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내 고향, 강외면 쌍청리
11. 시... 미호천에서 탄천까지
12. 티벳 고원
13. 단편소설... 폭설 람스게이트
작가 김귀순은 ‘존재와 비존재’에 대한 화엄(華嚴)의 문제를 줄기차게 싸워왔다. 2십대 청순한 신혼생활에서부터 현재 7순에 이르기까지 약50년간 ‘한국여성’을 그린 것이다. 그 여성은 아내이자 어머니로서 그리고 며느리로서 한 생애를 그린 한국사회 속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광복 직후 태어난 작가는 6.25 속에 동화(童話)도 잃어버리게 된다. 처절한 고독과 고난을 ‘반야심경’ 속에 의지하기도 했다.
제1부는 1970년대 중반 신혼생활을 구파발 끄트머리에서 시작한다. 고교 교사인 남편을 따라, 오로지 현모양처로서의 한 평생을 살아낸다. 그러면서 지속적인 독서와 시와 수필을 노트해 왔다. 어린 시절부터 문학가의 꿈을 꾼 것이다. 큰딸이 중학교에 입학할 때쯤 다시 경기도 안산으로 이사 가게 된다.
안산에 예술인아파트를 새로 분양하면서 좀더 나은 삶을 찾아 나선 것이다. 안산에서 서울과는 다른 대부도의 숲, 바다, 바람 등 대자연의 고귀함을 읽어낸다. 안산은 작가의 4십대부터 지금까지 약30여년간 황금시기를 보낸 제2의 고향이 되었다. 1980년대 중반부터 고잔동 협궤열차 기적소리와 함께 살아왔다.
제2부 이후는 영국과 중국 등 외국에 관한 기억들이다. 남편이 중국의 대학에 교환교수 파견되면서 따라갔다가 찍어온 렌즈들이다. 두 차례 뤄양외대(1994년)와 톈진외대(2006년) 등 중국 캠퍼스에서 틈만 나면 대륙의 속살을 만져보았다. 중국문화는 껍질을 벗길수록 그 수액과 냄새가 다른 수수께끼 민족이다. 한국과는 반만년 형제이자 원수로서 애증을 같이 해온 운명적 이웃이다.
국내외를 넘나들며 김장 담그듯 오래 묵혀두었던 시편(詩篇) 그리고 수필 살덩어리를 조심스럽게 내놓았다. 겨울날 깊은 흙 속의 무청뿌리를 털어내듯 ‘공즉시색’ 존재론적 화두(話頭)도 치열하게 보인다. 불면의 고통스런 시간을 훔쳐내어 세상의 틈새를 내다본 것이다. 유마경(維摩經) ‘한 순간 생각이 세상을 바꾸는 바람도 된다.’ 출판사에서는 고심 끝에 한국 현대사를 온 몸으로 읽어낸 한 가정주부의 삶을 독서바다에 내던져 보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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