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권-
사랑의 농도는, 만난 시간에 비례하지 않는다.
만남은 짧고, 헤어짐은 길다. 그래서 더 애틋하고 노골적인 연인들.
“오늘은 당신이 당하는 게 좋겠어.”
풀썩, 아직 젖어 있는 그의 검은 머리칼이 새하얀 시트 위로 흐트러졌다. 그가 입고 있는 샤워가운 앞섶이 벌어지며 여자보다 더 예쁜 쇄골 라인과 함께 탄탄한 가슴 근육이 빠끔히 모습을 드러냈다.
“푸훗. 뭘 당해.”
“애무?”
노골적인 그녀의 표현에 그가 또 웃음을 터트렸다. 샤워한 직후라서 더 촉촉한 듯 보이는 그의 살결은 매끈했다.
“다리 벌려요.”
알몸 위에 샤워가운만 걸치고 있던 인혁이 잠시 당혹해했다. 보통 사랑을 나눌 때 자신이 그녀에게 했던 말을 역으로 들어 보니 기분이 묘했다.
“다리 벌리라니까.”
“음, 은경 씨.”
“시간 아까워요. 빨리 벌려.”
“음, 그러니까 잠깐…… 엇!”
그가 머뭇거리는 사이 그녀가 무릎을 잡아 벌렸다.
“아, 이런…… 잠깐, 나 지금 너무…….”
“이런 기분이었군요?”
은경이 또 개구지게 웃었다.
“당하는 입장에서는 아주 민망한데, 가하는 입장에서는 아주 흐뭇한 거였어.”
누구보다 치열하게 사랑할게, 너를.
누구보다 달콤하게 살아갈게, 너와.F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