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방에선 소문이 자자한 욕쟁이와 그녀의 딸 그리고 그녀에게 순정을 바치는 뼈대 있는 집안의 종손. 그들은 과연 모두 행복할 수 있을까? 동네에서 소문난 욕쟁이의 딸로 살아가는 그녀의 하루일과는 고달프다. 엄마의 욕과 함께 눈을 뜨고 회사에서 녹초가 되어 돌아오면 듣느니 또 욕이다. 제발 욕 좀 하지 말라고 통 사정도 하고 같이 화 내고 욕도 해봐도 엄마의 욕은 가슴 저 깊은 곳에서부터 끓어오르는 분노이기에 멈춰지지 않는다. 그런 어느날 그녀가 근무하는 컴퓨터 학원으로 유서 깊은 집안의 종손이 입사한다. 어릴 때부터 딸을 낳았다는 이유로 버림받은 엄마와 살아온 덕에 그녀는 남자와 결혼을 혐오하는데 이 겁도 없는 종손 따위가 감히 대시를 해온다. 기도 안 찬다! 유서 깊은 종가집 종손으로 사는 것도 고달프긴 마찬가지다. 아무리 잘 나가다가도 종손이라도 하면 여자들은 뒤도 안 돌아보고 줄행랑을 놓는다. 하나같이 화를 낸다. 결혼해야 하고 결혼하고 싶지만 과연 결혼할 수 있을까? 점점 여자들이 무서워지기까지 하던 어느 날! 그 여자를 보았다. 다른 여자들보다 더 자신을 싫어하고 무섭게 나오는데 가슴이 미쳤는지 그 여자만 보면 자꾸 두 배로 뛰고 돌아서면 또 보고 싶다. 결혼은 꿈도 안 꿀 테니까 일단 연애라도 하면 안될까? “아악! 머리야! 근데 내가 왜 여기 있죠?” “기억 안 나요? 사무실에 강도가 들어서 머리를 맞았어요.” “아! 그랬었죠. 그래서…….” 그녀는 머리에 감긴 붕대를 손으로 더듬었다. “소리가 엄청 크게 나더라고요. 꼭 죽는 줄 알았어요.” “정말 죽을 뻔했어요. 수정 씨는 지금 일주일 만에 눈 뜬 거예요.” 수정은 자신이 자칫 죽었을 수도 있다는 말에 갑자기 생각이 많아진다. 지환은 사무실에 들어서며 허파에 바람 든 것처럼 피식거리는 친구를 의아한 눈으로 쳐다봤다. “저기 좀 내려다 봐. 웬 정신 나간 여자가 머리에 붕대까지 감고 환자복 차림으로 여길 들어오겠다면서 경비랑 싸우고 있다니까. 정신 병원에서 탈출한 거 아닌지 몰라.” 지환은 직감적으로 그 여자가 수정이라고 느꼈다. 그는 부리나케 달려 나갔다. 그리고 그의 눈앞에는 수정이 있었다. 경비실 모퉁이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그 환자복 차림의 여자는 분명 수정이었다. “수정 씨.” 수정이 고개를 돌려 지환을 쳐다보았다. 초췌하고 볼품없는 모습에도 불구하고 수정은 지환을 보고 환하게 웃는다. 그 모습이 지환에게는 천사처럼 보인다. 그는 그녀가 어떤 모습이든 살아서 자신 앞에 있다는 것이 너무 기쁘고 행복할 뿐이다. “깨어났군요.” “잠은 실컷 잤어요. 깨어나서 들었는데 나 죽을 뻔했대요. 그거 알아요?” 지환은 죽음이란 그 끔찍한 말이 차마 입에서 떨어지지 않아 고개만 끄덕였다. “그래서 생각해보니까 이대로 살다 가면 정말 억울하겠더라고요. 난 연애도 제대로 못해 봤어요. 지난번에 지환 씨가 한 그 웃기는 키스가 첫 키스였다고요. 정말 너무 억울하겠죠?” “그럼요. 억울하죠.” “그래서 말인데요. 지환 씨랑 정말 제대로 사귀어보고 싶어요. 난 지환 씨를 누구보다 좋아하고 자주 아주 자주 보고 싶어요. 그래서 진짜 제대로 된 연애를 해보고 싶어요. 진짜 사랑이란 걸 해 보고 싶거든요.” 지환의 얼굴이 빛나도록 밝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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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김휘경 모순 편견 음모와 싸우는 이야기를 사랑함. 사극 추리극을 즐기고 쓰고 싶지만 왠지 쓰여지는 이야기는 말랑말랑해서 고민 중. 지구가 둥글 듯 그 윙 존재하는 사람도 삶도 인연도 다 둥글고 원만하길 바라는 낭만주의자. 아마도 이것이 말랑말랑함의 이유일 거라 추측됨. 소한에 태어났으나 추위는 못 참고 따뜻함을 추구하면서도 더위는 못 견디는 모순되고 모순된 존재. 그럼에도 일년 중 거의 모든 날을 웃고 사는 대책없는 낙천주의자. 필명 김휘경 김태연 김승주로 출판 활동 출간작 김휘경 - 마녀와 개구리 왕자 치명적인 우연 함정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다 내 사랑 복숭아 붉은 바다 이상형을 찾아서 고마리의 일년 진실만을 말해 하이디를 사수하라 신 왕자와 거지 분홍 립스틱 스커트를 선물하는 남자 순애보는 없다 열 걸음 푸른 정원 필수 사항 그녀 김태연 - 욕쟁이의 딸 김승주 - 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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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소개
판권 페이지
프롤로그
분녀 vs 수정
눈엣가시
중독
고무통과 욕조 사이
웃기는 트라이앵글
분녀 모녀 vs 묵은 인간들
수정 vs 정주
수정 vs 끈질긴 지환
인정하고 싶지 않은 녀석들
맹 가네 형제들
뒤집어진 그날의 데이트
결혼? 미쳤구나!
기회
지환의 습격
재물운과 이성운
돈이란.......
수정, 늑대를 경험하다
욕쟁이의 딸 vs 귀부인
수정 & 지환, 그리고 평화를 위해서
시베리, 시베리안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