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비가 된 어머니, 애첩의 치마폭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아버지.
그리고 팔리듯 진현국의 황후가 된 백혜령.
그곳에서 오 년 전, 사랑을 느꼈던 그를 만났다.
황제와 황후라는 굴레 속에서.
“이것이었나? 오 년 전 그리 헤어지고 난 후, 나를 만나러 오지 못한 이유.”
그의 물음에 혜령은 대답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왜 그것마저 지워 버렸을까.
“미안해. 내가 너를 너무 일찍 떠났고, 늦게 찾아왔어.”
현원은 혜령의 어깨를 잡아 그녀가 숨이 막히도록 끌어안았다.
“두려웠습니다. 곁에서 날 위해 줄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이젠 울어도 돼. 내 품에서 마음껏 울어.”
처음으로 지켜야 할 사람이 생겼다. 모든 것을 걸고 지켜야 할 사람.
그는 혜령을 안은 채로 천천히 말을 이어 갔다.
“난 독에 취했고, 독은 사랑이고 내 사랑은 그대이니…….”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은 손을 위로 올려 얼굴을 쓰다듬었다.
현원의 입가에 매력적인 미소가 걸렸다.
“난 그대에게 취했나 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