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도 괜찮아

당신에게 필요한 치유와 회복의 선물

진정주 | 행복에너지 | 2019년 02월 01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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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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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동일한 증상인데도 사람마다 선호하는 약이 다르다. 진통제만 하더라도 어떤 사람은 타이레놀이 잘 듣는다지만 다른 사람은 이부펜(상품명으로는 부루펜 혹은 이지엔6애니)이나 폰탈 성분이 더 잘 듣는다고 한다. 같은 날씨인데도 덥다는 사람이 있고 춥다고 내복을 껴입는 사람도 있다. 날씬한 사람, 뚱뚱한 사람. 땀이 나서 셔츠가 젖은 사람, 늘 보습제를 발라야 하는 사람. 개성이라고 해도 좋을 이와 같은 개인차를 질병과 치료에 적용하면 얼마나 좋을까.
약국은 문턱이 낮아 드나드는 사람들이 다양하고 많다. 어지럽고 머리가 아프고 토할 것 같다는 여러 난해하고 복잡한 증상을 나열하고는 한 번 먹을 약을 달라는 사람도 있고 쥐약을 달라고 해놓고는 의료보험이 되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었다. 엊저녁 TV프로에서 돼지감자가 좋다고 했다면서 자기에게 맞겠냐고 묻기도 하고 파스를 붙여달라고 매대 안쪽으로 성큼 들어오는 분도 있다.

약국을 동네 약방이라 부르는 이유를 알 것 같은 이런 자잘한 일상들 덕분에 나는 여러 질병과 사람들의 가족력에까지 아주 가까운 관찰자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수년 전 『키 작은 사과나무』라는 책을 읽지 않았다면 관찰자로 터득한 낱개의 지식에 의미를 부여할 생각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 하지 않았던가.
성형외과 전문의가 쓴 그 책에는 그의 성장기 에피소드들이 담긴 한편, 의사로서 환자를 위해 고심한 사명감이 엿보이는 이야기들이 있었다. 그는 수술을 마친 환자들이 가능한 빨리 일상으로 복귀하기를 바라는 것을 알고 수술 시 출혈을 줄일 방법을 고심했다고 한다. 출혈로 인해 수술 부위가 붓고, 다시 그 부기가 빠지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 몸이 작은 출혈에도 지혈 시스템이 가동된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일종의 예방 접종 방법을 시행하게 되었다. 되도록 빨리 체내 지혈 시스템을 가동하게 할 이 예방접종이란 것은 바로 수술을 하기 전에 피를 먼저 조금 뽑는 것이다. 시험 삼아 이 방법을 써 보았더니 훨씬 출혈이 줄어들었고 당연히 회복도 빨랐다고 한다. 평소에도 한의학은 물론 식품, 영양, 민간요법까지 열린 눈으로 살피고 공부를 해 온 그였기에 가능했다.
신기한 것은 또 있었다. 사람의 혈액이 모든 혈관을 채우지 못한다는 것. 혈관을 다 채울 양이 아니므로 상황에 따라 혈액이 몰리는 부분이 생기고 반대로 혈액이 덜 보내져서 일시적으로 빈혈 상태가 되는 신체 부위가 있게 된다.
누구나 식후에 바로 공부나 업무에 몰입하면 소화가 잘 안 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업무를 처리하느라 신경을 곤두세우면 소화기관에 필요한 혈액조차 뇌신경에 몰려 체증을 느끼는 것이다. 소화기관과 뇌신경이 동시에 활발하게 일하도록 혈액을 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떤 조직이든 일하는 타임이 있고 쉬는 타임이 있다. 일만 할 수도, 쉬기만 할 수도 없는 것이다. 대개는 이 교차가 순조로워서 문제 될 것이 없지만 지나친 긴장 속에 과로에 시달리게 되면, 긴 시간 동안 혈액공급을 받지 못하는 조직이 생기고 결국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한다. 혈액공급을 받지 못하는 조직은 정상보다 온도가 낮아진다. 자연히 면역력이 떨어지고 질병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
사람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병은 역시 암이다. 어떻게 암이 발생하게 되는지 여러 설이 있지만 혈액순환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리라 짐작해 볼 수 있다. 공교롭게도 암세포 조직이 정상조직보다 차갑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키 작은 사과나무』에서 내가 본 것은 의사라는 권위보다 환자를 돕는 탐구자로서의 자세였다. 지금 처방전을 처리하는 일에만 골몰한 약국에서 한방과립조제를 하게 된 배경에는 이런 나만의 고민과 일탈이 있었다.
어느 날, 협심증으로 고생하는 한 분이 나를 찾아왔다. 심장의 혈관이 막혀서 스텐트 시술을 받았는데 착실히 처방약을 복용해 왔음에도 최근에 다시 숨이 차고 가슴이 아픈 협심증 증상이 심해져서 검사를 했더니 재시술을 해야 한단다. 첫 시술 당시의 고통과 그간의 힘든 여정을 되짚던 그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우리 약국을 찾은 것이다. 누군가 이런 말을 할 수도 있다.

“그냥 병원에 보내야 하지 않나?”

그러나 무엇이라도 잡아보려고 시도하는 것이 중요한 것임을 이 분을 통해 내가 오히려 배우게 되었다. 좋은 과학, 바람직한 의학은 마음을 좁히면 안 된다. 모든 길을 다녀보고 모든 돌을 들춰 보아야 하는 것이다.
협심증은 콜레스테롤이 높은 것이 주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고지혈증으로 혈관이 상하고 상한 혈관에 피딱지가 붙으면 녹슨 관이 막히는 것처럼 혈액의 흐름을 막게 되는데 이것이 심장근육에 영양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에 생기면 숨이 막히고 가슴이 조이는 협심증을 일으키게 된다. 현재 협심증 치료는 혈관을 넓히는 혈관확장제를 비롯해 고지혈증치료제와 심장 박동을 낮추어 산소요구량을 줄이는 약물이 주를 이룬다. 그런데 고지혈증치료제를 쓰는 것이 과연 협심증과 심근경색을 낮추는 데 효과가 있는지 반론이 있었다. 고지혈증이 있어도 심장질환이 없는 사람이 있고 충분히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어도 다시 협심증이 재발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왜일까! 추리하자면 콜레스테롤이 높은 것 이외에 더욱 결정적인 협심증의 원인이 따로 더 있다는 것이다. 당돌하게도 나는 이 환자에게 한방과립제로 화火병 치료를 시도하였다. 협심증의 관점을 화병으로 바꾸어 본 것이다.
콜레스테롤로 설명할 수 없는 관상동맥질환의 원인을 스트레스인 화火에 맞추면 한방과립으로 치료해 볼 길이 열린다. 부작용의 위험은 없었다. 다만 얼마나 호전 가능성이 있을지 문제였지만 재차 삼차 스텐트 시술에만 의지할 수 없다는 환자의 의지가 확고했기 때문에 용기를 낼 수 있었다.
결과는 획기적이었다. 이분은 예정되어 있던 스텐트 시술을 받을 필요가 없을 만큼 통증이 사라졌고 지금까지 건강하게 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협심증만 화병일까. 스트레스를 화火로 보면 현대인의 만성질환 중에 상당 부분이 여기에 속할 것이고 허접해 보이는 좁쌀 모양 과립으로 의외의 혜택을 누릴 길이 열리게 된다. 다만 각 사람의 상태에 따라 스트레스 반응을 나누고 적용할 약을 정하는 것은 약사의 몫이 된다.
나는 사람마다 다른 몸의 상태-같은 협심증이라도 사람에 따라 전혀 다른 약재를 써야 하기 때문이다-를 어떻게 분류할까 고민하다가 한방, 그중에서도 고방의 음양허실이론을 사용하였다. 이것은 이제마의 사상의설에 나오는 태양, 태음, 소양, 소음과는 완전히 다르지만 현대적 의미의 병증을 이해하는 데는 훨씬 더 유용하였다.
요즘은 스트레스 시대이다. 스트레스란 우리 마음과 몸에 자극을 주는 외부적 힘을 말한다. 걱정, 미움, 장래에 대한 불안, 분노…. 이런 것들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있을까.

걱정과 싸울 줄 모르는 사람은 단명한다.
- 알렉시스 카렐

누구나 알고 있듯이 걱정으로 대표되는 이들 자극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이 있고 웬만한 자극이 와도 웃어넘기는 사람이 있다. 잘 웃어넘기는 사람이란 걱정과 싸워 이긴 사람이 아닐까.

병원을 찾아오는 환자의 70%는 고민과 공포감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완쾌될 수 있다고 한다. 위궤양의 원인은 자극적인 음식이 아니라 걱정, 불안, 분노이다. 이런 정신적 자극에 둔감한 사람이 건강관리에 더 유리한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민감한 사람에게는 예리한 칼같이 파괴력이 있다. 그 파괴력의 결과가 고혈압, 협심증, 당뇨, 피부 알레르기를 비롯한 만성질환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현대적 의미의 화火병이다.
1928년 플레밍은 최초의 항생제 페니실린을 발견하여 감염질환을 치료하는 새 장을 열었다. 그러나 지금은 스트레스가 세균보다 무서운 질병의 원인이 되어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만성질환이라는 굴레를 씌우는 시대이다. 스트레스가 때로는 환경호르몬 같은 발암물질보다 더 우리 몸에 위험한 파괴력을 갖는다는 생각에 동의한다면 책을 끝까지 읽어볼 것을 권한다.
이 책이 비록 작지만 평생 안고 가야 하는 병증을 지닌 분들에게 건강한 삶이라는 소망을 줄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출간후기


스트레스 없는 행복한 하루와 내게 맞는 약으로 찾은 건강한 나날이 이어지기를 기원드립니다!

권선복
도서출판 행복에너지 대표이사
한국정책학회 운영이사

현대인은 수많은 질병을 안고 살아갑니다. 병의 원인은 병의 가짓수만큼이나 다양하지만, 특히 ‘현대인’에게 찾아오는 병이라고 하면 극심한 스트레스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만병의 근원이 스트레스라는 말이 나온 이유도 다 이 때문이 아닐까요?

『아파도 괜찮아』는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약사인 저자가 자신이 만났던 환자들의 사례와, 읽으면 도움이 되는 건강과 약에 대한 지식을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는 책입니다. 현직 약사이기에 해줄 수 있는 경험담은 독자들로 하여금 신뢰와 흥미를 느끼게 합니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잘못 알고 있었던 상식들도 바로잡을 수 있어 매우 유익합니다. 특히 ‘음양허실’로 질병을 치료하는 ‘고방’에 대한 이야기는 신선하면서도, 직접 효과를 본 치료 사례들이 소개되어 있어 눈길을 끕니다. 뿐만 아니라 병의 ‘근원’이 된다는 스트레스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어서, 이 책이 꼭 만병통치약처럼 느껴집니다.

아무리 좋은 약을 먹어도, 좋은 음식을 먹어도 효과가 없는 이유는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합니다. 속에 담아 둔 화는 스스로를 갉아 먹고, 바깥으로 표출되면 남을 해칩니다. 성큼 다가온 새해에는 스트레스와 화 없는 행복한 하루와, 내 건강을 지켜 줄 올바른 의약 정보를 통해 건강한 한 해가 되시기를 바라오며, 행복과 긍정의 에너지가 팡팡팡 샘솟으시기를 기원드립니다.

저자소개

진정주 저자

서울대학교 농과대학 재학 중에 길을 바꾸어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
지금은 경기도 안산에서 성은약국을 운영하고 있다.
한방의 고방과 분자교정의학(영양요법)을 공부하여 만성질환 상담에 활용하면서 약사로서 보람과 긍지를 느끼는 그는 질병의 치료도 중요하지만 과도한 스트레스를 줄이고 삶의 질을 높이는 예방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한다.

“약만으로 건강해질 수 있을까.”

10년 전, 사법 2차 시험 문턱에서 몸이 아파 좌절했던 그가 자신의 건강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던졌던 질문이다. 책에서 약으로 그치지 않고 생활 습관과 심리학적 실제까지 다루는 모습은 치유와 회복을 위해, 가능한 모든 길을 다녀보고 모든 돌을 들춰보고자 했던 저자의 노력과 아픈 이들을 향한 애착을 느끼게 해준다.

목차소개

이 책을 효과적으로 읽는 방법 ?1

프롤로그 ?4

chapter 1 스트레스가 만드는 질병

출렁거리는 호르몬 ?17
몸과 마음의 대화

감정과 관련된 호르몬들 ?22
노르아드레날린(노르에피네프린)/아드레날린(에피네프린)/도파민/세로토닌/베타 엔도르핀

감정과 의지 ? 28
부신호르몬으로 보는 만성피로증후군/코르티솔의 부작용/스트레스 반응

모양은 달라도 결국은 화(火)병 ?36
양실증의 화병/양허증의 화병/음증의 화병, 궐음증

chapter 2 구체적 치유 사례들

양실증 ?50
사례 1_ 코 막힘, 통풍, 고혈압/사례 2_ 부종, 역류성 식도염, 만성피로, 관절염/사례 3_ 협심증과 명현반응/사례 4_ 난치성 구내염/사례 5 아토피피부염과 천식

양허증 ?72
사례 1_ 얼굴 버짐, 코 막힘/사례 2_ 천식, 가래/사례 3_ 만성 설사, 복통, 발육부진/사례 4_ 불안, 피로, 불면증

궐음증 ?81
까다로운 궐음증/궐음증의 주요증상/사례 1_ 피로, 두통, 숨참, 불면/사례 2_ 역류성 식도염, 난치성 두통/갱년기 증상과 감마리놀렌산

쉬어가기 - 물을 마셔야 좋은 사람, 마시면 독이 되는 사람 ?91

chapter 3 색다른 약국의 별난 이야기

들어가기 ?97
체질과 음양허실/고방의 음양허실/천식이나 협심증은 현대적 화(火)병/소양병이란?

약국이 좋을 때 ?105
빈혈/위산과다, 속 쓰림/혈뇨와 단백뇨/구내염, 구각염/위장병이 있는 사람의 어지럼증/식도 열감, 햇빛 알레르기/습관적인 담 결림, 얼굴 근육 떨림, 부정맥/대변 지림/체부백선, 어루러기, 다한증/무좀, 손발톱 무좀

chapter 4 아파도 괜찮아

로제토 마을 이야기 ?130
가족밥상이 면역력을 높인다/옥시토신이 뭐지?/우리 집 밥상은 어디 갔나?/가족 밥상을 지킬 방법들/만져주는 사랑 - 스킨십이 건강을 지킨다/경혈과 침은 호르몬과학/체화된 인지, 스킨십, 경락마사지

자세가 마음을 바꾼다 ?149
눈물은 땀과 동시에 나지 않는다

내 몸에 맞는 운동은? ?158
근육(골격근)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근육을 만드는 파워트레이닝/지방을 태우는 걷기운동/근육의 종류-지근과 속근/잘 발달된 근육은 인슐린보다 낫다

라이프스타일 바꾸기-스트레스도 습관이다 ?165
우울증과 얼룩말/산책을 하면 우울증이 없어진다 - 세로토닌 효과/약이 되는 말, 독이 되는 말/맥락적 경청

용서의 비밀 ?176

chapter 5 약사에게 물어보세요

당뇨병 ?187
질문 1_ 당은 누구나 있는 거잖아요 /
질문 2_ 혈당이 높은 게 왜 문제가 되나요? /
질문 3_ 당뇨약을 먹고 어지러웠는데 부작용인가요? /
질문 4_ 당뇨약을 먹는데 비타민을 또 먹나요? /
질문 5_ 당뇨에는 어떤 영양제가 좋을까요? /
맥주효모 / 베타글루칸 / 비타민 B-50 또는 100 /
비타민 C / 프로바이오틱스(유산균)

고혈압 ?197
질문 1_ 혈압 정상치는 120에 80이죠? /
질문 2_ 한 번 약을 먹으면 평생 먹어야 하나요? /

아스피린 ?202
먹어두면 좋은 혈액순환제가 아니다

고지혈증 ?206
된장찌개, 김치만 먹는데 왜 콜레스테롤수치가 높을까요

골다공증과 임플란트 ?211

진통제 ?214
질문 1_ 카페인 없는 진통제가 좋은 거 아닌가요? /
질문 2_ 소염진통제 - 근육이 아픈 데 먹는 약이 있다고요?

에필로그 ?218

참고문헌 ?221

출간후기 ?222

출판사 서평

본문 미리보기


프롤로그

동일한 증상인데도 사람마다 선호하는 약이 다르다. 진통제만 하더라도 어떤 사람은 타이레놀이 잘 듣는다지만 다른 사람은 이부펜(상품명으로는 부루펜 혹은 이지엔6애니)이나 폰탈 성분이 더 잘 듣는다고 한다. 같은 날씨인데도 덥다는 사람이 있고 춥다고 내복을 껴입는 사람도 있다. 날씬한 사람, 뚱뚱한 사람. 땀이 나서 셔츠가 젖은 사람, 늘 보습제를 발라야 하는 사람. 개성이라고 해도 좋을 이와 같은 개인차를 질병과 치료에 적용하면 얼마나 좋을까.
약국은 문턱이 낮아 드나드는 사람들이 다양하고 많다. 어지럽고 머리가 아프고 토할 것 같다는 여러 난해하고 복잡한 증상을 나열하고는 한 번 먹을 약을 달라는 사람도 있고 쥐약을 달라고 해놓고는 의료보험이 되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었다. 엊저녁 TV프로에서 돼지감자가 좋다고 했다면서 자기에게 맞겠냐고 묻기도 하고 파스를 붙여달라고 매대 안쪽으로 성큼 들어오는 분도 있다.

약국을 동네 약방이라 부르는 이유를 알 것 같은 이런 자잘한 일상들 덕분에 나는 여러 질병과 사람들의 가족력에까지 아주 가까운 관찰자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수년 전 『키 작은 사과나무』라는 책을 읽지 않았다면 관찰자로 터득한 낱개의 지식에 의미를 부여할 생각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 하지 않았던가.
성형외과 전문의가 쓴 그 책에는 그의 성장기 에피소드들이 담긴 한편, 의사로서 환자를 위해 고심한 사명감이 엿보이는 이야기들이 있었다. 그는 수술을 마친 환자들이 가능한 빨리 일상으로 복귀하기를 바라는 것을 알고 수술 시 출혈을 줄일 방법을 고심했다고 한다. 출혈로 인해 수술 부위가 붓고, 다시 그 부기가 빠지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 몸이 작은 출혈에도 지혈 시스템이 가동된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일종의 예방 접종 방법을 시행하게 되었다. 되도록 빨리 체내 지혈 시스템을 가동하게 할 이 예방접종이란 것은 바로 수술을 하기 전에 피를 먼저 조금 뽑는 것이다. 시험 삼아 이 방법을 써 보았더니 훨씬 출혈이 줄어들었고 당연히 회복도 빨랐다고 한다. 평소에도 한의학은 물론 식품, 영양, 민간요법까지 열린 눈으로 살피고 공부를 해 온 그였기에 가능했다.
신기한 것은 또 있었다. 사람의 혈액이 모든 혈관을 채우지 못한다는 것. 혈관을 다 채울 양이 아니므로 상황에 따라 혈액이 몰리는 부분이 생기고 반대로 혈액이 덜 보내져서 일시적으로 빈혈 상태가 되는 신체 부위가 있게 된다.
누구나 식후에 바로 공부나 업무에 몰입하면 소화가 잘 안 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업무를 처리하느라 신경을 곤두세우면 소화기관에 필요한 혈액조차 뇌신경에 몰려 체증을 느끼는 것이다. 소화기관과 뇌신경이 동시에 활발하게 일하도록 혈액을 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떤 조직이든 일하는 타임이 있고 쉬는 타임이 있다. 일만 할 수도, 쉬기만 할 수도 없는 것이다. 대개는 이 교차가 순조로워서 문제 될 것이 없지만 지나친 긴장 속에 과로에 시달리게 되면, 긴 시간 동안 혈액공급을 받지 못하는 조직이 생기고 결국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한다. 혈액공급을 받지 못하는 조직은 정상보다 온도가 낮아진다. 자연히 면역력이 떨어지고 질병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
사람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병은 역시 암이다. 어떻게 암이 발생하게 되는지 여러 설이 있지만 혈액순환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리라 짐작해 볼 수 있다. 공교롭게도 암세포 조직이 정상조직보다 차갑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키 작은 사과나무』에서 내가 본 것은 의사라는 권위보다 환자를 돕는 탐구자로서의 자세였다. 지금 처방전을 처리하는 일에만 골몰한 약국에서 한방과립조제를 하게 된 배경에는 이런 나만의 고민과 일탈이 있었다.
어느 날, 협심증으로 고생하는 한 분이 나를 찾아왔다. 심장의 혈관이 막혀서 스텐트 시술을 받았는데 착실히 처방약을 복용해 왔음에도 최근에 다시 숨이 차고 가슴이 아픈 협심증 증상이 심해져서 검사를 했더니 재시술을 해야 한단다. 첫 시술 당시의 고통과 그간의 힘든 여정을 되짚던 그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우리 약국을 찾은 것이다. 누군가 이런 말을 할 수도 있다.

“그냥 병원에 보내야 하지 않나?”

그러나 무엇이라도 잡아보려고 시도하는 것이 중요한 것임을 이 분을 통해 내가 오히려 배우게 되었다. 좋은 과학, 바람직한 의학은 마음을 좁히면 안 된다. 모든 길을 다녀보고 모든 돌을 들춰 보아야 하는 것이다.
협심증은 콜레스테롤이 높은 것이 주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고지혈증으로 혈관이 상하고 상한 혈관에 피딱지가 붙으면 녹슨 관이 막히는 것처럼 혈액의 흐름을 막게 되는데 이것이 심장근육에 영양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에 생기면 숨이 막히고 가슴이 조이는 협심증을 일으키게 된다. 현재 협심증 치료는 혈관을 넓히는 혈관확장제를 비롯해 고지혈증치료제와 심장 박동을 낮추어 산소요구량을 줄이는 약물이 주를 이룬다. 그런데 고지혈증치료제를 쓰는 것이 과연 협심증과 심근경색을 낮추는 데 효과가 있는지 반론이 있었다. 고지혈증이 있어도 심장질환이 없는 사람이 있고 충분히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어도 다시 협심증이 재발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왜일까! 추리하자면 콜레스테롤이 높은 것 이외에 더욱 결정적인 협심증의 원인이 따로 더 있다는 것이다. 당돌하게도 나는 이 환자에게 한방과립제로 화火병 치료를 시도하였다. 협심증의 관점을 화병으로 바꾸어 본 것이다.
콜레스테롤로 설명할 수 없는 관상동맥질환의 원인을 스트레스인 화火에 맞추면 한방과립으로 치료해 볼 길이 열린다. 부작용의 위험은 없었다. 다만 얼마나 호전 가능성이 있을지 문제였지만 재차 삼차 스텐트 시술에만 의지할 수 없다는 환자의 의지가 확고했기 때문에 용기를 낼 수 있었다.
결과는 획기적이었다. 이분은 예정되어 있던 스텐트 시술을 받을 필요가 없을 만큼 통증이 사라졌고 지금까지 건강하게 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협심증만 화병일까. 스트레스를 화火로 보면 현대인의 만성질환 중에 상당 부분이 여기에 속할 것이고 허접해 보이는 좁쌀 모양 과립으로 의외의 혜택을 누릴 길이 열리게 된다. 다만 각 사람의 상태에 따라 스트레스 반응을 나누고 적용할 약을 정하는 것은 약사의 몫이 된다.
나는 사람마다 다른 몸의 상태-같은 협심증이라도 사람에 따라 전혀 다른 약재를 써야 하기 때문이다-를 어떻게 분류할까 고민하다가 한방, 그중에서도 고방의 음양허실이론을 사용하였다. 이것은 이제마의 사상의설에 나오는 태양, 태음, 소양, 소음과는 완전히 다르지만 현대적 의미의 병증을 이해하는 데는 훨씬 더 유용하였다.
요즘은 스트레스 시대이다. 스트레스란 우리 마음과 몸에 자극을 주는 외부적 힘을 말한다. 걱정, 미움, 장래에 대한 불안, 분노…. 이런 것들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있을까.

걱정과 싸울 줄 모르는 사람은 단명한다.
- 알렉시스 카렐

누구나 알고 있듯이 걱정으로 대표되는 이들 자극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이 있고 웬만한 자극이 와도 웃어넘기는 사람이 있다. 잘 웃어넘기는 사람이란 걱정과 싸워 이긴 사람이 아닐까.

병원을 찾아오는 환자의 70%는 고민과 공포감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완쾌될 수 있다고 한다. 위궤양의 원인은 자극적인 음식이 아니라 걱정, 불안, 분노이다. 이런 정신적 자극에 둔감한 사람이 건강관리에 더 유리한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민감한 사람에게는 예리한 칼같이 파괴력이 있다. 그 파괴력의 결과가 고혈압, 협심증, 당뇨, 피부 알레르기를 비롯한 만성질환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현대적 의미의 화火병이다.
1928년 플레밍은 최초의 항생제 페니실린을 발견하여 감염질환을 치료하는 새 장을 열었다. 그러나 지금은 스트레스가 세균보다 무서운 질병의 원인이 되어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만성질환이라는 굴레를 씌우는 시대이다. 스트레스가 때로는 환경호르몬 같은 발암물질보다 더 우리 몸에 위험한 파괴력을 갖는다는 생각에 동의한다면 책을 끝까지 읽어볼 것을 권한다.
이 책이 비록 작지만 평생 안고 가야 하는 병증을 지닌 분들에게 건강한 삶이라는 소망을 줄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출간후기


스트레스 없는 행복한 하루와 내게 맞는 약으로 찾은 건강한 나날이 이어지기를 기원드립니다!

권선복
도서출판 행복에너지 대표이사
한국정책학회 운영이사

현대인은 수많은 질병을 안고 살아갑니다. 병의 원인은 병의 가짓수만큼이나 다양하지만, 특히 ‘현대인’에게 찾아오는 병이라고 하면 극심한 스트레스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만병의 근원이 스트레스라는 말이 나온 이유도 다 이 때문이 아닐까요?

『아파도 괜찮아』는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약사인 저자가 자신이 만났던 환자들의 사례와, 읽으면 도움이 되는 건강과 약에 대한 지식을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는 책입니다. 현직 약사이기에 해줄 수 있는 경험담은 독자들로 하여금 신뢰와 흥미를 느끼게 합니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잘못 알고 있었던 상식들도 바로잡을 수 있어 매우 유익합니다. 특히 ‘음양허실’로 질병을 치료하는 ‘고방’에 대한 이야기는 신선하면서도, 직접 효과를 본 치료 사례들이 소개되어 있어 눈길을 끕니다. 뿐만 아니라 병의 ‘근원’이 된다는 스트레스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어서, 이 책이 꼭 만병통치약처럼 느껴집니다.

아무리 좋은 약을 먹어도, 좋은 음식을 먹어도 효과가 없는 이유는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합니다. 속에 담아 둔 화는 스스로를 갉아 먹고, 바깥으로 표출되면 남을 해칩니다. 성큼 다가온 새해에는 스트레스와 화 없는 행복한 하루와, 내 건강을 지켜 줄 올바른 의약 정보를 통해 건강한 한 해가 되시기를 바라오며, 행복과 긍정의 에너지가 팡팡팡 샘솟으시기를 기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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