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화된 조지 오웰의 『1984』 속 세계
모든 사람의 통신이 도청된다. TV처럼 생긴 ‘텔레스크린’이 집 안에 있는 사람들의 행동까지 감시한다. 1949년 조지 오웰이 『1984』라는 작품을 내놓았을 때만 해도 소설 속 오세아니아는 가상 세계에 불과했다. 동독의 비밀경찰인 슈타지를 다룬 영화 〈타인의 삶〉이 나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반체제 인사로 의심되는 사람들의 전화를 실시간으로 도청하는 것은 과거 공산주의 국가에서나 벌어지는 일인 줄 알았다.
2013년 6월 미국 국가안보국 계약직원인 스노든은 정부의 무차별적인 민간인 사찰을 폭로했다. 스노든의 폭로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 오세아니아나 동독 못지않다는 걸 깨닫게 해준다. 기술의 비약적 발전에 비해 감시 체계에 대한 감독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스노든 같은 동시대 인물은 ‘텔레스크린’의 부속품과 같은 역할을 했던 것이다.
그 ‘애국보수’ 청년은 왜 내부고발을 했나?
“비밀 자료를 유출하기로 한 스노든의 결정은 오랫동안 사귄 여자친구, 천국 같은 하와이에서의 삶, 자신을 지지해주는 가족, 안정적인 직업, 두둑한 봉급, 무한한 가능성으로 가득 찬 삶을 포기한다는 걸 의미했다.” 스노든 폭로 비밀을 특종 보도한 기자는 스노든이 부족한 것이 없어보이는 삶을 살았다고 했다. 그런 스노든이 내부고발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 테드 롤은 스노든의 과거를 되짚어보면서 계속해서 질문을 던진다. 어린 시절 적극 참여했던 보이스카우트 활동에서 정직과 도덕성이라는 철학이 내면화되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나중에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인격 형성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힌 비디오 게임 때문일까?
스노든의 부모는 둘 다 공무원이었다. 스노든이 살던 크로프턴은 비밀스러운 지역이었다. 일급비밀 취급 권한이 있는 공무원과 민간 계약업체 직원이 많았다. 가족 간에도 직업에 대해 말하거나 알려고 하지 않았다. 이런 보수적 분위기에서 자라서인지 한때 스노든은 내부고발자에 대해 “그런 인간들은 거시기에 총 맞아야 해”라며 맹비난하기도 했다. 미국의 안보를 위협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2003년 3월 이라크 전쟁이 벌어졌을 때는 자원입대를 했다. 하지만 사람들을 억압에서 벗어나도록 돕고 싶었다는 스노든의 순수한 기대는 누군가를 돕기보다 아랍인을 죽이도록 세뇌시키는 훈련 방식 때문에 무너졌다.
왜 ‘애국보수’ 청년이 내부고발을 했냐는 질문의 답은, 그가 ‘애국보수’라서 이다. 공동체에 대한 헌신, 개인의 자유와 책임이 보수의 핵심 가치라면 스노든은 철저한 보수주의자다. 국가 권력에 의해 개인의 자유가 침해된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를 모른 척하는 것은 무책임하고 공동체에 대한 헌신과는 거리가 먼 행동이다. 그래서 내부고발을 한 것이다.
만화로 쉽게 이해하는 인물 스노든
감시, 일급비밀, 내부고발. 스노든 사건은 우리가 사는 세상의 어두운 면에 대한 이야기다. 『스노든』은 자칫 딱딱할 수 있는 이야기를 카툰 형태의 일러스트와 각종 사진과 함께 들려주기 때문에 빠르고 몰입감 있게 읽히는 작품이다. 전 세계인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받는 시대에 그런 사실을 용기 있게 고발한 인물의 삶과 그를 둘러싼 이야기가 궁금한 독자에게, 함께 출간한 『스노든 게이트』가 약간은 부담스러운 독자에게 『스노든』은 최고의 입문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