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말
1부 시간의 거울
곡절 / 궁합 / 또 빈손 / 가지치기하다가 / 독거 / 어쩌겠나, 가는 봄날은 / 마지막 길 / 먹을 갈다가 / 먼 하늘 / 미루지 말 일 / 바다 본색 / 바람 경 / 백세 / 벼랑길 타령 / 봄바다, 그 봄비 / 시간의 거울 / 늙음 / 이런 밤이면
2부 오동꽃 필 무렵
다시 천주의 뜰로 / 살아나라 겨울이여 / 몰래 오는 가을 / 새여 나와 같이 물 먹자 / 수평선 / 오동꽃 필 무렵 / 외골수 / 용서 / 허공에 붓질하며 / 하인이 하인에게 / 찰나 / 재 / 잘난 천추 / 눈치를 보니 / 그림자 넋두리 / 치과를 다니면서 / 빈 차를 타고 / 공터
3부 자존의 꽃
홍매야 / 완월 / 자존의 꽃 / 우울한 여행 / 우리가 함께라면 / 우리 서로 사랑하자 / 요리 솜씨 / 외로워서 그립다 / 옥선아 / 흥해 / 호미곶 갈매기 / 염천 / 미련 / 아직도 늦지 않았다 / 시간의 정체불명 / 서울은 지옥인가 / 서울 지하철 / 저 영감탱이, 참
4부 호미수회 사람들
봉화산 산 꿩 / 구룡포 유감 / 다시 바다여 / 누구든 잘해 주소 / 그대 호미곶 소나무여 / 그 파도가 그 파도를 / 호미곶 파도 / 사랑 고백 / 잔파도 / 멸치 / 눈먼 백금 바다 / 호미수회 사람들 / 牧人 전상렬 시인 / 그대, 내 조국 기둥뿌리시여 / 아직도 그 모래밭은 뜨겁다
해설│박남일 - 품이라는 이름의 보탑 쌓기
청전靑田 시인의 네 번째 시집 시들의 소재의 거지반은 ‘늙음’에 관한 것이다. 자그마치 산수傘壽를 넘어 쓴 시들이니 그럴밖에. 어쨌거나 가당찮은 정력이다. 꼬장꼬장하던 그도 몸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심한 파도에 밀려 줄무늬가 박힌/ 무잡하게 깨진 조개껍데기”(「시간의거울」)나 진배없다는 생각을 하고, 자신의 바깥 풍경을 “어둠에 / 희붐히 탈색되고 있”(「공터」)는 “지친 모노크롬”(「우울한 여행」)으로 인식한다. 죽고 못 살던 고놈 약주와도 담쌓고 벽 쳤는데도, 낡아 가는 몸은 어쩔 수 없는 것. 중요한 건 내면 아니겠는가. 그는 “검불로 타다 남은 검은 재” 아닌 “오래 오래” “눈비 바람”(「재滓」) 맞아 구리 거죽에 슨 푸른 녹이 되고자 한다. 지긋한 나이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격格이야 갖추었겠지만, 거기에 머무르지 않고 품品까지 쌓아 “중후한 탑이”(「저 영감탱이, 참」) 되고자 한다. 마음 비우고 노욕 버리고 격에 품을 쌓고 있는 노시인은 “눈이 까만 물고기” 되어 홀로 잔물결 속에서 “유유히 놀고 있”「( 독거獨居」)다. “어느 흐린 날/ 명목 없는 노골로/ 말없이 우레 속에 갇힐”(「홍매紅梅야」) 그날까지 이리 유유자적한다면, 더없는 낙 아니랴. 팔질八?의 시들이여, 파이팅. -박남일(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