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와 젠더가 교차하는 삶,
사회가 강요하는 정상성에 맞서다!
몸으로 부딪치며 사회와 제도를 바꾸며 살아온 장애여성들의 삶
사회가 강요하는 정상성에 맞서온 사람들
이 책을 읽으려면 우선 ‘장애여성’이란 단어를 알아야 한다. 이 표현은 상당히 낯설다. 한국 사회에서는 오랫동안 ‘장애인’ 앞에 ‘여성’을 붙여 여성 장애인으로 표현해왔다. 1998년 설립되어 2018년 창립 20주년을 맞은 장애여성공감은 ‘장애여성’을 하나의 정체성을 가진 언어로 처음 이야기한 단체이다. 그래서 장애여성공감의 첫 번째 슬로건은 ‘나는 장애를 가진 여성이다’였다. 곧 ‘장애여성’은 ‘장애’와 ‘여성주의’의 의미가 담겨 있는 실천적인 언어이기도 하다. “우리는 장애인운동 안에서는 여성 단체의 포지션을 갖기도 하고, 여성운동 안에서는 장애인 단체의 역할을 요구받을 때가 많지만, ‘여성’이나 ‘장애인’이라는 이름으로 분절되는 것이 아니라 장애여성의 경험이 통합적으로 이해되기를 바랐다.”
『어쩌면 이상한 몸』에는 사회가 강요하는 정상성에 맞서온 열 사람의 삶과 투쟁이 담겨 있다. 장애여성이 직접 쓴 글도 있고, 이들과 함께 오랜 시간 일한 활동가가 장애여성과 이야기를 나눈 뒤 쓴 글도 있다. 장애여성의 삶을 정리한 활동가들의 글도 담겨 있으니, 이 책에는 열네 사람의 역사와 통찰이 담겨 있는 셈이다. 또한 이 책은 몸, 섹스, 통증, 양육, 노동, 나이 듦, 활동보조 등의 키워드로 장애와 젠더가 교차하는 삶의 맥락을 단순하지 않게 풀어낸다. 이 책의 주인공들 대다수는 1990년대 말부터 장애인의 삶에 필수적인 많은 제도적 변화를 위해 싸워온 사람들이며, 제도를 만든 이후에도 그 제도의 이면과 또 다른 일상의 문제를 위해 투쟁을 지속해가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전동휠체어, 장애인콜택시, 활동지원 제도가 없던 시기에도 자신의 몸으로 부딪치며 살아왔다. 그래서 이들의 삶을 기록하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일이다. 장애인운동, 장애여성운동의 역사를 엿볼 수 있으며, 장애여성들이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일상을 살아가는지도 살필 수 있는 책이다. 이들이 몸으로 부딪치며 사회와 제도를 바꾸며 살아온 삶은 젊은 장애여성들과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많은 여성들이 대중문화 속에서 강하고 멋진 롤모델을 찾고 환호할 때도 장애여성 롤모델은 찾기가 쉽지 않다. 장애여성들이 자신의 삶에 대해 막막함과 두려움을 느낄 때 어떤 이야기들을 참고할 수 있을까? 우리는 이 책이 장애여성들에게, 장애여성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좋은 참고 자료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