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로드무비는 서울을 유랑하는 버스 안에서 시작되었다
다른 사람이 되길 바란 적이 있어?
:[이지 라이더], 길 위에서
킹 오브 로드무비
: 한번은, 벤더스
나의 고독은 가난으로부터 오는 거구나
: [천국보다 낯선]과 자무시
성년은 미성년이 되고 싶어 한다
: [백색 도시] 그리고 리스본
센 강변의 산책과 하바나 해변의 즉흥 연주
: 파리의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세상은 유랑하는 이들의 것이 아니다
: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믹의 지름길]까지?
태양 속으로, 삶은 슬프지만 늘 아름답다
: [미치광이 피에로]와 고다르의 청춘?
Rock & Road Movie
: 카우리스마키의 보헤미안 로큰롤?
인생은 때때로 오해에서 시작된다
:키아로스타미, 길의 영화?
“나는 길 위에서, 능력이랄 것까지는 없지만 어떤 적성 같은 것을 얻었다”
중학교 시절, 이사를 하면서 서울을 가로지르는 버스 유랑을 하게 된 저자. 1시간 반 이상 걸리는 하굣길, 그 길 위에서의 시간들 때문에(혹은 덕분에), 그 나이에 자신이 될 수 있었던 것보다 조금 더 사색적이고 조금 더 감성적인 아이가 되어갔다고 저자는 말한다. 건강을 조금 잃긴 했지만 그리 나쁜 것은 아니었다고, 덕분에 지금까지도 읽고 보고 생각하는 일로 그럭저럭 버티고 있다고. 저자는 어쩌면 자신의 로드무비는 그때 이미 시작되었는지 모른다고 말한다. 어린 나이에 날마다 정처 없이 버스 유랑을 다니며 파노라마처럼 혹은 영화 이미지처럼 이어지는 도시의 풍경들을 바라보던 그때. 그리고 청년기에 낯선 이국에서 보낸 방랑의 시간과 그 후로도 이어진 유랑의 시간이 모두 한 편의 로드무비를 이루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가끔 삶이 너무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때마다, 생의 모든 순간들이 필름 위에 새겨지고 있는 건 아닌지 혹은 현실이라고 믿고 있는 모든 것이 어떤 이름 모를 로드무비의 일부인 건 아닌지, 의혹에 빠져들곤 한다고.?
“길 위의 영화들, 길에서 시작해 길에서 끝나는 영화들”
‘진짜’ 로드무비란 무엇일까? “[이지 라이더] 이후로 나를 매혹시킨 로드무비들은 유명 관광지를 순례하는 트립 무비나 자아의 성장 과정을 그린 교양 영화가 아니라, 진짜 로드무비들이었다. 그러니까,?길 위의 영화들. 길에서 시작해 길에서 끝나는 영화. 사람의 마을에서 시작해 사람의 마을로 돌아오며, 아, 잘 다녀왔네, 라고 흡족해하지 않는 영화. 떠남이 곧 유랑이고 방황임을 보여주는 영화.”
저자는 [천국보다 낯선](자무시)에서 낡았지만 몸에 꼭 맞는 외투처럼 따라다니던 이십대의 가난과 고독을, [백색 도시](알랭 타네)에서 왠지 리스본에서는 가능할 것 같은 삶의 가능성을,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벤더스)에서는 삼십대의 마지막 여름을 견디게 해주었던 음악과 가난하지만 담백한 삶, 그리고 낯설어서 아름다운 풍광을, 젊은 고다르의 심장과도 같은 영화 [미치광이 피에로](고다르)에서는 생계를 위해서 프랑스의 고속도로를 질주하며 마주했던 소멸해가는 젊음의 아름다움을, [레닌그라드 카우보이 미국에 가다](카우리스마키)에서는 보헤미안적 삶과 로큰롤에 대한 애정을 이야기한다.
‘나를 만든 세계, 내가 만든 세계’ 아무튼, 00
‘생각만 해도 좋은, 설레는, 피난처가 되는, 당신에게는 그런 한 가지가 있나요?’ 아무튼 시리즈는 이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시인, 활동가, 목수, 약사, 일러스트레이터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개성 넘치는 글을 써온 이들이 자신이 구축해온 세계를 각권의 책에 담아냈다. ‘나를 만든 세계, 내가 만든 세계’라는 교집합을 두고 피트니스부터 서재, 망원동, 쇼핑, 게스트하우스, 계속, 스릴러, 스웨터, 외국어 같은 다양한 주제를 솜씨 좋게 빚어 한 권에 담아 마음에 드는 주제를 골라 읽는 재미를 더했다. 길지 않은 분량에 작은 사이즈로 만들어져 부담 없이 그 세계를 동행하는 경험을 선사한다. 특히 이 시리즈는 위고, 제철소, 코난북스, 세 출판사가 하나의 시리즈를 만드는 최초의 실험이자 유쾌한 협업이다. 색깔 있는 출판사, 개성 있는 저자, 매력적인 주제가 어우러져 에세이의 지평을 넓히고 독자에게 쉼과도 같은 책 읽기를 선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