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직원 기피 대상 본부장. 에이스 다정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인연보단 악연, 동료보단 원수, 전우애보단 전투력으로 다져진
무시가 인사보다 더 반가운 관계.
그와 나는, 분명 남보다도 못한 상사와 부하 직원이었다.
그날 밤, 그 악몽 같은 사건이 벌어지기 전까지는.
“그때 송다정 씨가 갚겠다던 빚 말인데. 그거, 지금 갚죠.”
“지금요? 저 지금은 현금이 없는데.”
“돈 말고.”
설마. 몸으로 때우란 소린가.
이상해. 이상해도 너무 이상했다.
“내가. 더는 참지 못할 것 같아서. 놓치고 싶지 않아서.”
웃음기 없던 그의 얼굴에 감돌고 있는 희미한 미소도.
“곁에 둬야 살 것 같아서. 안심이 될 것 같아서.”
차갑다 못해 살벌했던 짙은 눈동자에 스친 간절함도.
“그래서 고백했어.”
전부, 낯선 것들이다.
“다시 말할게. 동료 말고, 여자로서.”
꿈일까.
“좋아해.”
꿈이 아니라면, 본부장이 드디어 미친 게 분명하다.