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있는 삶이 되었으면
100세 시대에 살고 있다지만 벌써 산수傘壽를 맞이하니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된다. 지난 시절, 무엇을 좇아 살아왔으며 어떻게 걸어왔던가? 이제 삶의 막다른 고개를 넘어서면서 지난 세월 내 삶의 자랑과 보람, 회한과 연민이 뒤엉킨 그 흔적을 돌아보며 걸어온 발자취를 더듬어 본다.
걸어온 길이 뒤따르는 자가 되밟아 올 만큼 올곧은 길이며 본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지 되짚어 보고 내 인생 여정을 반추해 본다. 반평생을 교육자로 후학들을 가르치면서 살아왔다면 이제는 늦은 나이지만 소소한 것이라도 배우는 삶이 되기를 희망한다. 그리하여 여생을 이웃에 보탬이 되는 좀 더 의미 있는 삶이 되었으면 여한이 없겠다.
나는 일제 강점기인 1938년 12월 25일(음11월 4일)에 7남매의 맏이로 성주군 대가면 대천리 장밭長田에서 성산 여씨 25세손으로 태어났다.
광복 이듬해 대천1동 동사무소에서 대가초등학교 대서분교가 개교하여 입학하게 되었다. 부모님은 학교를 다니지 못했지만 배우지 못한 것이 한이 되어 자식에게만은 고된 농사일을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자식 교육에 헌신하셨다. 읍내의 성주중학교는 당시만 하더라도 교통이 불편해서 하숙을 해야 되니 대구 계성 중·고등학교로 진학하여 홀로 사시는 숙모님 댁에서 숙식하게 되었다. 학비 부담이 적은 경북대학교 사범대학에 진학하였다. 그래도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하숙비와 등록금 조달이 부담되어 대학생활 내내 가정교사를 하면서 학비에 보탰다.
대학 졸업 후 군복무를 마치고 초등학교 교사자격증을 취득하여 성주 무학초등학교에서 처음 교단에 섰다. 1년 근무하다가 청송고등학교로 발령을 받았다. 대구고와 경북여고에서 대구 시내 근무 만기인 8년을 채웠기 때문에 경북으로 발령이 나 13년간을 주말부부로 지냈다. 그리고 교감, 교장으로 1년씩 근무하였으며, 교육전문직으로 11년 반을 근무하였다. 초·중등 교원의 정년 단축으로 3년 이른 만 62세에 경북교육청 과학산업교육과장을 끝으로 36년간의 교육공무원에서 정년퇴직하였다. 당시를 회고하면 평생 정든 교직생활을 떠난다는 사실에 그 서운함은 비길 데가 없었다.
정년퇴직 후에는 가르침의 삶에서 이제는 배우는 삶을 살아야 하겠다고 생각하여 서예, 숲 해설, 웰다잉, 컴퓨터, 자서전 쓰기 등에 관심을 가졌고 또 배우기도 했다. 지금은 이러한 제반 활동들을 정리하고 사진들을 컴퓨터에 정리하고 있는데 지나온 내 삶의 발자취를 주제별로 정리해서 자서전으로 묶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