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얘기하지요. 역사는 승자의 기록일 뿐이라고.
그래도 한 번쯤은 들어 보고 싶지 않나요? 기록되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요.
경주의 한 아파트 신축 공사장에서 발견된 거대한 범종.
범종에 새겨진 명문銘文에 따르면
진평왕의 숨겨진 아들이 스무 살 되던 해에 죽었다고 한다. 그것도 이 종과 함께.
“종과 함께라니. 이게 무슨 에밀레종이라도 된단 말입니까?”
“아기를 넣었다고 전해지는 종에서도 검출되지 않은 인이 바로 이 종에서는 나왔거든요.”
그렇게 시간을 거슬러 야망과 사랑을 둘러싼,
그 뜨겁고도 치열했던 흔적을 뒤쫓기 시작하는데…….
너에게로 새겨지는 꽃이 되길 갈망했던 저마다의 이야기.
바람에 새긴 꽃이 지금 피어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