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호텔 방과 고요한 수영장의 도시, 방콕
뜨거운 태양 아래를 소요하는 아주 보통의 연애담
아무튼 시리즈의 열한 번째 책. 자칭 ‘동남아선호사상주의자’인 젊은 소설가 김병운의 방콕 예찬론을 담았다. 매년 연례행사처럼 방콕을 찾는다는 작가에게 이 도시는 요즘 가장 힙하다는 포틀랜드를 과감히 포기하게 만든 가성비 1등급의 여행지이자 “수년째 왕좌를 사수하며 역대급의 승률을 자랑하는 왕중왕 같”은 존재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여행 내내 티격태격하는 ‘애인’이 함께한다는 것. 그래서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이와 사랑에 빠진다거나 여행 사진이 모두 담긴 카메라를 잃어버린다거나 하는 ‘여행 에세이스러운’ 사건은 전혀 없지만, 오히려 평범하고 일상적이어서 더욱 인상적인 순간들로 빼곡하다. 여행의 기쁨은 일회성이 아닌 지속성에 있다고 믿는 작가는 방콕에서 일어나는 작고 사소한 것들에 마음을 쓰고 애정을 느낀다. 그의 말에 따르면 방콕은, 여행은, 연애는 “그 모든 차이와 균열의 순간들로부터, 그 모든 지루하고 멸렬한 순간들로부터 가장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무엇”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