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팔공산 서촌 자락에 당정이라는 마을이 있다. 당정마을은 팔공산(八公山) 기슭의 산림과 아래쪽의 넓은 평야를 끼고 있는 비옥한 땅에 대대로 논농사와 밭농사로 생업을 이어온 마을이다. 이 마을사람들은 예로부터 음력 정초가 되면 땅의 신(神)을 위로하는 벽사진경을 펼치는데, 바로 요사스런 귀신(鬼神)을 물리치고 경사스런 기운을 불러들이는 의식(儀式)의 하나인 ‘당정마을 지신밟기’이다.
‘당정마을 지신밟기’는 온 마을 사람들이 지신밟기패들을 앞세우고 마을 곳곳을 두루 돌아가며 풍물(風物)을 크게 울려 마을의 안녕(安寧)과 풍작(豊作)을 기원(祈願)하고, 집집마다 주둔해 있는 가신(家神)을 위로하여 각각의 가정에 다복(多福)을 축원(祝願)하는, 풍물(風物)과 소리로 한바탕 어우러지는 대동의식(大同儀式)이며, 대동놀이이기도 하다. 이러한 의식(儀式)을 깊이 들여다보면 마을이라는 공동체만이 아니라 마을 사람들 개개인의 간절한 소망(所望)과 더불어 농업을 위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본바탕인 땅에 대한 경외심(敬畏心)이 고스란히 담겨있음을 볼 수 있다.
‘당정마을 지신밟기’는 이러한 무형적인 행위를 통한 이 마을 사람들의 삶의 소리이고 놀이이다. 또한 우리민족의 정서(情緖)를 잘 함축하고 있는 하나의 예술이며, 지켜야 할 소중한 문화유산(文化遺産)이기도 하다.
필자는 지난해 잊혀져가는 지역의 문화유산인 『팔공산 메나리 공산농요와 서촌상여』를 단행본으로 출간한 바 있다. 이어 두 번째로 팔공산을 중심으로 널리 행해졌던 ‘당정마을 지신밟기’를 기록하고 보존하고자 한다.
이번 작업은 1994년부터 2018년 현재까지‘당정마을 지신밟기’를 가까이서 직접 경험했던 이야기와 노래 등을 담았으며, 더불어 그 기간 동안 함께 녹음해온 소리를 토대로 채보작업을 완성하였다. 또한 부족한 부분은 ‘당정마을 지신밟기’의 마지막 상쇠인 송문창 선생의 구술증언과 기타 보충 증언, 현지 답사와 여러 문헌들을 참고하여 완성하게 되었다.
아무쪼록 이 자료가 팔공산 지역을 배경으로 생성된 『달구벌 벽사진경 당정마을 지신밟기』에 대한 이해를 깊이하고, 나아가서 우리 민족음악을 연구하는데 소중한 자료로 활용되어지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책이 나오기까지 고증에 힘써주신 송문창 선생님과 악보 채보에 도움을 주신 서정미,김수정 선생에게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