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 같았던 남자와 여자의 사랑은 찬란했지만,
엉켜 있던 과거의 실타래가 두 사람의 모든 것을 뒤바꿔 놓았다.
“버틸 만한가 보군.”
숨 막히는 침묵 속에 입을 꼭 다물고 있던 여자를
말끄러미 바라보던 태진이 말문을 열었다.
“죽을 수는 없으니까요.”
손하는 제 대답이 우스워 비소가 절로 흘러나왔다.
제 반응을 살피는 그에게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하고 싶었던 걸까.
“언제부터 눈치챈 거지? 내 본명이 소태진이 아니라는 걸.”
“이제 와 그게 왜 궁금한 거죠?”
“대답해, 문손하.”
“원하는 걸 이루었잖아요. 그럼 기뻐하세요.
그렇게 벌레 씹은 얼굴로 날 취조하려 들지 말고.”
서로의 존재가 상처뿐인 관계가 되어 버린 두 남녀.
용서하기 위해, 사랑하기 위해 마음을 비워 가는 그들의 이야기.
「사랑 안에 머물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