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제1장
period Ⅰ
제2장
period Ⅱ
제3장
period Ⅲ
제4장
period Ⅳ
에필로그
물리 트릭의 귀재가 선보이는 일본 미스터리의 현재
『인어공주』의 작가 기타야마 다케쿠니는 현재 일본 본격 미스터리의 선두에 서서 활동하는 작가이다. 아야쓰지 유키토의 『십각관의 살인』에 영향을 받아 작가가 된 만큼, 기타야마의 작품의 근간에는 본격 미스터리가 자리잡고 있다. 2002년 『클락성 살인 사건』으로 메피스토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이래, 2015년 현재까지 출간된 총 열네 종의 작품에 본격 미스터리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물리 트릭이 어김없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여기서 물리 트릭이라 함은 물리적인 장치를 이용해서 사건의 범행 과정, 알리바이, 시간, 동기 등을 속이는 트릭을 말한다.
본격 미스터리는 틀이 정해져 있기에 설정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기타야마의 작품은 다르다. 판타지나 SF적 설정을 바탕으로 한 세계관에 본격 미스터리를 접목시키는 독특한 문체로 여타 미스터리 작가들과는 그 궤를 달리하고 있다. 현실성과 논리성이 충족되지 않으면 성립하지 않는 본격 미스터리에 현실성이 결여되어 있는 대표적 장르의 소재를 끌어오는 것은 본격 작가로서 떠안게 되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기에, 본격 미스터리에서는 굉장히 드문 일이다. 하지만 공정함을 바탕으로 하는 물리 트릭으로 작품을 완결시킴으로써 그에 대한 부담을 최소화했다는 점은, 그리고 그 작풍을 데뷔 이래 지금까지 일관되게 유지해왔다는 점은, 여타 미스터리 작가가 가지지 못한 기타야마 다케쿠니의 커다란 개성이자 무기라 할 수 있다.
“예전부터 동화의 세계는 미스터리와 친화성이 높다고 생각했어요.”
기타야마 다케쿠니의 『인어공주』는 아름답고 비극적인 안데르센의 동화 『인어공주』를 본격 미스터리로 완벽하게 재해석해낸 작품이다. 작가 안데르센을 열네 살의 소년 화자, 인어공주를 살인 용의자, 가상의 인물인 작가 그림 형제의 동생을 탐정 역으로 그려내, 현실과 동화의 절묘한 화합을 이끌어냈다.
인어공주와 『인어공주』의 기본 플롯을 가져와 작품의 골자가 되는 몽환적이고 신비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실제 인물인 안데르센과 붕케플로드 부인, 안데르센이 실제 살았던 오덴세의 뭉케묄레 거리 등을 등장시켜 현실성을 더했다. 여기에 소설적 상상력으로 그림 형제의 가상의 막냇동생인 루트비히 그림을 더해 동화 속 허구와 역사의 균형을 적절하게 조절했다. 『인어공주』는 동화 속에 머물려고만 하지 않고, 현실성을 위해 동화 속 설정을 버리려고 하지도 않는다.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는 동화의 주인공들을 트릭으로 행복하게 만들 방법이 없을까 생각한 결과 태어난 작품이 바로 『인어공주』이다. 기타야마의 기존 작품들이 긴장에서 파국으로 이어져 종식되던 것에 비해 『인어공주』는 아버지를 잃는 비극을 마주한 소년이 희망을 향해 달려가는 것처럼 비극에서 희망으로 변화해간다. 데뷔 초에는 세기말 감성이 가득 묻어나는 설정이 많았다. 상황을 타개하거나 사건을 해결하려는 의지보다는 현실을 거스르지 않고 직면한 상황 속에서 주어진 사건을 해결해야 ‘할 수밖에 없기에’ 파헤쳐나가는 작품이 많았다. 하지만 『인어공주』는 주인공인 소년이 자신의 의지로 이야기를 통해 성장하고 보다 나은 미래로 나아가려고 한다. 화자인 소년은 사건의 관찰자에 가깝고,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 역을 따로 둠으로써 소년의 역할에 제한을 두었지만, 소년은 자신이 처한 비극적 상황에 낙담하기보다는 인어공주와의 만남을 통해 자신의 세상을 바꿔보려는 의지를 보인다. 그 의지는 곧 물리 트릭의 해결과 일맥상통한다. “물리 트릭은 움직이기 시작하면 파멸한다. 무너져 내리는 순간이 있다.” 파멸에서 비로소 행복이 찾아오다니, 아이러니한 결과가 아니라 할 수 없다.
『인어공주』는 동화의 설정을 그대로 가져오는 과감함과 물리 트릭을 고수하는 성실함으로, 동화의 몽환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걸출한 본격 미스터리로 거듭났다. 액자식 구성을 통해 동화 속 분위기를 극대화시키고, 꼬리 무는 반전을 통해 신본격 미스터리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물리 트릭의 귀재라 불리며 일본 신본격 미스터리의 현재를 대표하는 선두주자 기타야마 다케쿠니가 『인어공주』를 통해 본격 마니아뿐 아니라 일반 독자들에게까지 사랑받는 작가로 자리매김한 것처럼, 『인어공주』는 본격 미스터리로서의 작품성과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대중성을 고루 갖춘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동화와 본격 미스터리의 만남. 하지만 작품은 결코 무르지는 않다. 안데르센과 그의 동화 속에 등장하는 인어공주의 미스터리 사건을 통해 일본 본격 미스터리의 현재를 엿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