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닮은 이란성 쌍둥이의 자기 정체(?)성 찾기 프로젝트! 글은 생생하고 활발하며 무척 재미있다. 가끔 무거운 분위기와 진지한 내용 사이에서도 작가 특유의 유머를 잃지 않는다. 억세고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왕녀와, 주로 차를 마시며 노닥거리거나 뜨개질이 취미인 왕자. 그러나 왕녀 ‘나문’은 공주 옷을 입고 공주처럼 살아보려니 도무지 답이 없고, 장군 자리에 앉아 여염집 처자같이 대바늘에 실을 꿰는 왕자 ‘도문’ 또한 인생 만만치 않다. 결국 누나 동생 크로스!! 완전히 다르지만 오래 입은 옷처럼 딱 맞는 그들의 정체성 찾기 프로젝트, ‘에리트난 왕국의 쌍둥이’ 씨익 웃고 있다가 갑자기 광풍이 몰아칠 것만 같은 살벌 깜찍 판타지. 난데없는 구성은 하나도 없다. 모든 것이 물 흐르듯 부드럽게 흘러가고, 독자는 그냥 그 파도에 몸을 맡기면 된다. 작가는 웃으며 이런 사건도 있고, 저런 일들도 있다며 이야기의 벽돌을 차곡차곡 쌓아 올린다. 여자의 몸으로 장군의 카리스마를 내뿜는 왕녀가 완전히 군기 빠진 병사들을 바짝 긴장시키는가 하면, 이왕 이렇게 된 김에 가장 아름다운 여자가 될 거라며 두 주먹 불끈 쥐는 왕자도 있다고 허허실실 웃으며 글을 읽게 만든다. 전혀 지루하지 않도록 잘 짜인 플롯은 독자들을 방심시키고, 무엇인가 이야기가 깊어진다 싶으면 슬쩍 비틀어 웃음을 유도한다. 작가는 독자로 하여금 그가 나름의 작은 벽돌집을 짓는구나하고 믿게 만들다가, 정신을 차려 둘러보면 그것이 그저 벽돌집이 아니라 거대한 성임을 깨닫게 한다. 그제야 ‘아, 이거 생각보다 훨씬 큰 게 있구나!’하며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그냥 서두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고 흥분에 입이 벌어진다. 어쩌면 피바람이 몰아칠지도 모르는 분위기에 작가는 그저 또 한 번 웃고, 다시 성을 짓기에 돌입한다. 결국 그 성이 완성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독자들만이 오롯이 느낄 수 있는 행복한 갈증일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