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만났다. 한 사람의 삶을 만났다.
이 책은 바로 그 어마어마한 일에 관한 작고 사소한 기록이다.”
‘사람’이라는 아주 오래된 지도를 들고 떠나는 독일 베를린 여행기. 대학원에서 미술사학을 공부하던 저자가 무작정 떠난 베를린에서 3년간 머물며 만난 베를리너들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갤러리 인턴으로 시작해 종일 말똥을 치우는 농장일과 독일 드라마 엑스트라 출연까지, 갖가지 아르바이트를 하며 눈이 아닌 몸으로 겪은 자만이 발견할 수 있는 베를린의 숨은 매력이 가득 담겨 있다.
총 스무 개의 챕터로 구성된 이 책에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삶을 모험하는 베를리너들의 라이프 스타일이 생생하게 녹아 있다. 헬싱키에서 트램을 운전하던 핀란드인 뮤지션, 동독 출신의 빵집 점원, 펑크족 차림의 이탈리아인 큐레이터, 클럽에서 먹고 자는 다국적 뮤직 비디오 제작자, 버려진 공간에서 춤추는 일본인 부토 댄서……. 국적도 나이도 직업도 천차만별인 이들을 만나 인터뷰한 저자는 영화, 역사, 비건, 클럽, 소비, 문화 운동 등 오늘의 베를린을 가장 잘 드러내는 스무 개의 키워드를 통해 타인의 삶 속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간다. 무엇보다 여행을 ‘삶’으로 가져와 ‘앎’으로 끌어안으려는 저자의 시선이 빛나는 책이다. 챕터마다 현지인만이 아는 베를린의 핫 플레이스 정보까지 꼼꼼하게 소개해 여행 정보서로도 손색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