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해제
등장인물
일러두기
제1장 모든 양상의 불지(佛智)에 대한 수행
제2장 천제석(天帝釋) I
제3장 무량의 공덕이 깃든 바라밀다와 불탑의 공양
제4장 반야바라밀다의 공덕을 고함
제5장 복덕을 얻는 방법
제6장 수희(隨喜)와 회향(廻向)
제7장 지옥(地獄)
제8장 반야바라밀다의 청정성(淸淨性)
제9장 반야바라밀다에 대한 찬탄(讚嘆)
제10장 반야바라밀다의 유지에 따른 공덕
제11장 마왕의 소행 I
제12장 세간의 시현
제13장 불가사의한 업(業)
제14장 비유(比喩)
제15장 천신(天神)
제16장 진여(眞如)
제17장 불퇴전 보살의 성향·특성·근거
제18장 공성(空性)
제19장 항하의 여신, 천녀(天女)
제20장 방편선교(方便善巧)
제21장 마왕의 소행 Ⅱ
제22장 좋은 벗[善友]
제23장 천제석(天帝釋) Ⅱ
제24장 오만(傲慢)
제25장 수련(修練)
제26장 환영(幻影)
제27장 핵심(核心)
제28장 산화(散花) 여래
제29장 반야바라밀다로의 접근 방식
제30장 상제 보살
제31장 법상 보살
제32장 위탁
부록
“공(空)을 알려면 반야바라밀다를 알아야 한다!”
산스크리트 언어학자가 풀이한
‘반야바라밀다’의 진의
반야부경전의 첫 번째 경전이자 대승불교 최초기 경전 중 하나인 『팔천송반야경』은 대승불교의 핵심 사상인 보살과 공(空)사상의 개념이 담겨 있다. 사상사적인 측면에서도 중요하지만, 2,000여 년 전에 성립한 문헌이라는 점에서 언어학의 보고(寶庫)이기도 하다.
독일에서 언어학으로 산스크리트를 전공한 전순환 박사는 이 경전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10년이 넘는 기간에 걸쳐 정밀한 번역과 연구를 해왔다. 이 과정에서 언어학자답게 『팔천송반야경』의 산스크리트 원전 텍스트 전부를 음절 단위로 쪼개어 어원을 분석하는 방대한 작업을 마쳤다. 여기에는 미트라(Mitra)본, 오기하라(荻原)본, 바이댜(Vaidya)본 등, 현존하는 『팔천송반야경』의 산스크리트 사본 3종을 모두를 비교 대조한 내용이 포함되었으며, 어원 분석만으로 어휘 사전 한 권이 나올 분량이다. 또한 에드워드 콘즈(Edward Conze)의 영어 번역(1978)과 가지야마 유이치(梶山雄一)의 일본어 번역(1974)도 모두 검토한 후 오류를 찾아내어 수정 보완했다. 뿐만 아니라 1999년 간다라 지역(현 파키스탄 북서부에 위치한 바자우르)의 옛 불교사원 터에서 새롭게 발굴된 『팔천송반야경』 사본 일부분도 연구 번역하여 추가시켰다. 이처럼 지난하고 방대한 연구 과정을 거쳐 탄생한 책이 『산스크리트 원전 완역 팔천송반야경』이다.
대승불교가 발아하는 시기와 맞물려 탄생한 『팔천송반야경』에는 이타적 인간상의 표본인 보살의 의의, 그리고 공성(空性)의 담론이 펼쳐진다. 하지만 전순환 박사는 그동안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점을 꼬집는다. 바로 ‘반야바라밀다’의 진정한 의미이다. 『팔천송반야경』에서 수없이 반복되는 ‘반야바라밀다’라는 말은 보살과 공, 그 밖의 어떤 단어보다 많이 언급된다. 즉 『팔천송반야경』의 핵심 내용은 ‘반야바라밀다’에 있다는 뜻이다.
전순환 박사는 반야에 해당하는 산스크리트어 쁘라즈냐(Prajn?)를 설명할 때 이렇게 말한다. “팔천송반야경에서 반야를 말할 때는 앞에 단어가 더 붙습니다. 바로 야타부탐(yath?bh?tam)입니다. 쁘라즈냐와 결합해서 해석하면 ‘사실 그대로 바라보는 것, 아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것이 반야의 뜻이고 다른 말로는 진여지(眞如智)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바라밀다는 흔히 완성(perfection)이라고 번역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개념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경지, 상태’를 가리킵니다. 경전에서는 ‘극도(極度)’라고 표현합니다. 반야와 극도를 서로 맞물리면 극도의 진여지, 즉 ‘범접할 수 없는 경지에 오른 상태에서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되고, 이것이 반야바라밀다의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공사상도, 보살의 개념도 이 반야바라밀다를 기반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는 같은 반야부경전에 속하는 『금강경』, 『반야심경』을 이해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이 경전들의 출발점이 『팔천송반야경』이기 때문에 반야바라밀다와 공의 진의를 알려면 이 책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이를 통해 대승불교 이해에 깊이를 더하고, ‘범접할 수 없는 극도의 경지’로 한 걸음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금강경』과 『반야심경』의 뿌리,
『팔천송반야경』의 역사적 의의와 가치
『팔천송반야경』은 기원 전후 100년 사이에 성립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어떤 사본이 원형에 가깝고, 그 성립 시기가 정확히 언제인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대승불교가 태동하던 때와 같은 시대에 성립되었고, 최초의 반야부경전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산스크리트어로는 ‘팔천 개의 게송으로 이루어진 반야경(A??a-s?hasrik?-Prajn?-p?ramit?-s?tra)’이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초기 대승경전인 만큼 이 경전을 통해 반야(般若)사상이 움트는 모습과 그 속에 잠재된 공사상을 엿볼 수 있다. 반야부경전 연구의 권위자인 가지야마 유이치와 에드워드 콘즈는 반야경의 발전 단계를 4기로 구분한 후 『팔천송반야경』을 1기에 자리매김했고, 모든 반야부경전의 원형으로 보았다. 후대 학자들도 이러한 연구 성과를 받아들여 반야부경전을 연구하는 기본 문헌으로 『팔천송반야경』을 매우 중시하고 있다.
당시 이 경전이 쓰였을 시기의 문자는 기원전 500년 이전부터 쓰였다고 전해지는 브라흐미(Br?hm?)이고, 언어는 간다리어를 포함한 중세 인도어인 프라크리트의 여러 방언들 가운데 하나였을 것으로 추론하고 있다. 『팔천송반야경』이 반야부경전 뿐만 아니라 후대의 많은 대승경전 및 논서에 영향을 줬다는 점에서, 불교학은 물론 언어학적인 측면에서도 매우 가치가 높은 문헌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 경전에서 붓다의 제자들은 반야바라밀다가 무엇이고, 보살은 무엇인지, 그리고 오온, 공, 자성 등에 관한 질문을 쏟아낸다. 여기서 논의된 담론들이 훗날 대승불교의 핵심 개념이 된다. 공사상을 가장 잘 응축하여 표현했다는 『반야심경』 역시 이 『팔천송반야경』의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내용이 너무 짧아 반야바라밀다를 이해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이보다 긴 『금강경』이 있지만, 이 또한 반야바라밀다와 공을 설명하기에 충분하다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팔천송반야경』에서는 반야바라밀다, 보살, 공, 오온, 자성, 고통, 분별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풍부한 예시로 나타내고 있다. 『반야심경』과 『금강경』이 함축된 시집이라면, 『팔천송반야경』은 장대한 대하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팔천송반야경』을 누락 없이 완역한 『산스크리트 원전 완역 팔천송반야경』은 세계 최초의 완역이라는 것, 그리고 한국불교사의 문헌학적인 측면에서 한 획을 그은 사료임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