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신과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김종관 | arte | 2019년 10월 14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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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 도서 소개

사랑을 세밀하게 그려내는 영화감독 김종관의 10년의 기록
〈밤을 걷다〉시나리오 수록!

영화감독 김종관이 눈과 마음으로 기록한
어쩌면 잊혀질지도 모를 순간들

〈최악의 하루〉, 〈더 테이블〉 등의 영화를 통해 자신만의 독특한 감성을 선보여온 영화감독 김종관의 에세이 『나는 당신과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가 출간되었다. 이 책은 2012년 김종관 감독이 최초로 집필한 에세이 『사라지고 있습니까』의 개정증보판으로, 그만의 내밀한 이야기를 풀어내며 영화팬뿐만 아니라 에세이 독자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감독 특유의 ‘영상을 아름답게 직조해내는 감각’과 ‘인물들의 세밀한 감정 묘사’는 그의 글에도 짙게 배어 있다. 그는 오랜 시간 이 책을 마음에 품었다. 에세이를 집필할 당시 십 년 전의 이야기와 현재의 변화에 이르기까지, 그가 살고 있는 동네와 마음의 풍경은 더욱 촘촘한 입체를 이루어 창작에 배어들었다.
감독은 창작이 정체된다고 느꼈던 시기에 글을 쓰며 지난날의 기억을 모았고, 빛바랜 사진을 들춰보는 기분으로 일상의 소소한 변화를 기록했다. 1부에서 4부까지는 십 년 전 단편/옴니버스 형식의 멜로인 〈조금만 더 가까이〉, 〈폴라로이드 작동법〉을 촬영했던 이문동에 살았던 이야기를 담았고, 5부에서는 장편 〈최악의 하루〉와 〈더 테이블〉을 작업했던 효자동에 살고 있는 현재의 일상을 담았다. 김종관 감독의 영화를 먼저 접한 독자라면, 사랑을 섬세하게 담아내는 작업에서부터 은유와 여백이 짙게 담긴 서사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지나며 변주하는 그의 세계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게 될 것이다.



“한 동네에 몇 년 살다 보니 어느 집에 목련이 있는지도 알게 된다. ‘정마트’ 근처 오래된 빌라에 한 그루, 인도식 카레집으로 나가는 작은 골목에 한 그루, 그러다 내가 좋아하는 장소도 생긴다. 매해 그곳에 서서 때로는 혼자, 때로는 누군가와 함께 목련을 보았다. 몽우리를 맺은 목련이 오늘은 얼마나 폈는지 보기 위해 이문동의 좁은 골목, 낡은 한옥 사이의 작은 계단에 선다. (……) 목련이 질 즈음에도 봄은 떠나지 않는다. 꽃들이 많이도 피고 진 사이, 나도 이 골목을 떠나지 않았다.”
_「목련」에서



“십여 년 사이 나는 어느새
청춘을 슬쩍 비켜난 사람이 되었다.”

이 책은 여섯 개의 부로 구성되어 있다. 김종관 감독이 천착하는 주제이기도 한 골목과 공간의 묘사를 담은 ‘1부 가까운 산책’, 여행에 대한 단상을 기록한 ‘2부 베를린 천사의 시’, 감독 특유의 영상 작법을 엿볼 수 있는 ‘3부 시네마천국’, 그의 기발한 상상이 더해진 일상 이야기 ‘4부 흐르다’, 현재의 사소한 변화를 담은 ‘5부 어느 꿈속에서’가 차례로 이어진다.
‘6부 시나리오’에는 안소희 주연의 〈하코다테에서 안녕〉과 아이유 주연의 〈밤을 걷다〉가 수록되어 있다. 두 작품 모두 사랑하는 연인과의 이별을 다룬다. 시나리오를 한줄 한줄 읽어가다 보면, 감독의 독백과도 같은 담담한 속삭임이 오래 여운으로 남을 것이다.
“우리는 여기에 있는데…… 아무도 기억하지 못해.” 〈밤을 걷다〉에서 아이유(지은 역)의 대사를 대신해 감독은 책에서 이렇게 고백한다. “십여 년 사이 나는 어느새 청춘을 슬쩍 비켜난 사람이 되었다”, “봄이 왔지만 그 집은 아직 비어 있고 사람들은 돌아오지 않았다”라고. 이런 문장을 만나면 이번엔 감독이 영화 속 주인공이 되어 필름 카메라와 아이폰 속 사진을 펼쳐 자신만의 비밀스런 이야기를 들려주는 느낌이 든다.

“그도 나와 같은 아름다움을 봤다고,
그때 나는 생각했다.”

김종관 감독의 이야기는 그만의 시선으로 붙잡아둔 사진 속 풍경처럼, 그만의 서사와 공식으로 만들어낸 영상처럼, 감각적으로 읽힌다. 아버지와 함께한 최초의 여행 기억이자 최초로 뺨을 맞은 기억으로 남아 있는 그날에 대한 이야기, 새벽녘 찬바람 소리가 들리는 국도변 러브호텔에서의 악몽, 한겨울 베를린 쿠담 거리의 붉은 장벽이 쳐진 극장에서 본 영화, 완벽하게 좋은 순간 그것을 나눌 사람이 곁에 없다는 것을 알고 쓸쓸해진 감정까지……. 십 년의 세월 동안 차곡차곡 모아둔 사진과 글이, 영사기 속 옛날 영화처럼 조용하고도 생생하게 펼쳐진다.



“이 영화를 찍으며 경험했던 하나의 기억은 오래 간직될 듯싶다. 단량 기차와 화물차가 지나는 외지고 조용한 건널목 앞, 별 생각 없이 놓아둔 노란 우산 하나가 조용한 바람에 왈츠를 추듯 천천히 움직이는 장면을 바라보았을 때였다. 우산의 움직임이 카메라에 담겼을 때 연인들의 떠도는 목소리가 잠시 들렸다. 만들어낸 이야기 속 그들이 생명을 가지고 속삭이고 거리를 거닐던 순간이었다. 잃어버린 모자가 바람을 타고 내 머리 위로 내려앉은 듯 기다리던 우연이, 우연이 아닌 양 찾아왔다.”
_「하코다테에서 안녕」에서



눈과 마음으로 기록한 그의 이야기를 읽으며 당신은, 당신의 어떤 순간을 돌아보게 될까. 누구에게나 허비되고 실패하고 안타깝게도 다시 올 수 없는 순간들이 있다. 그의 목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그 시간들이 다시 한 번의 기회를 선물로 받고, 지난날을 또 다른 방식으로 추억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될 것만 같다.


◎ 책 속에서

도시가 어떤 자연의 힘에 침범당하는 순간, 그 틈에 들어오는 빛들을 여전히 좋아한다. _18쪽

아직도 어린 시절의 어떤 기억을 떠올리자면 몸서리치게 미안한 순간이 있다. 죄책감의 시간은 은근히 오래간다. _46쪽

대수롭지 않은 작은 일들이 가고 싶은 곳을 만들고, 그 가고 싶던 곳은 이상향으로 살이 붙는다. _64쪽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당시의 고단함을 이겼던 힘은, 가지지 못한 그 위로가 아니었을까 싶다. 가지지 못한 위로야말로 때로는 내가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희망으로 둔갑하곤 하니까. _64쪽

아버지의 보따리에 담겼던 요상한 생필품들처럼 나 또한 보따리에 영화를 담고 때때로 여행을 다닌다. 조금은 피곤할 수도 있는 여행. 긴 길을 걷고, 여러 사람을 만나고, 어떤 이에게는 뺨을 맞고, 지칠 때쯤이면 누군가를 닮은 얼굴이 건네는 손을 잡는다. 그날도, 누군가 손을 잡아주기를 바라며 붉은 방에서 잠이 들었다. _73쪽

발끝이 짓무를 때까지 걷고 싶을 때가 있다. 그 어떤 것에서 나 자신이 가장 멀리 떨어지길 바란다. _78쪽

해 질 녘, 내게도 강바람이 안겼고 고단한 여행 중 빛나는 순간이 그 안에 있었다. 여행은 많은 것을 지우고, 또 많은 것을 새겨준다. _81쪽

혼자 하는 여행은 생각보다 인내가 필요하다. 즐거움을 나눌 벗도 없이 좋은 곳을 혼자서 본다는 것이, 때로는 쉽게 나를 지치게 한다. 간헐적인 자극에도 그 자극을 오래 남기지 못하고 길을 떠난다. _96쪽

가끔 영화를 만들길 잘했다고 느끼는 까닭은, 결국은 나의 허비되고 실패하고 아깝게도 다시 올 수 없는 지난날들의 힘으로 영화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버려진 시간들이 다시 한 번의 기회를 선물로 받는다. _106쪽

‘어떤 공간을 남기고 싶다’라는 열망이,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다’라는 첫 번째 이유가 되기도 한다. 사소한 기록의 욕구가 그 영화를 만드는 제1의 이유가 된다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다. _109쪽

아무것도 세팅되지 않은 채 거리와 그 거리의 사람들 앞에 카메라가 돌아가고, 가끔 기막힌 우연이 그 공간에 들어오는 기적을 만난다. 나는 그렇게 그 장소의 한 시절을 영화의 방식으로 기억할 수 있게 된다. _110쪽

내가 좋아하고 또 매일 지나는 골목에 배우와 스태프를 부르고 큐 사인을 준다. 골목은 원래 있던 모습대로 서 있고 원래 흐르던 시간대로 흐르고 그 안에서 배우는 이야기를 만든다. 배우가 대사를 하는 동안 목련이 지고, 슈퍼를 찾는 아이가 뛰어가고, 마을버스가 지나간다. 바람에 진 꽃잎이 배우의 손등 위로 날리기도 하고, 동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배우의 대사에 묻어나기도 한다. 그러면 난 그 장소, 그 시간을 가진 듯한 착각에 빠진다. 그것들이 언젠가는 모습을 바꾸어 사라진다 하더라도, 그 하나의 인상이 영화 속에 자리 잡는다면, 언제든 다시 되돌아올 수 있으니까. _110쪽

영화가 가끔 편지 같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에게 편지를 보내고 읽히기를, 마음에 가닿기를 바라는 것. 그러한 목적이 살아 있을 때 영화도 살아 있다. 하지만 영화는 고단한 여정에 아랑곳없이 수취인 불명의 편지가 되어 무관심 속에서 서서히 죽음을 맞기도 한다. 긴 죽음의 시간. 만약 시네마테크가 그러한 영화들의 마지막 숨결을 불러일으키고 다음 세대의 관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면, 그건 그 영화가 아직 살아 있다는 이야기다. 오랜 세월이 지나고도 위로를 건네주기 위해 어떤 이에게 도착한 편지처럼, 우리 앞에 당도한 영화인 것이다. _131쪽

완벽하게 좋은 순간, 그것을 나눌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나 자신에게 유익한 것인지. 소중한 사람과 함께 나눌 수 있는 기억은 스러져가는 환영을 잃어버리지 않는 단 하나의 방법이다. _136쪽

어쩌면 그 후로 언제나 내게 사랑의 방식은 같다. 아름다움을 보고, 부러진 날개를 보았을 때, 그때 비로소 좋아하는 마음이 깊어진다. _159쪽

넌 아침에 있고 난 밤에 있고, 넌 여름에 있고 난 겨울에 있고, 넌 우주에 있고 난 모래알 틈에 있어. 난 바람에 있고 넌 오래된 집 안에 있지. _225쪽

저자소개

※ 저자소개


이름: 김종관약력: 영화를 만들고 글을 쓴다.〈더 테이블〉, 〈최악의 하루〉, 〈조금만 더 가까이〉 등의 장편영화와 〈폴라로이드 작동법〉, 〈낙원〉 등 다수의 단편영화를 만들었다. 〈최악의 하루〉로 2016 제38회 모스크바국제영화제 국제비평가연맹상을 수상했으며 국내외 여러 영화제에 입상했다. 지은 책으로 산문집 『더 테이블』, 『그러나 불은 끄지 말 것』, 『골목 바이 골목』, 『사라지고 있습니까』가 있다.

목차소개

◎ 목차
프롤로그 ? 9

1부 가까운 산책 -10년 전
목련?12
틈?16
고양이?20
글로벌?24
가까운 곳에?26
로드무비?30
등?32
시부야?36
그림자?40
죄책감?44
하숙집?48
모르는 여자?50
좋은 표현?52
마이클과 카레와 숲길?54

2부 베를린 천사의 시
마다가스카르?62
여름?66
뺨을 맞다?68
전기스토브가 달린 방?72
청주 거리에서 만난 여자?76
Holding on to Yesterday ?78
여름밤?80
돌로 만들어진 숲?86
교토의 두루미?88
야간열차?92
루모이로 가는 길?96
여행자의 요령?102

3부 시네마 천국 -영화와 기억
기회?106
남는 것, 남는 곳?108
카페 뤼미에르?114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중에서?118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120
나루세 미키오의 〈번개〉?122
속(續) 개인교수?126
아녜스 바르다의 〈방랑자〉와 시네마테크?130
관객?132
〈일루셔니스트〉?134

4부 흐르다 -추억과 이야기
기행일기?140
사라지지 않는 창고?142
나는 그 새를 죽이지 않았어?146
선물?150
인도네시아 노스탤지어?154
부끄러운 곳?156
〈겨울 나그네〉?160
청춘의 속도?162
1호선에서?166
우주여행?170
길 위의 시간?172
리셋?176

5부 어느 꿈속에서 -10년 후
검프 같던 사내?180
Nothing’s Gonna Stop Us Now?190
옛 동네?194
엔딩 신 노트?200
붉은 벽돌집?202
반가운 인사?206
과거로부터 온 남자?208
하코다테에서 안녕?212

6부 시나리오
하코다테에서 안녕?220
밤을 걷다 ?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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