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에서 벌어진 세 가지 사건을 중심으로 진지함과 생각에 대한 혐오, 반지성주의가 어떻게 소수자와 약자를 향한 혐오와 차별과 결합하는지, 표현의 ‘자유’와 저항할 ‘권리’의 관계를 살피는 책이다. 특히 이러한 흐름이 보수와 진보, 거대악과 그에 대응하는 저항이라는 이분법과 결합하며 저항과 피해자라는 보편의 위치를 누가 점하고 누구의 목소리가 지워지는지 치밀하게 짚어낸다.
반지성주의란 지식이 없는 무지한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알기를 거부하는’ 태도를 말한다. 가령, 혐오 발화자들을 보면 그들은 혐오하는 대상을 모르기 위해 애쓴다. 혐오 발화를 하는 이들도 나름 지식으로 무장한다.
기득권 유지를 위해 자신이 알고 싶지 않은 문제를 적극적으로 ‘모르려고’ 하며, 시대에 맞는 새로운 ‘마녀’인 ‘충’을 계속 만들어내 인간사회에서 몰아낸다. 나아가 정치적 올바름과 진지한 성찰은 폭로, 재미 앞에서 쉽게 솔직하지 못한 ‘위선’이 되고, 불편한 진실은 외면한 채 마치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것 같은 ‘취향’이라는 단어와 ‘표현의 자유’라는 외피를 두른 ‘혐오의 자유’라는 차별이 횡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