정도 떨어져 있다.
선장은 그런 상황으로 선박이 위험에 처했을 때 큰 책임을 지게 된다. 어떤 포경선도 일 년 중 이런 시기에, 이런 위도에 머물러본 적은 없었다.
오후 9시, 나는 크레이그 선장에게 사정을 이야기했다. 비록 결과가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나는 적어도 그가 내 말을 매우 조용하게 그리고 심지어 존중하며 들었다고 생각했다.
내가 말을 마치자, 그는 내가 자주 보아온 강철 같은 결단의 표정을 지었고, 몇 분 동안 좁은 선실을 빠른 걸음으로 왔다 갔다 했다.
처음에는 내가 그를 심히 불쾌하게 한 것인가 걱정했지만, 그는 다시 앉더니 거의 애무에 가까운 몸짓으로 내 팔에 손을 얹었다. 그의 거칠고 검은 눈은 놀라울 정도로 깊은 부드러움을 띠고 있었다. 그가 말했다.
"여보시오, 의사 선생. 당신을 데려온 거 진심으로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난 당신이 던디 부두에 안전하게 서 있는 걸 볼 수 있다면 지금 당장 50파운드를 줘도 좋소. 이번 일은 하늘에 달렸소. 우리의 북쪽에는 고래가 있소. 내가 돛대 꼭대기에서 놈들이 물줄기를 내뿜는 걸 봤는데, 어떻게 의사 선생이 감히 머리를 가로저으며 거부합니까?"
나는 선장이 화를 낼 조짐이 전혀 없었다고 생각했지만, 그는 갑자기 분노가 폭발하기 시작한 것 같았다.
"22분 거리에 22마리의 고래들이 있다고! 내 목숨을 걸고 장담하지. 그것도 수염 길이가 3m가 안 되는 놈이 없을 정도요 (고래잡이들은 고래를 몸길이가 아닌 수염의 길이로 측정한다. - 원서 주) 자, 의사 선생, 나와 대박 사이에 고작 빌어먹을 얼음 쪼가리 하나 있다고, 내가 이곳을 떠날 거로 생각하시오? 만약 내일 북풍이 불어오면 우리는 배를 가득 채우고 서릿바람이 우리를 잡기 전에 돌아갈 수 있을 것이오. 만약 남풍이 분다면 - 글쎄, 나는 그 남자들이 자기 목숨을 걸고 봉급을 받아 간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내게 그런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소. 나는 나를 묶어둘 것이 이승보다 저승에 더 많은 사람이니까. 하지만 나는 당신에게는 미안한 심정뿐이오. 지난 항해에서 나와 함께 있었던 늙은 앵거스 데이트가 있었으면 좋겠군. 그는 죽어도 슬퍼할 사람이 없으니까. 그런데 당신은, 당신 저번에 약혼했었다고 말했지, 안 그렇소?"
"예." 라고 대답하며, 나는 시곗줄에 매달린 로켓(Locket)의 뚜껑을 열어 플로라의 작은 사진을 보여주었다.
"이런 빌어먹을!" 그는 분노로 턱수염을 곤두세우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내게 당신의 행복이 뭔 상관이야? 그 여자와 내가 무슨 상관이라고 내 눈앞에 그 여자의 사진을 달랑거리는 거야?"
나는 그가 격분해서 금방이라도 나를 칠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그는 다시 한 번 욕설을 퍼부은 후, 선실의 문을 열고 갑판으로 달려나갔다. 나는 그가 보인 엄청난 난폭함에 상당히 놀랐다. 그가 나에게 친절과 정중함 외에 다른 모습을 보여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내가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머리 위에서 그가 흥분해서 들썩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이 남자의 모습을 묘사하고 싶지만, 그런 것을 종이에 써서 시도하는 것은 주제넘은 짓 같다. 내 마음속의 생각이 기껏해야 모호하고 불확실한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여러 번 선장을 설명할 수 있는 단서를 잡았다고 생각했지만, 그는 늘 더욱 새로운 모습을 보여 내 모든 결론을 뒤집었고, 나를 실망하게 할 뿐이었다. 아마도 나 자신을 제외한 다른 사람의 눈이 이 글을 읽을 일은 영원히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심리학적 연구로서 나는 니콜라스 크레이기 선장의 기록을 남기려고 노력할 것이다.
사람의 외면은 일반적으로 그 안에 있는 영혼을 얼마간 드러내기 마련이다. 선장은 키가 크고 체격이 좋으며, 피부가 거무스름하고 얼굴이 잘생겼다. 팔다리를 이상하게 까딱거리는 버릇이 있는데, 이는 긴장감에서 비롯되었거나, 단순히 에너지가 너무 넘쳐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그의 턱과 얼굴 전체의 모습은 남자답고 단호하게 보이지만, 눈이야말로 그의 얼굴에서 특히나 두드러진 부분이다.
가장 새카만 개암나무 열매처럼 어두운 눈동자에는 밝고 열정적인 면이 난폭함에 어우러져 있었다. 그리고 내가 가끔 생각하기에는 뭔가 다른 것이, 아마 다른 어떤 감정보다도 공포가 뒤섞여 있는 듯했다.
일반적으로는 난폭한 빛이 우세했지만, 때로는, 특히나 그가 생각에 깊게 잠겨있을 때면, 두려운 기색이 그의 얼굴 전체에 퍼져 마침내는 그의 얼굴에 새로운 성격을 드러내기에 이르렀다.
그럴 때일수록 그는 극도의 분노에 쉽게 빠졌고, 그 자신도 그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그가 그런 어두운 시기가 지나기 전까지는 아무도 그에게 다가갈 수 없도록 선장실에 자신을 가두어 놓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잠을 잘 이루지 못하며, 나는 그가 밤에 소리치는 것을 들은 적도 있다. 그러나 선장실은 나의 선실과 조금 멀어서, 나는 그가 한 말을 결코 알아들을 수 없었다.
이것이 그의 성격의 한 양상이며, 가장 불쾌한 면이기도 하다. 내가 그것을 관찰할 수 있었던 것은 오직 내가 그와 매일같이 가까운 관계를 유지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여느 때처럼 그는 상냥한 동료이자, 아는 것 많고 재미있으며 용감한 선원일 뿐이었다.
나는 4월 초 얼음이 녹기 시작한 무렵, 우리가 강풍에 휩싸였을 때 그가 배를 조종했던 방식을 쉽게 잊지 못할 것이다. 나는 그가 그날 밤, 번개가 번쩍이고 바람이 윙윙거리는 가운데 선교 위를 종횡무진으로 움직이는 것을 보았는데, 그가 그렇게 쾌활하고 유쾌한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그는 나에게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유쾌한 것이라고 여러 번 말했는데, 그것은 젊은이가 말하기에는 슬픈 이야기였다.
그의 머리카락과 콧수염은 이미 약간 희끗희끗했지만, 그는 서른 살도 안 되었을 것이다. 큰 슬픔이 그를 압도하여 전 생애가 시들어 버렸음이 틀림없었다.
내가 플로라를 잃는다면 나도 그렇게 되리라. 그 누가 알겠는가! 만약 그녀가 없었다면 나는 내일 북풍이 불든지 남풍이 불든지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선장이 그의 갑판 계단으로 내려오는 소리가 들려더니, 자기 방에 들어가 문을 잠그는 소리가 들렸다. 그가 여전히 기분이 좋지 않다는 증거다. 그럼 피프스 할아버지 (영국의 해군 대신, '피프스의 일기'로 유명하다. - 역자 주) 가 자주 하는 말 대로, 그럼 자러 가볼까. 촛불은 다 타가는데, - 극야(極夜) 현상 때문에 초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 스튜어드도 쉴 시간이라서 다른 초를 얻을 가망도 없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